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생각나무 ART 22
손철주 지음 / 효형출판 / 1998년 1월
평점 :
절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두 권이나 샀다. 1999년 초판 5쇄 효형출판사 발행된 책을 먼저 사고, 2009년 초판 13쇄 생각의 나무 출판사 발행의 책을 나중에 샀다. 책 장정이 달라서 같은 책인 줄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지인은 최근에 나온 또 다른 책을 보여줬다. 순간, 마음이 복잡했다. 아, 나의 이 무지막지한 책욕심이여... 아무튼 먼저 산 책부터 읽으면서 나중에 산 책을 비교해가며 읽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그냥 먼저 산 책만 읽었다. 뒤에 산 책은 양장제본이라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서였다.

 나의 문자탐독은 만화책에서 시작되었다. 보기만 하다가 초등 고학년 때부터는 그려보기도 했다. 대학 때 미술학과 강의실에서 전시회가 있었다. 우연히 들렀다가 그림 하나에 꽂혔다. 전시회가 끝난 후 수소문해서 작자를 따로 만나 그림을 얻을 수 없냐고 물었는데, 그의 반응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그 일이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불현듯 생각나더니 이후로도 가끔 그 일을 생각하며 혼자 머쓱해한다. 난 그 때 그 그림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그 일 다음으로 애써 찾아간 전시회는 이철수 판화그림 전시회였다. 당시 나는 20대였고, 전시장에 있던 작가에게 그의 판화달력을 몇 년째 사쓰고 있다고 말을 건넸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못했던 그렇게 전시회를 찾는 일이 종종 있다. 혼자일 때보다 동행이 있을 때가 대부분인데, 그림을 보는 취향은 대체로 달랐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의 값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몰라서 못 보는 것일까.

 작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는 그림을 본다. 보는 것을 통해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대개 자기가 본 것을 화면에 옮기기 마련이다. 본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망막에 비치는 모든 것이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림을 이해하는 길이 바로 이 물음 속에 있다...이 때 본다는 말 속에 관찰하고 인지하고 판단한다는 뜻이 숨겨져 있음은 물론이다. 아는 것 못지 않게 본다는 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인간은 원근법의 시점을 통해 세계를 간략하게 잡아낸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고르고, 눈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상만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유화는 욕망을 구체화하고 소유하려는 양식이기도 하다. 게다가 소유욕을 빠져나와 도망가지 못하도록 프레임 안에 가두기도 한다. 액자의 용도가 그것이다...감상자는 화가의 욕망에다 자기 욕망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 그 초점이 비끗할 때 감상자는 그림을 보더라도 알지는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 글의 작은 제목 '산새소리가 뜻이 있어 아름다운가'에서 세 가지 삽화를 제시하며 묻는다. '미술에 무슨 뜻이 담겨 있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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