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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다...매일 반복되는 일과처럼...습관처럼...
읽는 즐거움에 빠진 사람들은 작가들을 부러워 하고, 좋아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내 마음대로...내가 쓰고 싶은대로...내 책을 쓰고 싶다...
그것도 풍부한 복선들이 깔리고, 정확하게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재미있는 책이라면...
생각만으로도 짜릿한 기분이 드는 일이다.
끝없이 되풀이 되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제목에 대한 궁금증...
슬쩍 맛보기로 보여주는듯한 다른 책에 대한 예고들...
도대체 이 책에서 파생되어져 또다른 한권의 소설로 만들어진 그 책들은 어떤 내용일까?
독자들을 약올리는듯한 '온다 리쿠'의 글에 빠져들게 된다.
1장 기다리는 사람들의 주인공인 나는 단지 독서가 취미라는 이유만으로 얼굴도 본적이
없는 회장님의 저택에 초대를 받게 된다.
사실, 이 회장님이라는 사람과 그의 친구 세사람은 해마다 사원을 한명씩 초대해서
특별한 행사를 치루곤 한다. 그 행사란 활자중독증에 걸린 친구의 수많은 책으로 빼곡히
들어찬 서재들이 있는 집안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붉은 표지의 책 <삼월은~>을 찾아내게
하는 것이다. 몇년간이나 지속되어진 행사...2박3일간의 휴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주인공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게 된 독서 토론 형식의 대화...
때때로 의미심장한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하곤 하지만...네명의 어르신들이 만들어낸
화기애애함과 책쓰기에 대한 열정은 보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깜찍함을
경쾌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2장 이즈모 환상곡에서는 가히 환상의 책이라고 불리워질만한 <삼월은~>의 베일이 벗겨지는
부분이다. 사비로 만들어진 책, 200부가 출판되었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은 8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책...
병들어 피폐해진 소녀시절을 벗어나기 위해서 피를 토하듯 써내려간 책이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당황하게 된 소녀들...벗어나고 싶었던 시절의 이야기는 망령처럼 그녀들의 발목을 잡는다.
벗어나려 애쓰는 사람들과 밝혀내려는 사람들...
인생이 계획된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걸...
때로는 덮어둘줄도, 포기할줄도 알아야 한다는걸...
그리고 아주 조금은 책속에 묻혀있을 작가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3장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에서도 역시 책을 쓴다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화려한 외모와 행복한 소녀라는 이미지...
외롭고, 뭔가 부족한 소녀 시절에 알게 된 과거의 비밀...
거부할 수 없는 피의 부름에 부응하려는 소녀들...
두 소녀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밝혀내려 끈질기게 노력하는 편집자를 꿈꾸는 과외 선생...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제자의 꿈이기도 했던 책쓰기를 자신이 언젠가는 꼭 해내리라 다짐한다.
4장 회전 목마는 소설의 시작을 놓고 고민하는 작가의 이야기이다.
겨우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는 부분이기도 하고, 살짝 현실과 꿈의 이야기를 섞어 놓아
헷갈리는듯, 독자를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앞부분의 이해를 도와주기도 하는...
종합 선물 세트같은 부분이다...
베일에 싸여진...소녀들...꿈...붉은...파란...
모든것이 온다 리쿠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아주 즐거운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