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한국인들에 대한 것이라고는 구글의 블로그에서 찾아낸 '선물하는것을 좋아한다.'와 '지하철에서 서로 떠미느라 난리를 치른다.'는 것이 전부라는 작가. 뭐야? 왜,하필 그런걸!

그렇지만 작가 역시 자신을 포장하는 일에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어차피 우린 서로의 수치스럽다고도 할만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는 사이가 되었으니 좀더 솔직해질 수 있겠지?

주인공인 남자의 수다스럽고 소심한 성격답게 이 책은, 아내의 임금인상으로 생길 수 있는 남자의 유치한 의심, 질투로 시작된다. 어느것 하나 찌질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소심한 행동들, 생각들...

아내들의 꼼꼼함, 능력의 다양함을 이야기 하다가 남자인 자신이 망치질 하나에도 쩔쩔매며 손가락이나 찧고, 베이비인터폰으로 아내와 친구들의 수다를 엿듣다가 칭찬이 나오면 미친듯이 열심히 요리를 만들어 아내의 독신친구들을 모조리 유혹해 버리는 꿈이나 꾸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남자는 마피아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고, 젊어서는 하루종일 언제든 준비된(무엇이?) 대기상태였으며, 잠도 잘잤고 유쾌하며 행복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두아이를 둔 가장이 된 지금은 더이상 아빠가 아닌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듯 하다. 예전같으면 엄마들이 해야만 했던 일들- 아이들이 잠들때까지 책을 읽어주는 일, 혹은 아내가 비디오를 보며 운동을 하는 동안 공원에서 아이들이나 애완 동물  산책시키기등-을 하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존재...아직까지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양한 앙께뜨 조사를 하는 사람들 정도?(에고, 불쌍하다..)

레닌이 스딸린에게 당고위간부 임명권을 넘겨주면서 당에 대한 장악력을 점차 잃어간것처럼 남편은 아내에게 세탁을 넘겨주었고, 삶의 장악력을 잃게 되었다. 아내들은 언제나, 항상 옳고 바른 존재들이다...예전의 활기차고 멋졌던 남자는 어느새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보정속옷에, 향수병 환자, 뚱뚱한 대머리에, 게으른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다. (세상에~!!) 

결혼 생활이라는걸 오래할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에 안드는 순간이 '때때로'에서 '늘'로 바뀌고, '남자,여자'에서 '아저씨, 아줌마'로 넘어가는 고비에 선 사람들은 아마도 실없이 쿡쿡 터져나오는 웃음을 주는 이 남자를 도대체가 미워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가 느끼는 감정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걸, 여자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던 수다스럽고 소심하고 우울증적인 감정들을 이 남자가 서슴없이 털어 놓고 있는 것이다. 남자도 그렇다고...남자건 여자건 생의 길목에서 아무렇지 않게 서성이거나 흔들리고 있는 너와 나는 같다고...

마지막 문장, '그게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이 왜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지...
비록 인간박물관에 소심남다운 반항적 행동을 한 '남자'이지만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영원히 미워할 수 없을것 같다...남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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