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낯선 대륙에서 풍찬 노숙을 하던 혁명가들처럼' 끝없는 바다 건너 낯선 땅과 처음보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던 소년들, 준, 동길, 인호, 정수, 상진, 미아...
그들은 서로에게 이미 스치고 지나간 인연들이 되었지만 뭔가에 끊임없이 갈증을 느끼던 그 시절엔 그나마 서로가 돌파구가 되어주던 친구들이다.

쓸쓸하고 예쁜 이름...개밥바라기별...
지금의 내 나이에서 보자면 싱그럽다고도 마냥 귀엽다고도 할 수 있는 샛별같은 소년, 소녀들이 시절의 아픔들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기 보다는 안쓰럽다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내게 딱 그들과 비슷한 아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입으로야 젊어서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그만큼의 방황이 없어서야 어떻게 자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겠는가 하면서도 사실 내 아이가 '준'처럼 계속되는 방황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과연 나는 그 어머니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자식의 아픔은 부모에겐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준'을 비롯한 친구들의 방황이 그저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견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P82. 학교는 아이들의 개성을 사회적으로 거세하는 임무를 위하여 세상에 나타났다. 관습이나 기호는 법이나 제도로서 억압적으로 굳어진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들로부터 인간이 놓여날 수 있게 되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의 삶을 창조할 수 있다.

P88.눈썹을 건드리는 바람결의 잔잔한 느낌과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는 구름의 행렬, 햇빛이 지상에 내려앉는 여러 가지 색과 밀도며 빛과 그늘. 그러한 시간은 학교에서 오전 오후 수업 여섯 시간을 앉아 있던 때보다 내 삶을 더욱 충족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냥 놓아두는 것의 힘을 여기서 보게 됩니다.

P267. 며칠 지나면 다 그렁저렁 좋은 사람들이지. 생각해봐라. 제 힘으로 일해서 먹구 살겠다는 놈들인데 아주 나쁜 놈들이 있겠냐구. 나쁜 놈들이야 저 서울 번듯한 빌딩들 속에 다 있지.

P282. 헤어지며 다음을 약속해도 다시 만났을 때는 각자가 이미 그때의 자기가 아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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