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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장난
전아리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평점 :
<책 한 권 내지 않고도 ‘문학천재’로 불리며 수년간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전아리>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불공평하게도 어느 분야든지 꼭 특출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중 하나이다. 더군다나 실제 나이도 그렇지만 너무나도 앳된 모습의 사진까지 보고나서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었을까, 그녀의 머리속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하는 궁금증까지 가지게 한다.
10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모두,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모든 상황이 최악으로 보여지는 현실에 놓인 사람들...하지만 왠일인지 그 어둡고 습한 분위기를 풍겨대는 사람들을 미워할 수 도, 욕할 수 도 없는 나를 발견한다. 그저 내 가슴속에 남는것은 그들에 대한 애잔한 감정뿐...나는 그들과 같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세상의 모든것들로부터 소외된듯한 그들에게 도대체 다른 어떤 희망이 있었을까...
강신무(降神巫)의 아들로 조용한 전통찻집을 운영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강신무], 그 속사정이야 어떻든,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가장 반듯한 삶으로 보일만큼 고단하고 버겁고 어두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어느날, 느닷없이 남편은 다른 여자와 떠나고, 먹고 살기 위해 자존심은 잠시 팽개쳐두고, 서적 방문판매와 보험 외판원이라는 두가지 직업으로 전쟁같은 하루를 살아내며 자신의 상처를 일곱살 난 딸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달래려는듯한 여자의 [메리 크리스마스], 여장 남자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찍는 남자의 이야기 [내 이름 말이야], 아버지와 함께 밤무대를 전전하며 서커스를 하는 난쟁이 광대 이야기 [외발 자전거]...
그 외에도 [박제]-[작고 하얀 맨발]-[깊고 달콤한 졸음을]-[파꽃]-[범람주의보]-[팔월]까지 그동안 어디선가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들이지만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던 주인공들의 내밀한 집안 풍경을, 마음속을 들여다 본듯 조금은 민망하고, 두렵고, 가슴 아프지만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들게 하는 책이였다. 내게 아직은 낯선 작가지만 그녀의 내일이 은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