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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눈은 왜 생겼나 - 근대 유년동화 선집 3 ㅣ 첫 읽기책 4
강소천 외 지음, 원종찬.박숙경 엮음, 전미화 그림 / 창비 / 2014년 8월
평점 :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과학 동화인 줄 알았다. 읽어 보니 어린 시절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그 맘 때
좋아했던 옛이야기라 나 같은 늙은 엄마의 추억을 간질이는 동화책이었다.
‘동무’는 소꿉질하다가 벌어진 싸움에
편 좀 들어 달라고 끌고 나온 오빠 언니 들이 서로 알콩달콩 짝을 지어 자기들 할 일만 하니, 싸우던
둘도 오손도손 더 정다운 모습에 웃음이 났다. 어릴 적 놀이터에선 형제자매만큼 든든한 백도 없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에다 우리 아이는 외동이다 보니 마음이 아려 온다.
목수
영감님 덕분에 새 세상을 만난 ‘몽당연필’은 이제 할 일이 있다. 문득 나이 마흔이 넘은 나 역시 몽당연필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한참 쓰겠는데.”하며 집어 주는
이,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다면 볼펜대에 정성스레 끼워 쓰던 몽당연필처럼 언젠가 다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쓸 수 있겠지.
‘콩 눈은 왜 생겼나?’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는데, 한 끼에 콩 한 알만 볶아 먹으면 배가 불룩해지는 할머니, 콩과
함께 몰래 도망가던 숯 한 토막과 지푸라기 셋이 도랑물에 빠지는 모습, 너무 웃다가 배가 터져 버린
콩을 꿰맨 흉터가 바로 콩 눈이라는 기발한 설정과 묘사가 흥미진진했다.
애착
인형 ‘베개 아이’의 얼굴이 탈까 봐 그늘 아래만 찾아다니며 여러모로 지극정성인 베개 아이의 엄마 명애. 하지만 엄마가 안 보인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영락없는 아기의 모습에 저절로 엄마 미소를 지었고, “베개 아기의 어머니도 우나?” 하자 울음을 뚝 그치고 부끄러워하는
마지막 부분은 특히나 사랑스러웠다. 때가 꼬질꼬질, 헤져
너덜너덜해도 늘 함께 하던 어린 시절의 애착 인형이 떠오른다.
‘고양이’는 호숙이와 고양이의 대화를
통해서 고양이의 특징을 설명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솔새와 소나무’는 나무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엄마 잃은 작은 새를 거절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소나무는 작은 새가 쉬기에 따끔따끔했을
텐데 늘 푸르고 잎이 지지 않아 듬직해 보여서 지은이는 소나무를 선택했을까? 소나무는 작은 새 덕분에
왕바람 칼바람에도 말짱했고, 작은 새는 소나무 덕분에 추운 밤을 견딘,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는 푸근한 자연의 모습. 그나저나 작은 새는 엄마를 찾았을까?
전체적으로
정감 있고 재미난 말 표현이 돋보였다. 첫 읽기 책, 근대
유년 동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내용과 정서라서
엄마아빠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솔직히 조금은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