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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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 읽게 된 이유는 "에이미 애덤스, 게리 올드먼 주연 영화화!"라는 문구 때문이었다(거기다 줄리안 무어도 출연한다고 함ㅠㅠㅠㅠㅠ).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나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처럼 박진감 넘치는 (추리) 스릴러 소설과 그런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들의 마니아인 나에겐 참 반가운 일이었다. 원래는 영화를 본 후 책을 읽는 것을 조금 더 선호하지만 그동안 순서를 바꿔서 본 것도 많으니 이번에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튼, 대체적으로 결말이 중요한 추리 스릴러 소설인 만큼, 내용에 대한 스포는 빼고 책 리뷰를 진행하려 한다.*

이 책은 심각한 광장 공포증을 가진 아동 심리학자 애나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와는 별거 중이며, 광장 공포증으로 인해 수개월간 집 안에서만 살고 있었다. 그녀는 집 안에서 창밖의 이웃들을 관찰하기도 하는데, 어느 날 그녀는 러셀 가족에게 일어난 끔찍한 범죄를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나 경찰들은 그녀를 믿어주지 않았고, 나중에는 그녀도 그녀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그날 내가 본 것은 정말로 살인사건이었을까?”

책 초반에 많이 등장했던 단어는 "광장공포증"이다. 나에겐 굉장히 낯선 단어인데, 책을 읽다보니 조금 궁금해져 알아보았다. 광장공포증은 강박신경증의 한 증상으로 공황장애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말 그대로 광장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도움 없이 혼자 있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주 증상으로 하는 일종의 불안장애이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책에 몰입하거나 책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 없지만, 이를 알고 나니 주인공의 상황이나 심리가 조금 더 이해가 되었다.

이러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특징상, 책의 배경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멀리 나가봤자 집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밖의 모습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독자로서 때론 답답하거나 갑갑하다고 느낄 만도 한데, 이 책은 공간의 한계를 깨버리고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써 내려간다.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풀어갔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 )

어떤 사람은 이런 점을 '히치콕스럽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티븐 킹의 말처럼, 작가인 A. J. 핀은 필름누아르라는 거대한 배경 위에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다른 작가들의 찬사에도 매우 공감되는데, 그만큼 술술 잘 읽히고 몰입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다른 이웃의 모습을 창문 너머로 관찰하는 상황적 표현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책이 다소 두껍지만 시간만 된다면 밤을 새우면서 읽고 싶은 책.

작가는 훔쳐보는 사람이다. 독자도 그렇다. 이것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리라. 우리는 허구인 줄 알면서도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그들의 모험을 즐기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관음증보다는 깊은 공감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작가 A. J.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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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 독도와 외규장각 의궤를 지켜낸 법학자의 삶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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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백충현(1939-2007). 그는 독도와 외규장각 의궤를 지켜낸 법학자이다. 그는 동료들이 판검사로 인정받고 출세하려고 할 때 홀로 국제법 학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20대 후반부터 독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이 책에서는 <관판실측일본지도> 사료가 최초 공개된다.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명백하게 밝힌 사람이다.

 

독도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이 소멸되지 않았음을 등명, 재일 동포들의 지문 날인과 강제 퇴거에 저항하는 등 올곧은 양심으로 조국에 헌신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그 땀과 결과를 더 구체적으로 알고, 또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렇다. 이 책을 통해 한층 더 채워진 지식으로 당당하고 자신 있게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 국제법을 배우는 게 우리나라를 위해 공헌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점이 들었다. 국제법이라는 학문은 우리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백충현은 국제법이야말로 국익과 직결된 학문이라고 판단했다. 외국과의 협상, 관계, 조약 등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국제법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 국제적 지위 성장에 밑바탕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학문적 가치관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학문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 또한 그는 학자로서의 양심과 책무를 중요시했다.

 

백충현 교수가 여러 문제 중 특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부분은 바로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임을 증명할 수 있는 국제법적 자료를 찾는 것이었다. 특히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이 표기된 일본의 고지도의 발굴에 힘썼다. 이런 과정에서 일본의 유명한 지도학자인 이노우 다다타카가 1800년부터 1827년까지 17년 동안 일본 전체를 실측해서 18700년에 발행한 <관판실측일본지도>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관찬 지도인 <관판실측일본지도>는 총 4권으로 제작되어 있다. 의문스럽게도, 일본은 이 지도를 공개하는 것을 매우 꺼려 했다. 촬영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백충현 교수는 이 지도를 구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지도 전문 서점을 드나들었다. 결국 1998년 백충현 교수는 <관판실측일본지도>를 발견하게 되었고, 거액(1억 원)을 들여 한국으로 가지고 왔다.

개인의 노력이 만든 결과니 영예를 안을만도 한데,,,, 그는 나라의 각종 상황을 고려하여 <관판실측일본지도>를 고개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한동안 그는 관련된 논문 발표를 미루다가 지병이 악화되었다. 때문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지도는 아직 공개된 적이 없는 자료다! (2017년 책 출간)

    

 

위의 지도는 1870년에 정식 발행되어 `일본 지도 제작의 모본(母本)`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지도에 오키섬은 있지만 그 근처에 있어야 할 독도는 없다. 왜냐?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며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 우리의 땅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도를 보게 되어 매우 설렜고 벅찼다. <관판실측일본지도>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어 유익했다. 그동안 왜 이런 걸 기억하지 못했을까 하는 부끄러움도 생겼다. 그리고 이를 넘어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 개인을 위해 사는 삶보다는 우리 조국을 위해 살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학교나 어떤 캠프 등등에서 직업가치관 검사를 하면 나오는 항목 중에 하나가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국가의 유익과 발전 등을 위해 살고자 하는가? 에 관한 물음이다. 그러나 이를 자신의 직업 가치관 1순위로 뽑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3순위 안에 들기도 힘들다. 그만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보다는 나를 더 우선시하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 또한 많이 고민하다가 그 가치관을 대게 4순위에 배치하는데,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상황에 정이 가지 않고 막막하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이 판국에 대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상황에 나 한 명이 나라를 위해 산다고 뭐가 바뀔까? 나라를 도우려다 나까지 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아무튼 나 한 명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나라를 살린다는 건 조금 어렵게 들린다. 하지만 그 한 명이 수고한 땀과 발걸음을 누군가 본다면, 그 걸음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래서 누군가 그 걸음을 따라 건고자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국제법이 중요한지, 그것을 배우는 것이 유익한지 알게 되었다. 나는 법을 전공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 ) 앞으로 관심을 두려고 한다.

 

개인의 영예를 버리고 국가의 유익을 위해 가깝고도 먼 일본에서 지도 한 장을 찾아 헤매고, 다시 한 번 주어진 기회를 국가의 상황을 판단하여 기다리고 준비하다가 세상을 떠나신 고 백충현 교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제서야 그 수고가 인정받고 나라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에 기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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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기로 했다
앤드루 포스소펠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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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이 나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책 표지 제목 아래 써진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라는 말이 그래서 더욱 와닿았다. Walking to listen.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리고 나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걷는 길! 책을 읽으며 그런 여정을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앤드루 포스소펠은 23살 대학 졸업 후 무작정 걷기 여행을 떠났다. 새로 그려나가야 할 미래에 대한 고민과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보기 위해 배낭여행을 시작했고, 6400km를 걸었다. 이 책에는 그가 그 길을 걸으며 만난 사람들, 배운 점들, 생각한 고민들 등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그는 201110월 부터 20129월까지 펜실베이니아주 채즈퍼드에서 캘리포니아주 하프문베이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땅을 밟았다. 교도소 재소자, 메시아 지망자(?), 누드 클럽 회원인 할머니 등을 만났고 사막과 습지대 등 다양한 구역을 거쳤다. 다양한 곳에서 잠도 잤다. 예컨대 그의 여행의 첫날밤은 다리 아래에서 보냈다고···. 그만큼 결코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음이 보인다. 사막에서 길도 잃고 식중독에도 걸리고 먹을 게 없어서 굶기도 하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여행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터닝포인트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만약 당신이 스물세 살로 돌아간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라고 질문했다. 77세 할머니는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자신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늘 죽음을 걱정했다는 그 할머니는 지금까지 살면서 걱정했던 것 중 진짜로 일어난 게 거의 없다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또한 "맨발로 더 가라, 너무 착하게 살지 말라"고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폴 피치씨는 대리 손자로 활동하며 만난 70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할아버지는 네가 어디에 있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재미없으면 그냥 나와버려. 제기랄, 하고 그냥 나오려무나라고 말했어요. 감탄했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보통 나는 책을 '읽는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번엔 여행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쉽지만은 않았고, 외롭지만도 않았던 배낭여행기를 들으며 나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꼭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낯선 환경에서 마주하는 나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만날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아무튼 그만큼 이 책은 떠나고 싶게 하는 그 이상을 넘어서 나의 이야기를 만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다른 이야기를 듣는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저자는 '듣기 위해 걷는 중'이라고 써서 배낭에 알림판을 걸었는데, 나는 어떤 문구를 걸고 여행을 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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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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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는 다수와 주류의 폭력에 맞선 사람들과 함께한 변호사들의 변론기인데, 평소 관심 갖지 못했던 사건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때론 공감하고 때론 분노하며 세상에 일어난 많은 일들을 알아갈 수 있었다. 어떤 양형 이유또한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법정 내면의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 여러 곳 다양한 사건의 경험이 있는 박주영 판사가 판사가 아닌 사람의 시선으로 기록한 책이라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판사가 짊어져야 할 무게들, 법의 말과 사람의 마음속과의 갈등. 이 책을 통해 그 고민과 신음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했다.

 

책을 처음 본 순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양형 이유'의 의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양형'이라는 단어를 들어보거나 사용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궁금했다! 프롤로그에서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양형 이유'라는 것은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설시를 모두 마친 후 판결문 마지막에 이런 형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판결문은 법적으로 모든 감상은 배제해야 하는 글이다. 그러니 형사 판결문의 '양형(量刑) 이유' 부분만이 그나마 판사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 것이다. 빡빡하고 딱딱한 법속에서 조금이나마 판사들이 숨통 틀 수 있는 곳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대로 책 속에는 세상에 묻힌 수많은 사건들과 말 못 할 사정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피해자의 아픔에 나도 너무 아팠고, 가해자의 잔인함에 몸이 떨렸다. 화가 났다. 이런 사건을 달고 사는 판사들, 변호사들 등등 관련된 분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건이 크든 작든 그 부담감과 신중은 계속되리라.

 

아무튼 사건에 대한 간결한 소개와 깊이 있는 생각들이 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평소 이런 책을 읽어본 적 없는 엄마도 몰입해서 훌쩍 읽어버렸다. 세상을 조금 더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역시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양형 이유'였다. 중간중간 사건들의 양형 이유를 읽을 수 있었는데, 그동안 여기저기서 봐온 판결문의 대부분은 첫 자부터 마지막 자까지 딱딱하고 전형적인 느낌이라면, 양형 이유는 정말 사람이 쓴 글 같았다. 다음은 책 속에 소개된 사연 중의 하나인 '선박건조 현장 산재사건' 판결문의 양형 이유 중 일부이다.

 

···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삶이 있는 저녁'을 걱정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다수 존재한다는 현실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

거듭 강조하지만, 우주상에 사람의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빈부나 사회적 지위, 근로조건의 차이가 현저한 여명餘命의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는 암울하다. 개별 피고인들 전부에게 예외 없이 금고형과 징역형을 선택해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는, 생명은 계량할 수 없는 고귀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자 함에 있다.

선박건조 현장 산재사건 판결문의 양형 이유 (98p)

    

노동은 신성한 행위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며, 사람의 생명은 하나같이 고귀하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아니, 무엇이 더 나은 삶과 행복을 만드는지 알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한다. 오히려 노동의 강도가 세고 더 위험할수록 일하는 현장은 더럽고 아슬아슬하며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고 무시하고 피한다. 이게 현실이다. 나라고 뭐가 달랐을까.

 

위험을 외주화하고 하루 평균 노동자 다섯 명이 사망하는 나라. 하루 평균 노동자 다섯 명이 사망해도 원청업체의 이윤이 늘기만 하면 죽음도 기꺼이 용인하는 나라. 하루 평균 노동자 다섯 명의 죽음을 용인하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연 매출 수조 원의 대기업에 가해지는 형벌이 고작 벌금 1,000만 원이 전부인 나라. 우리나라.

 

이 사실을 이미 수차례 안 바 있기에 이 사연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나에게도 한 생명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돈보다 생명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소중하기에.

 

이 외에도 여러 사건과 판결문 중 양형 이유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당장 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물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역시 무서운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온 이 삶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내가 배운 지식과 내가 가진 기술로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내게 주어진 힘으로 약한 자들을 섬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슬프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법원. 슬프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는 법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판사. 그중에서도 정말 정직하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그런 사람들.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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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는 뇌 상식사전
이케가야 유지 지음, 박소현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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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는 뇌 상식사전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많이 보일까?

 

1. 잘못 울린 건가? 상황을 지켜보자

2. 불이다! 도망가자!

 

정답은 : 1! 잘못 울린 건가? 상황을 지켜보자

 

왜일까? 우리는 분명 화재 경보기가 울리면 도망치라고 배웠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잘못 울린 거라 생각하며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우리의 뇌는 경고를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일어날 수 있는 재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을 지금 상황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얼룩말의 줄무늬에 대해 물었다.

사람들은 어떤 대답을 많이 했을까?

 

1.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

2.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

 

정답은: 1번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

 

우리 뇌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마음에 드는 쪽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이지만, 흑인에게 물으면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인 것을 보면.

다시 생각해보면, 얼룩말의 서식지는 아프리카이니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더 옳다고 할 수도 있다. '옳다'라는 가치는 그 사고방식에 얼마나 오랫동안 익숙해왔는가에 따라 결정되므로 개인이나 사회가 달라지면 완전히 무너지게 마련이다.

 

위의 문제들처럼 책 착각하는 뇌 상식사전에는 생활 속 판단 오류를 일으키는 사고를, 알기 쉽게 흥미로운 문제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80문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생활 속에서 쉽게 겪는 사례와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알고 있던 사실도, 그리고 전혀 모른채 감쪽같이 속고 있었던 사실까지도!

 

점심으로 매운 라면이 먹고 싶었다. 때마침 건너편에 유명한 라면집이 있어서 재빨리 가서 줄을 섰다.

그런데 그 가게는 치즈 라면으로 유명한지 주위 손님들이 모두 치즈라면을 주문하고 있었다.

이때 매운 라면이 먹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행동을 취할까?

 

1. 처음 희망한 대로 매운 라면을 주문한다

2. 간판 메뉴인 치즈 라면을 주문한다

 

사람은 주변의 의견에 휩쓸리기 쉽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아주 옛날에 TV 프로그램인 스펀지에서 본 기억이 생생히 난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대충 이런 실험이었다.

어떤 과자의 맛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분명 이 과자는 A 맛인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B 맛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A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따라 B 맛이 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이것을 '동조압력(사회적 압력)'이라고 한다. 동조 압력은 유행이나 베스트셀러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주가 폭락이나 사회적 공황에도 숨어 있는 뿌리 깊은 원리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 친구들이 다들 결혼해버렸다."라고 말할 때의 '다들'이란 몇 명일까 조사했을 때, 세 명 이상을 말하는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 명 이상이 되면 '다들'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으로 변한다. 유사한 표현으로는 "항상 지각한다" "어딜 가나 판매 중이다"가 있다.

 

오늘은 중학교 졸업식 날이다.

학생들은 3년간의 학교생활을 떠올리며 어떤 감회에 젖는 경우가 많을까?

 

1. 눈 깜짝할 새 3년이 지나갔구나

2. 기나긴 3년이었다.

 

어떤 일이든 지나간 후에 돌아보면 순식간인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관련된 것 중에 '압축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옛날 일은 최근으로, 최근 일은 옛날로 시간축이 이동해 마음속 시간이 압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떠올리는 과거는 10~20대 시절의 경험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거꾸로 아주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옛날에 일어난 일처럼 느낀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예시를 통해 이 책이 알려주는 것은 "인지 편향"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인지 편향이란 사고나 판단의 습관을 말하는데, 이 습관은 수상하기도 하고 종종 기묘하기도 하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경우도 있다.

실제로 우리의 감은 유익한 쪽으로 발달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직감을 믿어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따금씩 예상 외의 조건을 맞닥뜨리면 직감은 희한한 대담을 이끌어내는데, 이것이 인지 편향이다. , 인지 편향이란 우리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려고 최적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함이다.

인지 편향은 착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쉽게 함정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수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뇌의 습관을 하나씩 이해하고 알아간다면 쓸데없는 충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뇌를 알면 알수록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진다고 한다. 여러모로 뇌에 대해 알아가고 공부하는 것은 흥미롭고 유익한 일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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