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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
케이트 보울러 지음,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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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라는 책의 제목 때문이었다. 모든 일은 다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 가운데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온 나의 신념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암 그렇고말고.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저자이자 책의 주인공인 케이트 보울러(Kate Bowler)는 듀크 대학교 신학대학원 조교수로 북미 기독교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특히 번영신학을 연구하던 그는, 2015년 만 35살에 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이 책은 암 선고를 받은 이후 그녀의 생각과 고민들, 삶에서의 처절한 몸부림 등을 기록한 것이다.

 

번영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기에, 책 곳곳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온다. 사실 나도 번영신학은 처음 들어보는 부분이라 흥미로웠다. 번영신학은 믿기만 하면 언제나 방법이 있다고 보장하는 것이다. 그녀는 번영신학을 따라 어떤 고난이 자기에게 닥쳐와도 하나님이 방법을 찾아주실 거라 믿었다. 때문에 어떤 고난이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4'라는 고난과 맞닿은 이후로, 이제 더는 그렇게 믿지 않았다.

 

이러한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은 암 이전과 이후, 그리고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질문들에 대하여 마음을 정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암 4기와 같은 겉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아픔을 가졌던 적이 없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도, 중요하게 여기는 시험에서 떨어진 적도, 내 모든 걸 포기해야 할 정도로 아파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내가 암 선고를 받았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들지... 잘 모르겠다. 아직은 감이 안 온다. 다행히 서문에 기록된 질문들을 통해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며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왜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내가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

정말로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내게 일어나는 일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을 내려놓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혼란스러웠던 그녀의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던 그녀의 마음은,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인 것 같다.

"그들은 따뜻한 나무 성소에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읽고 간절히 기도했다. 정말로 간절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겹겹이 촘촘한 그런 기도 말이다. 예배를 마친 사람들은 병원으로 찾아와 이어달리기 선수처럼 교대해가며 내가 회복될 때까지 기도해주었다. ··· 그들은 초보 암 환자인 나의 삶에 첫 번째 교훈을, 곧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것은 자부심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72p~)"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런 현실이 나를 사랑으로 가득 채웠다. 아들을 향한 사랑, 친구들과 가족을 향한 사랑, 수술 직전까지 내 손을 꼭 쥔 채 곁에 앉아 있는 남편을 향한 사랑. (75p)"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나를 사랑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날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주어진 시간 가운데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떠올리고 정리하며 그동안 내가 사랑했던 것들,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한 것들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더불어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함께 울며 고통을 나누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게 될 것 같다. 미안함은 물론.

 

병상에서는 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외로움도 가득할 것이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떠나면 온갖 기계 소리만 들리는 속에서 아주 외로울 것 같다. 그리고 외로움이 커져 두려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어릴 때부터 병원을 싫어했다. 병원 냄새만 맡아도 싫었다. 그냥 그 약품 냄새 자체로도 아픔과 두려움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런 환경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우면서도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떤 사람은 아들을 위해, 또 남편이나 아내를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병마와 싸울 것이다.

결국 케이트 보울러는 "나는 죽는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라며 책을 마무리한다. 그녀는 책 곳곳에 "나는 현재에 갇혀 산다"와 같은 표현들을 사용했는데, 죽음을 앞둔 사람의 처절함과 희망 없음이 와닿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 현재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닌, '현재를 사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랑은 현재를 충실히 살도록 한다. 미래에 대한 잘 세워진 계획들은 땅 위에 흩어진 부스러기다. 그녀는 그의 꿈과 행동과 바람이 잭(아들)과 남편을 위해 흔적을 남길 수 있기를, 그래서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든지 간에 그들이 찾는 것은 다 사랑이기를 바랐다.

잘 배웠다. 오늘을 살고, 오늘을 사랑으로 채우자.

 

 

부록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해주면 좋은 말

 

울고 있는 친구들을 위로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나같은 사람들에겐 이런 것이 필요하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가이드(?)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힘을 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비록 짧은 부록이지만 책만큼이나 알찬 도움이 되었다! 여러 항목들 중에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 ) (더불어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말들도!)

 

1. 해서는 안 되는 말

 

- "우리 이모가 암에 걸리셨을 때 ···."

 

우리는 보통 공감해보려고 애쓰며 이런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그 분은 당신과 함께 이 슬픈 여정을 보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우울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들을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 "그래, 치료는 어떻게 되고 있어? 정말 괜찮은 거야?"

 

위의 이유와 비슷하다. 상대가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가? 차라리 포옹을 하고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을 것이다.

 

2. 해주면 좋은 말

 

- "이번 주에 먹을 걸 싸가고 싶은데, 관련해서 이메일 한 통 보내도 될까?"

 

배가 고프지만 대부분은 뭐가 필요한지 잘 생각이 안 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뭣이든 가져다 주는 것! 지우개든 뭐든~ 선물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

또한 치료를 받는 동안 볼만한 유튜브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 침묵.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편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은 이걸 원한다... . "입 다물고 곁에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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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힘이 될 때 - 깊고 단단한 나를 위한 인생 강의
천궈 지음, 고상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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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궁극적으로 우리 인생을 결정짓는 오래된 물음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성공한 인생인가’의 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뭔지, 감사가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해 소개하며 아름다운 성장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인 천궈는 푸단대학교 철학 교수다. 강의 영상이 큰 화제를 끌었고, 중국 대륙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생 명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왜 그의 강의가 2억 청춘을 사로잡은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로 깊고 단단한 인생 강의가 펼쳐진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따뜻하고, 위로가 되며, 또한 용기지혜를 주는 좋은 책이다.

 

 

 

고독이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쓸쓸하고 외로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정의하고 제시하는 진정한 고독의 의미는 '충실하고 왕성한 정신적 활동을 느긋하게 소화하고 유유자적하게 곱씹으며 고요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태도'이다.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르다. 고독은 자아를 즐기고 혼자만의 충만하고 행복한 정신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가질 자격이 없다. (258p)

사랑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누리고,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 바로 감사 표현의 이상적인 본질이다. 이 과정은 기쁘고 편안하며, 평화롭고 진실하다. (260p)

타인이 베푼 선의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게 아무리 내 가족이고, 내 친한 친구여도 그가 나를 위해 들이는 시간, 애정, 돈 등은 정말로 소중한 것이다. 그동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몰랐다면, -감사했지만 표현하지 못했더라도- 지금부터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 감사를 표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나 자신도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사랑과 관심, 이 외에도 소중한 것들을 내어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론 혼자인 것만 같은 외로움에 휩싸이곤 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용기를 주는 책인 것 같다. 또한 '나 자신'을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 열심히 살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의 시간을 고독의 시간으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에 고독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을 깨닫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사랑을 많이 주고 많이 받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좀 더 나납게, 그리고 좀 더 진실하게!

깊고 단단한 나를 위한 인생 강의, 귀한 강의를 잘 읽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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