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기로 했다
앤드루 포스소펠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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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이 나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책 표지 제목 아래 써진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라는 말이 그래서 더욱 와닿았다. Walking to listen.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리고 나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걷는 길! 책을 읽으며 그런 여정을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앤드루 포스소펠은 23살 대학 졸업 후 무작정 걷기 여행을 떠났다. 새로 그려나가야 할 미래에 대한 고민과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보기 위해 배낭여행을 시작했고, 6400km를 걸었다. 이 책에는 그가 그 길을 걸으며 만난 사람들, 배운 점들, 생각한 고민들 등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그는 201110월 부터 20129월까지 펜실베이니아주 채즈퍼드에서 캘리포니아주 하프문베이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땅을 밟았다. 교도소 재소자, 메시아 지망자(?), 누드 클럽 회원인 할머니 등을 만났고 사막과 습지대 등 다양한 구역을 거쳤다. 다양한 곳에서 잠도 잤다. 예컨대 그의 여행의 첫날밤은 다리 아래에서 보냈다고···. 그만큼 결코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음이 보인다. 사막에서 길도 잃고 식중독에도 걸리고 먹을 게 없어서 굶기도 하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여행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터닝포인트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만약 당신이 스물세 살로 돌아간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라고 질문했다. 77세 할머니는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자신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늘 죽음을 걱정했다는 그 할머니는 지금까지 살면서 걱정했던 것 중 진짜로 일어난 게 거의 없다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또한 "맨발로 더 가라, 너무 착하게 살지 말라"고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폴 피치씨는 대리 손자로 활동하며 만난 70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할아버지는 네가 어디에 있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재미없으면 그냥 나와버려. 제기랄, 하고 그냥 나오려무나라고 말했어요. 감탄했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보통 나는 책을 '읽는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번엔 여행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쉽지만은 않았고, 외롭지만도 않았던 배낭여행기를 들으며 나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꼭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낯선 환경에서 마주하는 나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만날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아무튼 그만큼 이 책은 떠나고 싶게 하는 그 이상을 넘어서 나의 이야기를 만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다른 이야기를 듣는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저자는 '듣기 위해 걷는 중'이라고 써서 배낭에 알림판을 걸었는데, 나는 어떤 문구를 걸고 여행을 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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