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수업 - 삶이 변화되는 로마서 공부
이인호 지음 / 두란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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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예배에 다녀오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새벽 기도가 내 가족과 지인 들의 평안을 구하는 데 그친다면 옛날 어머니들이 정화수 떠 놓고 드리던 기도랑 뭐가 다를까? 내 믿음이 무엇을 향하고 있지? 문득 들이닥친 질문에 난 답을 하지 못했고, 내 기도는 길을 잃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나라, 사명, 무수히 들은 말들은 내면의 바깥에서 맴돌기만 할 뿐 내 기도에 간절함을 더하지 못했다. 그저 이론으로 익힌 피상적인 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 모든 대의는 내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못했다. 기도가 부끄러워지고 신앙도 기쁨을 잃었다. 난 회의의 늪에 빠졌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믿어야 하지?

이 책은 서문에서 은혜와 복음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나의 피상성에 방향을 짚어주는 이정표를 발견한 기분. 아, 이거다. 싶은 마음이었다. 내용도 역시 그랬다. 내 믿음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 처음부터 끝까지 그분만을 믿는 믿음. 복음은 그렇게 살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소식이었다. 처방전과 처방 약으로 비유한 복음과 율법의 차이는 내가 어디에 얽매여 살아 왔는지 가르쳐 주었다. 무엇보다 성화가 영향력이 아니라 복음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은 방향 없이 떠돌던 신앙에 길을 내주었다. 순종이 어려운 율법을 지킴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씀도 뻔하지 않았다. 어떻게 복음이 몸을 통해 순종으로 이어지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정말 비어 있는 믿음에 살을 채워주는 말씀이었다. 공부할 때 기초가 부족하면 응용이 안 된다. 기초를 다시 잡아줘야 응용문제도 풀 수 있다. <복음 수업>의 설명은 믿음을 삶에 응용할 줄 모르는 신앙의 어린아이에게 기초를 다져주는 복음이었다. 믿음의 공백이 말씀으로 채워지면서 단단해지는 은혜가 넘친다.

믿음은 한번 들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복음을 반복해서 들어야 구원 받는 생명으로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말씀도 마음에 와 닿았다. 이미 들은 복음이라고 난 그동안 복음을 반복해서 듣는 일을 소홀히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복음을 제대로 반복해서 듣는 일이 믿음을 견고하게 세우는 일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복음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믿으면서 내 안의 육신은 죄의 자기 중심성을 드러내며 믿음을 반석 위가 아닌 모래 위로 옮겨 놓고 있었다. 

이제 새벽에 나서는 길이 믿음의 고백으로 채워지고 있다. 복음을 묵상하는 하루에 성령님의 동행을 구하며 산다. 여전히 나약하지만, 날마다 복음을 들음으로 주님을 향한 믿음의 발걸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길 구한다. 그리하여 자기 중심성을 넘어서 구주이자 주님께 순종하는 삶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로마서의 복음이 얼마나 귀한 말씀인지 깨닫게 해준 <복음 수업>에 깊이 감사하고 싶다. 책을 읽고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선물하고 있다. 피상적인 복음이 아닌 제대로 아는 복음이 얼마나 믿음에 풍성함과 기쁨을 주는지 그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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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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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가 팟캐스트에서 낭독할 때 듣고 마음에 남았더랬다. 그 후에도 몇 번 여러 사람이 소개하는 목록에 이 책이 있었다. 궁금했으나 품고만 있다가 앤드류 포터의 신작 [사라진 것들]을 먼저 보았다. 삶의 미묘한 느낌을 이토록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면서 바로 이 책을 찾아 나섰다. 먼저 읽은 책의 느낌이 너무 세서 그런가, 이 책은 내게 그리 강렬하진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내내 아스라히 사라지지 않는 느낌이 있다. 기억에 남는 삶의 한 순간, 누구나 느꼈을 법한 어렴풋한 감정을 생생하게 박제해 놓는 느낌. 살아있는 느낌을 벽 한 켠에 붙여놓고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잔상이 짙고 느낌은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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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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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자기 형태와 색을 가지지 못하는 그림자처럼, 편집자는 잿빛 어둠에 숨어 있는 존재다. 살아있는 모든 책에 반드시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형태와 색은 없다. 전면에 나서는 적이 없는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소설이라는 사실에 끌려서 책을 샀다. 심지어 저자가 내가 좋아하는 김혜진 작가다. 

김혜진 작가 특유의 수줍은 듯 덤덤한 말투, 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세심한 서술로 시작되는 이야기에 가슴이 뛰었다. 소리 없이 뜨거운 애정을 단단하게 지켜나가는 편집자의 수줍음과 열정을 그 문체로 보여주다니 영화에서 딱 맞는 배우가 역할을 소화해 주는 쾌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표현 못했고, 인지하지 못했던 일의 감정과 고단함과 의미를 풀어주는 문장마다 밑줄을 그어가며 순식간에 읽었다. 나, 이 작가의 글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난 작가의 문체가 정말 좋았다. 편집자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서술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딸에 대하여]도 문장에 밑줄 그어가며 여러 번 읽었는데, 이번에도 미치도록 글이 좋다.  

다만 주인공이 너무 편집자의 정석과도 같아서 좀 괴리감을 느꼈다. 주인공 본인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천상 편집자였던 사람.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 본질을 지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의문이 남았다. 마냥 관찰자의 시선으로 소설을 대하긴 어려운 입장이라 그랬을까, 소설가가 쓴 편집자의 삶이 낯설다. '편집' 업에 대한 고민은 늘 있는 일이니 뒤로 젖혀 두고, 김혜진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야겠다. 한 사람의 일을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가 참으로 매혹적이라 그 감각을 계속 마음에 채우고 싶다.  


글을 마무리하다, 문득 소설의 제목이 떠올랐다. 끝까지 살아 남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담아 내 것으로 만들어 냈느냐의 문제, 작가가 편집자의 삶을 이야기하며 보았던 건, 그 마음 아닐까, 자신을 온전히 쏟은 마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업을 이어가지만, 그 마음은 같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연주하는 업. 그게 출판이다. 이 소설은 그들 중 마음을 지켰던 어느 한 구성원의 이야기고,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다른 이들을 향한 응원이자, 헌사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도록 그녀에게 열정은 한순간 사람을 사로잡는 무엇이었다. 그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고,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열정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일깨우고 유지하는 의지라는 것. 그것이 향하는 곳은 따로 있었다는 것. - P34

그녀는 사람을 대할 때의 미숙함을 글을 대하는 데서 채우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일에 대한 어떤 마음을 지키기 어려울 거라는 막연한 예감때문이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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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를 깨운다 - 제자훈련의 원리와 실제
옥한흠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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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둔 채 보아온 지 여러 해이다. 몇 번 들춰보기도 했다. 참고 서적으로 자주 보아왔기에 읽었다 느꼈지만 완독은 처음이다. 그렇듯 익숙하나 실은 속 내용을 정확히 접하지 않았던 책. 제자 훈련의 이론과 실제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봐서 알고 있는 내용이려니 했다. 그런데 새로웠다. 심지어 제자 훈련을 받았는데도, 난 정말 참 뜻을 모르고 훈련만 받았구나 싶다. 

어떤 일이든 기저에 깔린 기본 철학을 이해하고 행하는 일과 아는 줄 알고 행하는 일은 차이가 있다. 그저 상용화된 프로그램처럼 덤덤하게 느껴지던 제자 훈련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한 목회자의 열정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평생을 고스란히 바쳐 이룩한 제자 훈련 이면에는 이런 고민과 철학이 있었구나 접하니 좋았다. 제자 됨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진중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열정이 녹슬지 않고 책 안에서 이토록 새롭게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정말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고민을 하고 평생을 바치셨구나 싶다. 귀한 책이었고, 읽는 내내 귀한 마음 이어받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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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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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이란 제목처럼,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 하늘색 같다. 같은 듯 매일 다른 색과 풍경처럼 각기 다른 인물들이 다른 듯 비슷한 따듯함을 지녔다.
로봇의 말들이 왜 이리 눈물을 자아내는지, 우린 콜리처럼 그저 우리를 이해하려고 듣는 이가 필요한 지 모른다. 들어주고 바라봐 주는 이가 있다면 사람은 스스로 상처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힘껏 달리지 않아도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같이 나아갈 수 있다.
너무 많은 생각이 아니라 콜리처럼 단순한 사고 방식이 오히려 필요한 때도 있다. 기술과 공존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나 다움과 우리다움은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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