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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
제럴드 L. 싯처 지음, 마영례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아픈 고통과 의심은 믿음으로 꾹꾹 눌러볼 노력도 하기 전에 날 잡아먹기도 한다. 그땐 그걸 버티는 것만으로 힘들다. 믿으라는 말이나, 기도하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내가 지금 믿음이 없어서 그렇다고, 기도 안해서 그렇다고 지적하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딸을 지켜달라는 기도를 하고, 사고로 황망히 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저자는 응답 받지 못한 기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성경은 이렇게 말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고통이, 하나님께 버림받은 것만 같은 절망감이 어쩔 수 없이 가슴에 꽈리를 트는데, 그에게 건넨 수많은 사람들의 말이 가슴을 더 아프게 헤집을 수 있다는 걸 저자는 충분히 안다. 그래서 그가 건네는 질문은 같지만 답을 이야기해주는 마음이 다르다.
고통과 거절, 회의, 절망의 밑바닥에서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분노와 의심을 꾹꾹 누르며 그저 믿기보다는 어떻게 하나님께 그 마음을 들고 나갔는지를 들려준다. 섣불리 하나님은 선한 분이시니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우리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말,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실 터이니 믿어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삶이 얼마나 많은지 저자는 이해한다.
저자는 아픈 마음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갔을 때,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를 다루셨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간증집은 아니다. 내가 경험했으니 당신에게도 그러실 거라는 이야기 따윈 하지 않는다. 그저 기도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하나님을 찾았고, 그 날 이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 하나님을 들려준다. 그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 아픔이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될 아픔이라는 게 글을 통해 느껴져서 먹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로 과거의 일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하나님과 함께 바꿔갈 수 있다고 증언해 준다. 아픔도 인정하지만 여전히 그리움에 아픈 그는 우리가 하나님이 역사를 통해 이루실 뜻과 우리가 드리는 기도 사이에 있는 긴장 속에서 산다는 걸 알려준다.
그 말이 몹시 위로가 되었다. 기도는 고통을 없애주지도, 과거를 되돌려주지도 않는다. 기도해도 고통은 고통이다. 미래가 바뀌어도 잃어버린 상실감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천국에 이르기까진 하나님의 뜻과 우리 기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살아가야 한다. 아는 이야기 같은데도 다르게 들린다. 이제야 인정할 수 있다는 느낌, 난 저자의 위로와 격려를 받아들였다. 하나님이 길을 만들고 계시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동안 기도에 관한 무수한 의문을 품고 기도 책을 읽고 나서 그대로 못하는 나를 자책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하나님 앞에서 울' 수 있게 해주었다. 아픔을 안아주는 힘이 커서 저자의 다른 책들도 다 읽어보고 싶다. 마음이 아프고 나서 신앙 서적을 읽기가 힘들었는데,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길이 보일 것 같다. 이제는 그저 울기 위해서 하나님 앞에 서도 괜찮을 것 같다. 하나님의 침묵이 그분의 부재는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 책이다.
진리는 신으로서의 하나님과 인간으로서의 하나님 사이에 있는 긴장 속에, 그리고 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과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역사를 형성해 가는 우리의 기도 사이에 있는 긴장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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