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350:1의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작품인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는 지옥에 세를 준 하숙집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관심을 끌었다. 문득 중화권 작가를 떠올리게 했던 '리러하'라는 이름은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작가님의 필명이었다.


10년 전 갈 곳 없는 서주를 거두어 키워주고 재워 준 할머니와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숙집을 쓸고 닦으며 함께 살아온 서주는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며 괴롭히는 망나니 둘째 아들보다 훨씬 가족 같다. 다 쓰러져가는 폐가 같은 하숙집에 새로 들어왔다는 하숙생은 밥맛을 뚝 떨어트리는 믿기 힘든 행동을 이어가는데 더 충격적인 할머니 말씀은 이번에는 지옥에 세를 주었다고 한다.


뭔가 죄를 지은 듯 경찰을 무서워하는 김씨 아저씨, 방 안에 틀어박혀 절대 나오고 있지 않는 하숙생까지 죄다 이상한 사람들 투성인데 지옥에서 오고가는 죄수들까지 보게 생겼다. 거기다 지하실에는 뿔 두개 달린 악마마저 살고 있다니...


80대에도 정정한 할머니를 기절시키고 서주의 일상까지 힘들게 하는 망나니 둘째 아들이 어느 날 집에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떤 판단과 결정을 해야할지 망설여지던 서주는 매번 도와주었던 지하실의 악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진짜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보다 나은 할머니와 서주, 진짜 지옥은 아니지만 지옥같은 모습의 집에서 서주와 악마가 나누는 관계와 설정은 가벼운 듯 하면서도 진지했고 위험하면서도 안전하게 힘든 상황과 위기를 돌파한다. 톡톡튀는 문체와 전개 속에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잔함이 있었고 묘하게 어울리는 로맨스도 있었으며 갑자기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가 잘 키워 맞춰지기도 한다. 내내 짠했지만 매사 용감씩씩한 서주 모든 것이 초기화되었지만 지옥에 세를 준 할머니 덕분에 만기되지 않을 계약서를 얻었다. 독특한 설정 속에서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였고 등장인물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내 이름이 써 있는 책이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며 어떤 미래가 다가올 것인지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면...이 설정에 이끌려 만나게 된 소설은 독특한 소재과 상상으로 이야기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도서관 사서에서 기자 보조원이 된 벤은 취재하면서 알게 된 하임 울프와 친구가 된다. 요양원에서 지내며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울프는 자신이 소중히 간직한 위스키를 변호사에게 맡기고 그 위스키는 벤에게 전해진다.


우연히 서점에서 뒷면에 자신의 이름이 써있는 책을 발견해 사온 벤은 현재 자신이 있는 집의 모습과 상태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책에 놀란다. 그리고 책은 지금부터 벤이 해야 할 일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한 남자가 곧 벤의 집으로 찾아와 문을 부수고 들어올 예정이니 가방에 위스키와 책을 챙겨 창문으로 도망치라고...


그렇게 위스키와 책을 들고 '바없는 바'라는 오래된 술집에 찾아들어간 벤은 그 곳의 주인 벤처 부인과 바텐더 오스나트를 만난다. 그리고 울프가 남겨준 위스키를 마시게 된 벤은 자신도 모르는 어떤 영상들이 절로 떠오르고 울프가 남겨 둔 암호를 기억하게 되는데...그런 벤에게 벤처 부인은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전해준다.


울프는 어떤 경험들을 타인에게 이식해줄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고 남겨두기 위해 음식 속에 담아두는 방법을 찾아냈다. 세계 대전을 겪은 경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경험, 사랑하는 감정 등...때론 경험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팔기도 한다. 하지만 울프가 염려한 대로 누군가는 그 경험들을 모아 악용하려 하는데...


경험치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인생에서 원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면 그리고 위기 때마다 얘기해주는 책을 만날 수 있다면...벤이 가방에 챙겨간 위스키와 책처럼 경험과 조언을 얻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이 참 든든할 것 같다. 철학적이면서도 동화같았던 소설은 삶을 좀 더 용기내서 스스로 이끌어가라는 메세지와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마다 각자의 암호로 풀어가며 해석하는 과정을 선사하는 만큼 벤이 위기 때마다 책을 펼쳐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다가올 날들에 안내서가 되주길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가 사라지던 밤 1 나비사냥 3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비사냥>,<시그니처>에 이은 세번째 이야기 <소녀가 사라지던 밤1,2>은 7년 전 발생했던 두 소녀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새로운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제 형사이신 작가님의 생생한 사건의 경험은 소설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나 주인공 하태석 형사가 쫒아가는 열정적인 수사과정에서 리얼하게 전달된다. 처음 만났던 <시그니처>에서 받았던 강렬한 기억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했다.


7년 전 두 소녀의 실종사건에서 징계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왔던 하태석은 당시 실종사건의 유력 용의자였지만 풀려놨던 김동수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김동수를 죽인 범인으로 잡힌 사람은 7년 전 실종된 소녀 미순의 아버지와 선미의 언니 유미였다. 왜 갑자기 두 사람이 김동수를 죽인 것일까? 어떻게 김동수를 찾아냈을까? 미순과 선미에게 미안한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던 태석은 미제사건전담팀에 팀을 꾸려 다시 서울로 오게 된다.


7년 전 사건에서 증거가 불충분했던 까닭에 김동수는 완벽한 범인임에도 풀려났고 끝까지 김동수를 물고 늘어졌던 태석은 징계를 받았다. 그 때 태석의 말과 행동은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김동수가 확실한 범인으로 인지되었고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한 원인이 되었다. 미순과 선미에게 가지고 있는 죄책감과 피의자가 된 피해자 가족을 위해서라도 7년 전 두 소녀의 실종사건의 범인이 김동수였음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수사에서 증거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이번에 벌어진 사건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한 태석은 김동수의 집에서 휴대폰과 노트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범죄 피해를 입은 가족들을 위한 단체인 범죄피해실종자협회에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태석과 그를 믿는 팀원들이 하나의 단서를 찾아 다음 단서를 찾아가며 사건을 추리하는 동안 그의 조사를 막으려는 또 다른 배후는 그의 행보를 멈추기 위해 방해한다. 감추려는 진실이 무엇인지 누가 같은 편인지 거듭되는 반전 속에서 마냥 비난할 수 만은 없는 안타까운 살의를 찾아내는데...


두 소녀가 실종되고 상처를 받은 피해자 가족들은 그 아픔을 주체하지 못한 채 해체되었다. 인간이길 포기한 살인자들의 욕망을 채우는 살의는 더 이상 소중한 가족을 보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응징의 살의를 불러 일으킨다. 반성하지 않는 피의자는 읽는 동안에도 분노하게 되는데 아파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N번방 사건, 나영이 사건 뿐 아니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참혹한 사건들까지 피해자들의 정신적인 고통은 무기한이라는 것에 동감하게 된다.


김동수 사건을 추적해가는 것과 별개로 소설 중간중간 미제사건들이 하나씩 소개되는데 연속적으로 일어난 여성 실종사건들 용의자는 있었지만 특별히 범인이 잡히지 않은 그 많은 미제사건들은 소설에 중요한 복선이 되어주며 잘 짜여진 구성으로 완벽한 서사를 완성시켰다. 물불 가리지 않는 하태석 형사의 수사과정은 형사의 사건일지를 보는 듯 사실감있게 전해졌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전보다 더 탄탄하고 확실한 메세지로 꽃들에게 달려드는 나비들을 사냥했던 시리즈의 다음 사냥도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최후의 증인>은 검사에서 변호사로 전향한 사가타 사다토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정의를 찾기 위해 검사가 되었지만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조직에 실망해 변호사로 변신한 그는 누가봐도 범인이자 패배가 예상되는 사건에 흥미로움을 느껴 피고인의 변호의뢰를 받아들인다.


호텔방에서 불륜관계로 보이는 남녀 간에 칼부림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검찰 측은 사가타의 예전 상사의 부하이자 우수한 능력의 여검사 쇼지가 담당자로 나온다. 쇼지는 사가타가 변호하는 피고인이 확실한 죄인이라며 왜 범죄자를 변호하는 것인지 물어오고 사가카는 아직 피고인이 죄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답한다.


연이은 재판이 진행되며 증인의 증언이 거듭될수록 피고인의 유죄는 더 확실시되고 쇼지의 승리가 가까워지는 듯 한데...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는 사가타는 어떤 반론으로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할 것인가.


7년 전 다바타 부부는 음주운전으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자동차에 소중한 아들을 잃었다. 사과조차 없던 가해자는 권력을 등에 업고 불기소 처리되며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되고 죄를 증명하기 위해 부부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봤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슬픔에 잠긴 7년을 보내고 또 다른 불행이 부부를 찾아오는데...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보여주지 않고 시작된 재판은 내내 쇼지의 활약과 승리를 예상하게 한다. 그러나 시리즈의 시작인 이야기에서 주인공 사가타가 과연 질 수 있을까, 그가 어떻게 이길 수는 있을지, 사가타에게 꼭 필요하다는 '최후의 증인'은 증언을 거부하는데 그 인물이 누구인지, 사가카는 어떤 변론으로 판결만 남은 법정의 판도를 뒤집을지 내내 궁금했다.


과거와 현재 사건의 연결고리를 꿰뚫어 본 사가타의 변론이 시작되자 드디어 사가타의 피고인이 드러나고 사건의 피해자와 동기가 밝혀지는데...그 결말은 통쾌하면서도 마음 아프다. 알듯말듯한 사건의 진상 속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펼치는 법정 미스터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 준 <최후의 증인>은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정의를 밝혀가는 사가카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그가 밝혀낼 또 다른 진실도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는 전염의 공포에 떨게했고 평범한 일상을 마비시켰으며 처음 겪는 불안과 끝이 보이지않는 고립은 우울감을 동반했다. 함께 그 시간을 보낸 오쿠다 히데오는 코로나 시대을 겪으며 어떻게 세상을 바라봤는지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소설가인 고지는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고 아이들의 눈을 피해 소설을 집필한다는 핑계로 바닷가의 빈집을 빌려 떨어져 지낸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수리하며 머릿 속의 잡생각을 떨쳐내던 고지는 집안에서 선명한 어린 아이의 걸음소리를 듣게된다. 과거 이 집에서 죽인 아이가 있다고 하는데...


조기 퇴직 권고를 거부했더니 경비업무에 버금가는 위기관리부로 좌천된 구니히코. 아직 학생인 아이들과 갚아야 하는 대출금을 생각해 버티기로 결정한 그는 회사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수용하며 출근하고 있다. 위기관리부 한쪽에 마련되어 있던 복싱장비를 발견하면서 동료들은 퇴근 후 복싱연습에 매진하고 때마침 지나가던 아저씨가 그들의 코치가 되어 복싱을 가르쳐주는데...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야구 유망주 남자친구가 드디어 부활했다. 하지만 그가 승승장구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인기가 올라갈수록 마이코는 자신의 존재가 지워질까 두려워진다. 소개를 받아 찾아간 점집은 마이코의 소원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게 도와주는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즈음 어린 아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아버지는 아들이 신호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지만 자신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음을 알게된다. 임신한 아내와 가족, 주변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호복을 구하려 했지만 재고가 없어 그가 선택한 것은 잠수복이었는데...


새차보다 중고차 '피아트 판다'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나오키는 차를 가지러 도쿄를 떠나 니가타로 향한다. 멋진 빨간 판다를 몰고 집으로 오던 중 설정된 내비게이션은 계속 엉뚱한 장소로 나오키를 인도하는데...


다섯 편의 단편에서는 모두 마법같은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오컬트적인 현상이 주인공들을 이끈다. 아내의 배신에 상처받은 남편,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 코로나처럼 특별한 상황 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에 생각지 못한 상상력을 불어넣으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게하고 자신도 몰랐던 마음이나 소중한 일상의 행복을 깨닫게 해준다. 인생을 살면서 위기, 분노, 불안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희망을 잃지 않기를, 믿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 도와줄 거라는 오쿠다 히데오식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메세지를 전해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