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슬 - 우리는 왜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가
보니 추이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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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추이 - 머슬

'우리는 왜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가' 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 어찌 읽지 않을 수가 있을까. 지난 약 30여 년 동안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하려고 노력도 해보았다. 그런데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몸을 망치게 뒀으니깐.

무리하게 단식하며 다이어트 했다. 다이어트 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으면 섭식을 줄이고 마른 몸, 즉 약해진 몸을 더 보기 좋은 몸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히 망치고 있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마른 몸이 아닌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이 아름답다는 걸 자연히 깨달았다. 하지만 내 몸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지는 쉽게 알 수 없었다.

거울을 보며 마음에 안드는 걸 꼽으라면 너무 잘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겐 정말 필요했다. 왜 몸을 사랑해야 하는지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또 그 몸으로 우리가 해나갈 수 있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 지에 대해서 아주 다정하고 효과적으로 설명해준다.

🔖당신이 좋은 상태임을 보여달라. 행동하는 사람임을 보여달라. 우리가 여기 있다고, 즉 의식이 있고, 육체를 지녔으며, 살아있다고 말하는 방법이다.

우리에게 근육이란 이런 존재다.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아주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 초반부에는 여성으로는 굉장히 힘이 센 얀이 등장한다. 얀은 자신의 남편이 알아봐 주기 전까진 자신의 힘이 센 지조차 몰랐다. 여성의 힘은 금기였고, 그래서 그걸 키울 방법도 알아차릴 방법도 없었다.

🔖우리가 근육에 관해 이야기할 때, 실제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근육으로 말할 수 있다. 균형 잡힌 몸을 보면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자신을 아주 아끼고 사랑한다는 점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너그럽게 미래를 바라보려는 열망은 강했다. 모두의 몸이 아팠지만, 거기에는 많은 아름다움과 기쁨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사람은 선행으로 유명한 가수 션이다. 그는 뛴다. 자신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그가 뛰며 조금씩 바꾼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뉴스 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단순히 운동 자극을 받아볼까 하며 읽었던 책이지만 그 운동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지 알게 됐다. 뛰자! 땀 흘리자. 그리고 마음껏 사랑하자, 내 몸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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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신
리즈 무어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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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무어 - 숲의 신


📌단언컨대, 이 책이 700p라는 사실에 미리 겁먹지 마시길. 하루 만에 충분히 술술 읽을 정도로 흡인력 있고 재밌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등장인물들 속에서 독자들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리즈 무어의 숲의 신, 처음부터 너무 읽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게 돼서 신이 났다. <숲의 신>은 누구인가. 서양권에서 숲이란 결단코 맑고 평화로운 곳이 아니다. 숲에는 그들을 홀리는 유령이 존재하고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어떤 어려움에 빠지지 않더라도 추위와 굶주림으로부터 해방되기 어렵다.

1970년대, 미국 북동부 지역의 아주 부유한 집안인 <반라 가문> 소유의 대지에서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 유력한 가문의 대지에선 매년 여름 에머슨 캠프가 열렸고 그 집안과 인연이 있는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은 곧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이미 15년 전, 그곳에선 반라 집안의 아들인 베어 4번 째 피터가 실종된 채(사망으로 모두들 단념한 채)였다. 그러다 피터 실종 이후 급하게 가진 아이 바버라가 처음 캠프에 참가한 해에 그녀 역시 캠프 막바지에 숲으로 사라진다.

이미 첫째 아들을 잃은 경험이 있는 부모와 조부모는 바버라의 실종 앞에 그다지 놀란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불만이 많았고, 분명히 도망쳤을 거라면서.

<슬로번 스릴러>라고 해서 천천히 불이 붙는 스릴러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첫 200페이지를 1시간 조금 넘는 시간만에 독파하게 만든 책이었다. 처음부터 아주 재밌다는 얘기, 문장이 깔끔하고 간결하다. 광활한 숲 속에서 일어난 실종, 강한 호기심으로 독자를 이끄는 굉장한 매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특별히 사실적인 인물 설정과 솔직한 인물들의 심리가 두드러지는 이야기다. 누구라도 금방 빠지게 될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꽤 많다. 하지만 돌아가면서 화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로 조금도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의 내적 삶을 꾸릴 수 있어.

소외되고 억압 받은 자들은 그 숲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 누군가는 죽음으로 누군가는 반쯤 미치광이가 되어, 누군가는 그 숲을 지배하는 사람이 된다. 강해져야 한다. 이 책이 나에게 남긴 메시지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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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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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매킨타이어- 콜디츠

인간이 자유를 향한 집념이 얼마나 강한 지 알게 되는 책이다. 독일의 포로 수용소에서 나름의 예의를 차린 대우와 적십자의 물품과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을 얻은 군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 콜디츠의 담을 넘어 탈출을 희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독일의 포로 대우가 힘들어서 혹은 자신의 집으로 가고 싶어서 라고 생각했던 것은 틀린 말이었다.

🔖육해공군 군인들은 반드시 <탈출정신>을 배양해야 하며, 포로가 되는 것을 피하는 일과 만약 사로잡히는 경우 탈출하는 일을 애국적인 의무로 생각해야 했다. 갇혀 있다가 자유를 찾은 포로는 모두 되돌아온 군인이었다.

이 문장을 통해 그들의 정신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군인이며, 군인은 포로가 되기를 피해야 하지만 만약 불가피할 경우 탈출이라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네바 협약에 의해 포로일 지라도 당번병을 두고 장교 대우를 받으며 죽음의 전선을 떠나 있는 상황에서라도 말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천사와 악마가 나눠졌다고 하는데 콜디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감시하는 독일군 에거스가 선인 같았고 같은 포로 신분에도 불구하고 당번병을 하인 부리듯 부리고 못된 사립학교 학생들의 행세를 하는 장교들이 악인 같았다.

포로들은 처음엔 굴을 판다. 굴은 아주 길게 그리고 몇 개씩이나 파졌다. 에거스가 몇 번씩이나 알아냈음에도 그랬다. 나중엔 쓰레기 더미에 함께 실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독일군의 눈을 피해 달아나기도 했다. 아픈 척을 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달아나길 꿈꾸기도 했다. 심지어 그들은 글라이더까지 만들어 날아가려고도 했다. 물론 그 전에 전쟁이 끝나 포로의 신분을 벗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들 중에 소수는 성공했고, 소수는 행방을 알 수 없었으며 또 나머지는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특히나 가장 많은 탈출을 시도했고 끝에는 총에 맞아(이미 두 번째 맞은 총이었다) 죽은 싱클레어가 생각난다. 그는 시간을 죽이며 포로수용소에 있는 것보다 군인으로서 장렬히 싸우는 것이 더 당연하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바깥세상의 연합국들과 마찬가지로, 포로들 역시 협력자이자 경쟁자였다. 그들은 공통의 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서로 경쟁을 벌였다.

전쟁의 끝엔 감시하던 독일군인 에거스가 포로가 되고 나머지 포로들이 그를 감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인으로 명예를 버리지 않은 에거스는 다행히 다른 포로들의 증언에 의해 적어도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단순히 포로들의 일상이나 전쟁의 기록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군인인 그들이 탈출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또 그들을 데리고 전쟁에서 수완을 발휘해야만 했던 독일군은 그들을 지키는 것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가 나타나있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도 작은 사회를 구성하여 나타난 다양한 인간 군상은 하나도 즐거울 일 없을 것 같은 전쟁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전쟁과 홀로코스트 이야기에 이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끝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없이 인간적인 존재로 나타나기 때문 아닐까.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며.

이 책은 사실적으로 기록된 책이라 책 마지막 부분에는 사진 자료가 꽤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그게 당시를 더욱 정확하게 떠올리게 해준다. 유대인 수용소 이야기를 넘어가 이제 포로 수용소 속으로. 홀로코스트 장르를 찾는 당신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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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0 : 구상섬전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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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츠신 - 삼체 0 : 구상섬전


드디어 나도 삼체의 입문인 삼체 0을 읽었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더욱 인기가 많아졌던 삼체, 그 엄청난 스케일과 긴 호흡에 지레 겁을 먹고 읽지 못했는데, 삼체를 읽기 전에 보면 더 좋다는 삼체0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며 삼체에 입문하게 됐다.

류츠신의 삼체를 읽기 전 가장 두려웠던 부분은 과학에 대한 상식, 지식이 별로 없는 문과생이 과연 이 방대한 스케일의 SF 소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였다. 다행히도 이 소설을 읽는 데 과학적 지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워낙 어려운 과학에 접근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너무 재밌어서 물리의 법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책장을 넘기는데 하등 장애가 되지 않았다.

14살 생일 날, 부모님과 함께 촛불을 끄려던 주인공에게 갑작스럽게 구상섬전이 등장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야말로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고 사라지게 만든 그 구상섬전.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버지는 5분 뒤면 완전히 사라져버릴 자신의 운명을 전혀 모른 채, 아들에게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난제를 하나 선택한 뒤,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그 난제를 연구하는 것' 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모님을 앗아간 구상섬전을 연구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하다.

천 박사는 구상섬전을 연구하며 만나게 된 장빈 박사, 딩이 박사, 린윈과 함께 도무지 평범한 인간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구상섬전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 여정이 여기에 담겨 있다.

🔖우리 모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처럼 깊고 넓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과학 연구란 바로 이런 것일 테지. 과거의 그 수많은 오류들이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모두 반드시 거쳐야 하느 과정이었어.

연구하면 할면 할수록 놀라게 되는 구상섬전. 오로지 부모님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하는 주인공 천 박사와 같은 일을 겪었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되는 린윈,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오로지 과학적 발견에 심취하여 자신만의 연구를 계속하는 딩이 박사까지.

구상섬전이 양자역학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그 탄탄한 스토리와 흡인력까지 류츠신에게 완전히 매료된 작품이다.

삼체를 읽은 사람이라면 아주 재밌게 읽을 것이고 아직 읽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 없이 좋을 예방주사다. 물리를 잘 모르는 문과생이라도 용기를내서 꼭 읽어보시길! 새로운 과학 소설의 초입에 꼭 입장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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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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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츠신 - 불을 지키는 사람


삼체의 아버지 류츠신이 어른을 위해 만든 동화 <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의 전문 분야 판타지, SF 장르가 잘 드러나는 이 동화에서 류츠신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마음이 먹먹해지는 여운을 안고 생각해본 결과, 불을 지키는 사람이란 곧 사랑을 지키는 사람이란 생각을 해본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불을 지키는 노인이 있는 곳까지 찾아온 사샤, 그는 거기서 자신의 목숨을 버려도 좋을 만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노인은 자신의 일을 물려 받는 것을 전제로 사샤의 청을 들어준다. 사샤는 노인과 함께 사람마다 각자 하나씩 있다는 별을 찾아 하늘 위로 떠난다.

하늘과 바다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동화, 사랑하는 사람의 별이 먼지에 쌓여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 정성 들여 닦고 또 닦고, 그 별이 이어진 몸은 어서 기운을 회복하기를 바라고 바라는 마음.

불을 지키는 사람은 별을 지키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 별을 지키는 사람은 사랑을 지키는 사람이기도 하다. 여인이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지만 사샤는 떠나지 않는다. 그는 이미 노인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는 불을 지키는 일을 노인에게 물려 받기로 했다. 노인은 사샤만은 그냥 떠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사샤는 사랑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젊은 불지기가 두 손을 뻗어 햇빛을 어루만졌다. 그에게 가장 큰 위안은 리디나가 이 햇빛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랑을 하기에 더 지킬 수 있는 것들.
나의 어려움과 힘든 일은 모두 내가 극복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어른들에겐 이런 동화가 필요하다. 우리의 사랑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거란 믿음.

이 아름다운 동화가 전해주는 이야기로 사람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충분히 강하다. 우리는 불을 지키는, 사랑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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