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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벤 매킨타이어- 콜디츠
인간이 자유를 향한 집념이 얼마나 강한 지 알게 되는 책이다. 독일의 포로 수용소에서 나름의 예의를 차린 대우와 적십자의 물품과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을 얻은 군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 콜디츠의 담을 넘어 탈출을 희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독일의 포로 대우가 힘들어서 혹은 자신의 집으로 가고 싶어서 라고 생각했던 것은 틀린 말이었다.
🔖육해공군 군인들은 반드시 <탈출정신>을 배양해야 하며, 포로가 되는 것을 피하는 일과 만약 사로잡히는 경우 탈출하는 일을 애국적인 의무로 생각해야 했다. 갇혀 있다가 자유를 찾은 포로는 모두 되돌아온 군인이었다.
이 문장을 통해 그들의 정신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군인이며, 군인은 포로가 되기를 피해야 하지만 만약 불가피할 경우 탈출이라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네바 협약에 의해 포로일 지라도 당번병을 두고 장교 대우를 받으며 죽음의 전선을 떠나 있는 상황에서라도 말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천사와 악마가 나눠졌다고 하는데 콜디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감시하는 독일군 에거스가 선인 같았고 같은 포로 신분에도 불구하고 당번병을 하인 부리듯 부리고 못된 사립학교 학생들의 행세를 하는 장교들이 악인 같았다.
포로들은 처음엔 굴을 판다. 굴은 아주 길게 그리고 몇 개씩이나 파졌다. 에거스가 몇 번씩이나 알아냈음에도 그랬다. 나중엔 쓰레기 더미에 함께 실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독일군의 눈을 피해 달아나기도 했다. 아픈 척을 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달아나길 꿈꾸기도 했다. 심지어 그들은 글라이더까지 만들어 날아가려고도 했다. 물론 그 전에 전쟁이 끝나 포로의 신분을 벗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들 중에 소수는 성공했고, 소수는 행방을 알 수 없었으며 또 나머지는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특히나 가장 많은 탈출을 시도했고 끝에는 총에 맞아(이미 두 번째 맞은 총이었다) 죽은 싱클레어가 생각난다. 그는 시간을 죽이며 포로수용소에 있는 것보다 군인으로서 장렬히 싸우는 것이 더 당연하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바깥세상의 연합국들과 마찬가지로, 포로들 역시 협력자이자 경쟁자였다. 그들은 공통의 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서로 경쟁을 벌였다.
전쟁의 끝엔 감시하던 독일군인 에거스가 포로가 되고 나머지 포로들이 그를 감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인으로 명예를 버리지 않은 에거스는 다행히 다른 포로들의 증언에 의해 적어도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단순히 포로들의 일상이나 전쟁의 기록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군인인 그들이 탈출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또 그들을 데리고 전쟁에서 수완을 발휘해야만 했던 독일군은 그들을 지키는 것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가 나타나있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도 작은 사회를 구성하여 나타난 다양한 인간 군상은 하나도 즐거울 일 없을 것 같은 전쟁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전쟁과 홀로코스트 이야기에 이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끝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없이 인간적인 존재로 나타나기 때문 아닐까.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며.
이 책은 사실적으로 기록된 책이라 책 마지막 부분에는 사진 자료가 꽤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그게 당시를 더욱 정확하게 떠올리게 해준다. 유대인 수용소 이야기를 넘어가 이제 포로 수용소 속으로. 홀로코스트 장르를 찾는 당신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