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 나만 알고 싶은 백수 김봉철 군이 웅크리고 써내려간 이상한 위로
김봉철 지음 / 웨일북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유치한 스토리의 sf 영화와 만화를 보면서도 감동받고 펑펑 울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눈물이 줄어 들었다.

수 많은 작품을 보고 감동해서 운다고, 내 마음이 성장하고 변화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고..

(감정에 젖어 오열하는 대신, 냉철한 자세로 이성적인 사고에 힘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함)

특히 개인적인 일로는 눈물 흘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말하면, 만화책을 보면서도 너무 많이 우는, 마음 약한 내가 지겨워졌달까..


그런데 이 책은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부터

가슴에 돌덩이를 하나씩 올려놓기 시작하는데...

35페이지 쯤에서는 결국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55페이지쯤 가서 흘러내리고 말았다.


독립 출판으로 히트한 김봉철 씨의 글에 새로운 글까지 더하여 엮은 책이라고 하기에..

36살의 백수 일기라면..캬캬- 아이러니하고도 자조적인 유머를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센스있고 재밌을 것이다!

역시나 표현의 센스도, 글의 재미도 있다. 그런데 슬픔이 팔할이다. 이런..;;


그 나이대 남자의 심리를 알고 싶었고, 

잉여 인간만이 풍기는 초월적 유머를 맛보고 싶었는데..

내 눈물 바다에 돌덩이를 계속 던지는 걸 맞으며..

흘러 넘치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읽어야했다.



"성인 남자, 백수, 왕따, 자퇴, 가난, 폭력, 부모님, 상처..."

글쎄...그런 단어들 보다,

그냥 인간, 우리의 약함...이런 말로 표현하고 싶다.


영어 발음이 걱정되서 '빅맥'을,

오그라드는 느낌의 메뉴 이름 '딸바, 초바'를 눈치보며 내뱉지 못하는 사람..

봉철씨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서른 여섯의 백수도 봉철씨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괴롭힘? 자퇴?

분명 봉철씨만의 이야기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물이 한강에 소면까지 넣어 양을 늘린 라면..또는 쫄아 붙어 국물이 없는 계란 라면

봉철씨만 먹어본 것이 아닐 것이다.


가난에 아프고, 사람들로 서럽고,

오래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했고,

다단계에 속아 끌려갔다 돌아온 경험,

서비스 상담일을 하다가 소비자(고객)에게 언어폭력을 당하고, 

직장 상사, 동료에게 고통 받는 것


그냥 집에서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현실에서는 가까운 인간 관계를 맺지 않는 것..

사람을 만나서 말을 많이 한 다음날은 더 외로워지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봉철씨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엄마를 누구보다 의지하고 사랑하면서도,

엄마에게 가장 화풀이를 하고 무시하고 미워하듯 구는 것도.. 말이다.



김봉철씨를 검색하고, 얼굴을 확인하고-

'아니 어디가 못생겼다는 거야..

남 보기 쑥스러워, 거울도 못 볼 만큼 그런 생김새가 아닌데...

백수 이미지도 아니잖아..' 안도했다.


봉철씨는 더는 숨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글 읽던 중간에 책 덮고, 봉철씨 만나러 나갈 뻔 했다;)


왜일까? 이 책을 읽고, 삶의 의욕이 생겼다. 

뻔하고 가벼운 위로 글이 아니라서 좋았다.


이 책이 한국의 절망하고 소심하고 외로운 모든 독자들에게 

도끼 같은 깨우침, 위로와 좋은 자극이 되어..

만나는 모든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다들 건강한 열린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 책은...모두가 읽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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