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 그린 1 - 청결의 여왕 시공 청소년 문학
버네사 커티스 지음, 장미란 옮김 / 시공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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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 그린이라는 청소년 소설을 읽는 동안,

예전에 재밌게 봤던 프랑스 연극 '톡톡'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젤라 그린은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10대 소녀다.

손은 '그린데이' 노래가 반복되는 동안, 각각 31번씩은 꼭 씻어야 하고..(그것도 자주)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맨꼭대기 계단에서 128번 뛰어야 한다는 자기만의 법칙이 있다.

스쿨버스 의자에는 단짝 친구가 놓아준 A4용지를 깔고 앉아야 하고,

당연히 오염과 세균 경보가 울리는 타인과의 접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알고보면 젤라의 강박 증세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었다.

어머니의 암과 죽음, 죽음 뒤에 아버지의 술 중독과 태도 변화, 새 엄마와의 갈등과 방임..

믿음과 아름다운 환상을 깨뜨린 이 모든 것이 어린 젤라의 신경을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악화 시켰을 것으로 짐작된다.


강박 신경증에 시달리는 인물은 보통 소설이나 영화에서 일반인들에게 코믹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들이 목숨 걸고 지켜야하는 규칙과 정도를 벗어난 행동들이 웃음을 유발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강박 증세는 웃긴 일이 아니라 안타깝고 슬픔에 더 가까운 일이다.

그런 증세를 갖게 된 원인이 젤라 그린의 경우처럼 명백히 짐작이 되고

10대때 그것도 일찌감치 좋은 관계와 적절한 기회 속에서 나아질 가능성을 얻게 된다면 좋겠지만,

많은 강박증 환자들은 오랜 시간 억압과 고통속에서 소중한 인생을 좀먹게 되는 경우가 다수일 것이다.


앞서 말한 연극 톡톡에서도 각종 강박신경증 환자들이 총출동한다.

소설 속 젤라 그린이 포레스트 힐에서 자기와 다른 증세를 갖고 있지만..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개성과 법칙)를 갖고 있고, 

상처 속에서 정상 범위에 벗어나 있는(자해,실어증,식사거부 등) 친구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보다 더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며 위로하고 도와주려는 가운데

자신 역시 치료해나가고 마음이 변화되듯이..

연극 톡톡에서도 6명의 환자가 의사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과 연민을 느끼다가

강박증세에서 하나 둘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고, 치료로 한발짝 나아가게 된다.

그래서 소설과 연극의 메시지와 설정이 유사하게 다가왔다.


어쨌든 강박증은 시선을 '상처받은 나의 내면'이 아닌, '돕고 싶고 사랑하는 타인'에게로 관심을 돌릴 때

자유로워지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젤라 그린은 상처받은 친구와 아버지를 위로하고 싶어서 '접촉 불가'라는 단단한 껍데기를 깨뜨린다.

자신이 중심이 될 때가 아니라, 주변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희망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열게 한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청소년 중에 강박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친구들에게 젤라 그린의 이야기에서처럼..적절한 순간에 소중한 만남과 관계가 있기를 바란다. 

아니면 내가 먼저 손 내미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떨까?

소설과 같은 행복한 이야기가 현실에선 없으리란 법은 없다.

젤라 그린이 우정과 사랑을 향해 껍질을 깨고 손 내민 것처럼,

닫혀진 마음을 스스로 열 수 있는 멋진 10대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바이다.


재미있고, 로맨틱한 부분도 있는 소설이다.

꿈꾸고 변화될 기회가 충만한 10대 청소년들에게 당연히 추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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