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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ㅣ 묘보설림 2
루네이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11월
평점 :
자비
중국의 현대화 과정을 지켜보면 우리나라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는 듯 한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직업병을 얻어 큰 문제라는 이야기를 언론에서 접하는 경우가 적지는 않다. 중국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페놀 공장은 대표적인 유독한 작업장이다. 자비는 세상을 살아가는 부조리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 사실에 혹해서 책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읽으면서 삶과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인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자비를 이야기한다. 왜?
중국은 사회주의국가다. 이런 기조가 책 전반에 걸쳐져 있다. 노동개조? 처음에는 무엇인가 했다. 노동자들에게는 극약처방이나 마찬가지인 처벌이다. 북한 정치범들이 수용소에서 지독한 시절을 보내야만 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지만 사회주의국가가 항상 채찍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달콤한 당근도 함께 하고 있다.
보조금! 책에서는 보조금도 중요하게 등장을 한다. 배곯는 사람이나 안타까운 사연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사회적 보장체제인 셈이다. 체제는 참으로 좋다. 이상적인 셈인 것이다. 그런데 이 보조금이 원래의 기능을 항상 유지하지 않는다. 자비로운 체제는 인간의 사리사욕에 의해 바뀌고 있다. 페놀공장처럼 독한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말이다. 독으로 작용하는 건 무엇인가?
사회주의는 훌륭하고 공장은 내 집과 같습니다.
음! 진짜 그럴까? 주인정신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음!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를 말할 수 없겠다.
개인들은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과부인 여인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보조금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보조금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툰다. 그 다툼에서 승리하기 위해 과부는 기꺼이 몸을 던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자비를 챙긴다. 그 자비는 어디에 올까?
사상은 단속할 수 있어도 총은 단속할 수 없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살아가다 보면 파벌이 갈리게 된다. 사회주의 페놀 공장에서도 다툼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건 사람들의 이해관계의 치열한 충돌이다. 노동자 계급끼리 치열하게 다툰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패배는 노동개조 혹은 감옥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노동자 계급을 위한다는 사회주의 체제이지만 그 실상을 살펴보면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개미인 셈이다. 모두에게 평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비를 갈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건 자본주의도 마찬가지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비를 구하는 이유, 그건 삶이 험난하고 각박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중국 노동자 계급의 삶! 나라와 사상을 떠나 격변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슬프고 안타까운 삶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삶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삶의 이상적인 이야기와 함께 현실의 부조리한 면, 그런 것들이 인생에서 치열하게 다툰다.
나는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어디 쯤일까?
나는 자비를 어디에서 갈구하고 있는가?
책을 읽으면서 여러 모로 많은 걸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