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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침의 순간 - 영원한 찰나, 75분의 1초
박영규 지음 / 열림원 / 2017년 9월
평점 :
깨침의 순간
재미있다.
깨달음을 불교 고승들의 비사를 통해 흥미롭게 알려주고 있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말과 문자로 통하는가? 깨달음은 어디에 있는가?
비로소 깨우친 고승들의 이야기는 많은 걸 시사하고, 또 내포하고 있다.
깨달음의 교감이 가능한 혜가! 깨달음을 위해 팔을 잘랐다. 문자를 몰랐던 혜능! 깨달음은 문자를 몰라도 전해진다. 단순히 글자와 말로 전해지는 게 깨달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깨침의 순간은 찰나이기도 하고 또 가르침을 통해 전수되기도 한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지녀야 깨달음도 순간에 온다. 그런데 살아가도 보면 인연의 쇠사슬로 스스로를 칭칭 동여매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질지 몰라도 정신이 각박해진다. 인연의 쇠사슬은 즐거움과 행복을 주지만 동시에 번뇌와 고통, 스트레스 등을 동반하고 있다. 책은 이런 고통과 번뇌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지, 그리고 깨달음을 가질 수 있는지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깨달음은 마음으로 얻는 법이다.
둥~!
이 글귀가 마음에 파고 들어왔다. 아쉽게도 그것으로 끝이다. 여운은 남지만 깨달음으로 이어지지는 못 한다. 껍데기만 보고 알맹이는 보지 못 했기 때문이겠다. 살아가면서 알맹이를 보게 되는 순간이 올까? 그래도 가르침으로 삼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글귀다. 깨우침을 위해서 아니라 내면을 보면서 스스로를 관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요즘 들어 더 정신이 삭막해지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불교 고승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마음이 경건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부와 권력, 명예와 지식도 살아가면서 필요하다. 그렇지만 마음의 평화가 더 우선이겠다.
살아가면서 신외지물보다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보이는가? 뭐가 보이나? 안 보인다. 물질적으로 볼 수도 없고, 뭐라고 칭하기에도 부족함을 느낀다. 내면의 물음은 길을 가르쳐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보이는가의 질문에서 길을 찾지 못 하면 방황하기 마련이다. 맹인이나 마찬가지다. 맹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횃불이나 도구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인지다.
사람은 스스로에게 묻지만 인지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다. 멀리서 답을 찾으려 할 뿐, 정작 스스로의 부족함은 모른다. 그 부족함을 인지하고 내면 깊숙한 곳까지 침잠해 들어가서 본질을 알아야겠다.
고승들의 가르침! 깨달음과 해탈을 갈구하는 승려들! 그들의 대담에는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깨달음을 담고 있는 가르침이기 때문이겠다. 그리고 깨달음을 떠나 인생의 횃불로 삼기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
추워져가는 계절 마음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기에 참으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