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시아 인간의 종말
하나의 사건을 종합적으로 완성한 르포 책이다. 심층 취재한 저자의 식견이 대단한데, 높은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살펴볼 수 있다.
tv 언론에서 르포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접해왔다. 책으로 접한 르포 이야기들은 많지 않았다. 하나의 사건을 tv에서 볼 때와 많이 다르다는 걸 책을 보면서 느꼈다.
레티시아는 프랑스에서 벌어진 여성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여인의 실종에 있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부각된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한국의 상황이 오버랩되고는 한다. 한국에서도 아동이나 여성 등의 실종이 자주 일어나고 있고, 그 이면에는 추악한 사회적 시스템의 잘못 그리고 사회적 병폐 등이 들어난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의 의도가 그대로 나타난다. 그걸 염두에 두면서 책을 보면 더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세상에는 밝음과 어둠이 있다. 인간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레티시아! 열 여덟 살, 한 여인의 죽음! 결손과정! 살인자! 위탁과정! 가정폭력! 등 무척 어두운 요소들이 잔뜩 등장한다. 인간의 종말이라는 표현이 왜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읽다 보면 무척 거북한 부분들도 등장을 한다. 그러나 그 부분이 바로 인간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사건은 그 자체로 소우주이다. 사건에 연류 된 사람들은 가정과 사회와 저마다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건 또 다른 파급력을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레티시아 사건은 프랑스의 사법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후, 프랑스 사법부는 범죄자를 감옥에 가두는 관점을 선호한다고 한다.
인권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가해자들과 범법자의 인권을 너무 살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불구속수사와 집행유예 등이 너무 남발된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와 부유층, 정치인 등 힘 있는 자들이 남용한다. 정작 약한 자보다 강자들이 이득을 취한다. 강력범죄가 판을 치고, 죄를 저질러놓고 오히려 날뛰는 부모와 가해자들이 많다.
얼마 전에 뉴스에 크게 보도된 한 폭행 사건이 있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사건에서도 좋지 않은 면이 있다. 간접적으로 언론을 통해서만 접한 것이라 너무 앞서나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해를 한 범법자라면 우선 고개 숙여 진심으로 죄를 뉘우쳐야 하지 않을까? 이 진심의 척도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쓰레기라고 손가락질 받는 범법자들을 치울 수 있는 시스템이 보다 정교하면서 엄격해져야겠다.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인권을 보호할 방법도 더 정교하게 강구되어야겠다. 부모에게 버려졌을 때 느꼈을 아픔은 사람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로 인해 한 아이가 망가졌다.
물론 이것만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사회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하면 고칠지 함께 고민할 순간이 온다.
인류와 사회를 안전한 망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개선하는 시스템을 새로 구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스템은 시스템일 뿐이다. 완벽에 가까운 체제를 만들어내도 결국에는 틈새와 균열이 일어난다. 사람들 중 일부는 그 균열로 빠져나가 쾌락을 느끼려 하고, 나쁜 짓을 저지른다. 사회와 사법체계는 그런 자들을 구속하거나 보호관찰 등을 한다. 하지만 그 보호관찰에는 허점이 무수히 많다. 인간의 종말을 향해 가는 자들에게 그 허점은 너무나도 달콤한 구석이 있다.
레티시아 인간의 종말은 프랑스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을 보면서 한국의 상황과 무척 유사하다고 느꼈다. 사법적으로 성적으로 관대한 한국의 문화는 문제를 더욱 키우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한 소녀는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그 자체로 소우주다. 이런 소우주들은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그리고 그 소중함은 시간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다. 그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프랑스는 레티시아 사건 이후 자정을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어떤 자정을 하고 있는가?
자정을 위한 발걸음이 무척 더디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면도 분명히 있기는 하다.
한국이 헬조선이 아닌 좋은 쪽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