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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산티아고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1월
평점 :
지금 여기, 산티아고
여행 에세이다.
여행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떠나든 사람에게 여러 모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 삶에 지친 저자는 여행을 통해 충전한다. 산티아고 여행의 길 위에서 저자는 많은 걸 보고 느낀다. 아름다운 풍경이 실린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더욱 마음에 푹 와 닿는다.
산티아고 여행은 순례의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순례의 길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셈이다. 세 사람만 함께 길을 걸어도 스승이 있다는 말처럼, 저자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비행기와 기차를 타기도 하지만 저자는 도보순례를 한다. 도보순례를 하는 순례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사람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모두 담고 심어 한다. 저자가 담고 싶어 하는 건 마음일까? 인생일까?
여행은 셀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순례자 여권 위에 찍히는 스탬프는 저자에게 많은 걸 느끼게 만들어줬다. 새하얀 눈 위를 걸어가는 기분이랄까?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스탬프는 저자가 걸어가는 그리고 걸어갈 지표인 셈이기도 하다. 그녀는 생판 모르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잠을 자면서 어색해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여행이며 인생 도전인 셈이다.
41일에 걸쳐서 1일부터 41일까지의 기록들이 무척 생생하다.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에세이에 저자의 마음의 마음이 잘 녹아 있다.
산티아고 여행을 하면서 그녀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본다. 진흙탕 속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후회하는 마음이 많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후회를 떨쳐내기 위해 여행을 떠나온 것이기도 하겠다. 그리고 뚜벅뚜벅 걸으며 과거의 아픔을 떨쳐내고 있다. 용서해요, 당신이라는 부분에서는 그녀의 안타까운 마음이 잘 느껴진다. 길지 않고 짧게 서술하고 있기에 더욱 안타까워 보인다. 바람이 울음소리로 들리는 건 마음이 울고 있기 때문이겠다. 자연은 언제 어디서나 그대로 자연인데 인간의 마음이 천변만화하며 상태 그대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위로를 찾고 또 충전한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투영하면서 행복했던 시간과 안타까웠던 시간 등을 추억하거나 희석시킨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있다.
시적인 표현도 많고, 사람들과 나눈 대화들도 인상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뿌리끼리 엉켜 제대로 자라지 못 하는 나무처럼이라는 부분은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심하게 뒤엉키는 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과 함께 하면서 웃고 울고 아파하고 행복해한다. 인생은 고해라는 말도 있고, 함께 하기에 행복하다는 말도 있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할 때가 가장 아파하지만 동시에 최고로 행복한 법이다.
걷고 또 걷자.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를 걷고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