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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가 탈옥한 이야기 - 중국 문화대혁명을 헤처온 한 남자의 일생
옌거링 지음, 김남희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나의 할아버지가 탈옥한 이야기
유학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이런 부분이 더욱 심했다. 주인공 루옌스는 유학을 갔다가 온 이른바 신지식인이었다. 과거의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왔다는 자체가 그걸 증명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 사회의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유학 과정에서 루옌스는 이미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노선을 선택했다. 국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서구적인 문물, 특히 미국에서 생활하고 돌아온 루옌스는 눈엣가시였다. 그렇기에 그를 반혁명분자로 규정짓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 결과 루옌스가 감옥에 갇히게 된다.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로 인한 이념의 충돌에 개인이 휩쓸린 것이다.
구르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출 수 없다. 수레바퀴에 짓눌려서 피 흘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일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시대적 변화에 휩쓸려서 피와 눈물을 흘린다. 책은 서사적인 부분이 무척 유려하고 섬세하다. 가만히 읽다 보면 중국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관찰하는 느낌이 든다.
너무나도 부드럽게 전개되기에 책이 팔락팔락 넘어간다. 서사적인 지면에서 쉽게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주인공이 감옥에서 이처럼 불쾌하고 힘든 생활을 지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책은 주인공을 내세워 중국의 변화에 대해서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가와 개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개인의 아픔은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가족에게까지 옮겨간다. 감옥에 있는 무기형 죄수 루옌스가 고통스러워 할 때, 밖에 있는 아내도 함께 고통을 겪는다. 이른바 반혁명분자가 있는 낙인을 달고 살아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저지르는 만행 가운데 하나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범죄자 가족들은 그 사실이 알려지면 얼굴을 떳떳하게 내밀고 살기 어렵다.
책에 등장하는 물건들에도 사연이 있다. 오메가 시계는 주인공에게 있어 연민의 증표이기도 했고, 차후에 감옥에서 뇌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전에 뺑끼통이라는 교도소와 관련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더욱 사실적이면서 상세하고 유려하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상업소설과 비교한데는 자체가 무리가 있기도 하다.
주인공은 감옥, 노동수용소에서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낸다.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회주의가 지니고 있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측면도 많다. 간수들이 뇌물을 받고 죄수들이 힘겨운 겨울을 보낼 때도 배부르고 따뜻하게 생활한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이 바로 현실이다. 이상적인 이야기는 그냥 이상으로 끝날 때가 많다. 삶은 현실인 것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는 반전이 있다. 이 반전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마지막 끝나는 부분에는 여운을 잔뜩 주고 있다.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건 주인공이 감옥에서 보내면서 잃어버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대변화를 일으킨 시기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차후에 시간을 내어 꼼꼼하게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