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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ㅣ 아시아 문학선 13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5월
평점 :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수호전을 떠올리게 한다는 소개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읽으면서 동감하는 부분이 있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등장인물들이 많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서사의 묘미를 마구 발산하고 있는 책 안에서 만남과 이별을 하는 과정에 서로 부대끼며 이해하고 소통한다. 주변에서 흔하게 살필 수 있는 그런 등장인물들이다. 때로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머릿속을 어지럽게도 만든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더욱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제목이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다르게 제목을 지었을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지었을까? 책에 등장하는 대화들은 흔하게 내뱉는 말이지만 잘 뜯어보면 여러 가지 감정과 의미를 담고 있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목을 베는 칼이다. 말 한 마디 잘 못 해서 오해가 쌓여 인연이 끊어진다.
입 밖으로 말을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웃자고 한 말이지만 상대는 오해를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말에 녹아들어 있는 힘은 너무나도 엄청나다. 이런 말의 힘을 저자가 주인공 뉴아이궈와 등장인물들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편벽한 곳에도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로 마음에 맞는 사람은 천 리를 가도 찾기 어려운 법이거든요.”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굳이 고사를 떠올리지 않아도 주변을 둘러보면 느낄 수 있는 점이다. 어렵고 힘들 때 진정으로 마음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절로 마음이 훈훈해질 때가 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만나서 무엇을 할까? 마음과 감정을 전하기 위해서는 말을 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귀신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를 진솔하게 내뱉어야 한다.
책은 어떻게 보면 대단히 중구난방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예전에 수호지를 처음 접했을 때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등장인물이 많으면 집중이 깨지고는 한다. 이 책도 집중하여 읽으려고 하면 다른 이야기들이 툭툭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하나 자세히 읽다 보면 푹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화에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고, 지문들도 무척이나 친절하다. 너무 친절해서 질릴 정도로 말이다. 그 친절함을 약간이라도 이해한다면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음! 평범함 속에서 아름답게 빛난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부분들은 있지만 눈여겨 볼 정도로 특별한 구석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라면 의미가 달라진다. 중국소설이기 때문에 문화차이로 인한 약간 이질적인 면이 있지만 보편적인 감정과 일들은 그대로다. 이목을 집중할 수 있다면 초일류 작가의 이야기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소개문을 보고 책을 읽었기에 그나마 알아차린 부분들이 있고, 나머지는 그저 개인적으로 느꼈을 뿐이다. 우뚝 서려고 하는 이야기 없이 잔잔하게 흐르고 또 흘러가는 소설이다.
주인공 뉴아이궈의 감정을 담은 말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한껏 몰입할 수 있다면 독자에 불과한 위치에서 주인공과 함께 흘러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그 정도까지 이르지는 못 했다. 언제 시간을 내어 다시 읽으면 넋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몰입할 수 있을까?
그저 읽고 난 뒤에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