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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김진섭 지음 / 용감한책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상상(IMAGINE)
책의 저자의 행동력이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선다. 그냥 저자라고 생각했는데, 용감한책이라는 출판사까지 직접 설립했다. 출판사 설립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출판사 설립이 쉬운 건 아니다. 작가들 가운데 출판사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알아서 내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 그런 경우가 아닌가 하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 왜 책의 내용이 아닌 이런 내용을 먼저 적는가 하면 책에 부족한 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신생출판사로서 가질 수 있는 부족함이라고 본다. 저자가 보다 맹렬하게 노력하다 보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응원을 보낸다.
자! 삼천포로 빠졌던 내용은 접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주인공 L이 등장한다. 그런데 엘이 저자의 약력과 무척이나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흐흐흐흐! 좋다. 자신이 경험했던 내용이 가장 진솔하게 다가서고, 읽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편하다. 잘 모르는 부분을 쓰게 되면 독자가 불편하다. 대부분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읽기 거북하다.
저자는 이 책을 2-30 대를 위해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말처럼 주인공도 참으로 거칠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나름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라고 한다. 주인공 엘은 사랑을 사치라고 여기면서 포기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랑이 자기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가? 마음, 의지대로 사랑이 이뤄지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닐 지도 모른다. 의지를 뛰어넘는 본능적인 감정이 바로 사랑의 근원이 아닐까?
주인공 엘은 여자 주인공 U와 만나고, 또 거리감을 둔다. 거리감을 둘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렇지만 사랑은 현실 위에서 완성된다. 사랑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 그리고 보다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해 엘이 발버둥친다. 하지만 그 발버둥이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 노력을 할수록 더욱 허우적거리며 늪으로 빠져든다고 할까? 주인공 엘이 바로 그런 꼴이다.
책을 보면서 간간이 등장하는 그림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여자 주인공이 좋게 느껴졌다. 남자 주인공은 그냥 그렇다고 느껴진다. 아무래도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자와 만나면서 우유부단(?) 한 주인공에게 짜증이 났다. 그래서 더욱 밉상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건 주인공에 대한 짜증과 함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현실이 남녀를 아프게 만든다. 저자가 왜 2-30 대를 위해서 썼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책은 자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 여자친구까지 그럴까? 대수롭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고, 또 심각한 내용일 수도 있다. 사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매순간 치열하다. 남이 볼 때는 아주 사소해 보일 수 있어도 나에게는 세상을 줘도 바꾸지 않을 감정일 수도 있다.
성공으로 도배된 소설을 읽으면 시원하고 통쾌한 맛이 난다. 하지만 읽고 난 뒤 허무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연민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연민은 주인공들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나에게도 해당된다.
남녀의 사랑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그들이 어떤 사랑을 하는지 그건 개인적인 감정의 연장선이니까.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바로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감 넘치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