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없다
한수경 지음 / 문이당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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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은 없다. 


대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진보와 보수가 부딪친다는 소개를 보고 읽어보기로 했다. 상아탑이라는 기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 하고 있는 대학교는 사실 약간의 환상이 담겨져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곧 환상이 산산이 깨어지고는 한다. 하지만 그 환상을 살릴 수 있는 건 누구의 몫으로 남을까?

책에 보면 학교는 서바이벌 게임을 치르는 곳이라고 한다. 딱히 틀린 말이 아니다.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학교의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순위 매긴다. 다 똑같은 학생이 아니라 서바이벌을 통해 등급이 나뉜다. 옆의 학우가 경쟁상대인 셈이다.

여기의 대학교는 물론 가상의 공간이다. 그리고 일반 대학교보다 더욱 험악하다. 이 대학교의 졸업할 수 있는 학생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절반 이상 탈락하게 된다? 한국에서라면 그야말로 난리가 벌어지고도 남겠다.

제목 영웅은 없다에서 보여주듯 책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어둡다기 보다는 현실적이라는 표현이 좋겠다. 물론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그건 그냥 소설의 장치이니까 넘어가면 되겠다.

학교의 설립자인 왕회장이 죽으면서 유언을 남긴다.

그런데 유언이라는 것이 구체적일 때도 있지만 애매모호한 경우도 왕왕 있다. 그리고 왕회장의 유언이 바로 그렇다. 학교를 학생들한테 주라고 한 뒤, 아들 주몽이 잘할 거라고 한다. 딱 두 마디가 전부라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에는 의견이 갈리게 된다. 주몽은 당연히 상속받는 걸로 받아들이고, 다른 쪽에서는 학생들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언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학교에서 학생회장 선거가 시작된다. 여기에서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영웅과 주몽이 격돌한다. 이들이 후보의 전부가 아니다. 이들의 의견은 모두 타당한 부분이 있다. 한쪽만의 주장을 보았을 때 틀린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위치에서 보는 방향이니까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다. 가난한 노동자는 착취당하기 싫어하고, 부유한 자는 돈을 지불한 만큼 당당하게 부리려고 한다. 이 와중에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감정을 지닌 탐욕스런 존재이니까.

재벌가문에서 태어난 주몽에게도 아픔이 있다. 그가 바라는 바가 있고, 이건 영웅도 마찬가지이다. 가난하게 자란 영웅은 주몽에게 질투와 시기를 느낀다. 물론 단순히 가난 때문에 주몽에게 불편한 감정을 지니지는 않는다. 다른 장치도 포함되어 있다. 서로 다른 두 후보는 다른 후보자 때문에 단일화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정치에서 보여주는 단일화를 작가가 풍자하고 있다.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진보와 보수가 승리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하다니! 참으로 모순적인 일이다. 그래도 정치권의 야권단일화는 진보라는 틀이라도 있다. 소설에서의 단일화는 탐욕에 앞선 무리수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생생한 부분이 있다. 탐욕에 물들면 무리수도 마구 던질 수 있는 법이니까.

와우~!

이글의 반전은 놀랍다. 스릴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 밑바탕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섞여 있다. 여야를 떠나서 믿을 만한 정치인을 쉽게 발견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 진보와 보수라는 위치는 상관이 없다.

책이 마지막 부분의 흡입력은 참으로 놀랍다.

그 경이로움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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