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단어들 - 혼돈과 모순의 향연 그리고 한 잔의 시
최인호 글.사진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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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단어들

 

책은 들어가며 시작하는 글이 어려웠다. 여행 에세이 내용은 대체적으로 편하게 읽혔는데, 서문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표지에도 그대로 적혀 있다. 안의 글 내용을 읽기 전에 서문 앞에서만 한동안 멈춰 섰다. 가장 농염한 책 속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믿고 있기에……. 아니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책을 읽는 나의 취향일 뿐이다.

 

책은 여행 기록물이다. 특별히 평범하지도 또 다른 부분도 느껴지지 않는다. 부유하는 단어들이 여행 중간에 툭툭 튀어나온다. 여행은 나에 대한 사유와 지나왔던 길들에 대한 추억들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편린이 단어로 툭툭 튀어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제목답게 단어들이 책 속에서 마구 부유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지독히 어수선하다. 그 속에서 무엇을 잡아내고 받아들을 지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친절하지만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원래 배움이란 어느 정도 깊이로 들어가면 스스로 해나가야 하지 않은가! 고집스럽게 독자를 스스로 걸어가게 만든다고 느껴진다. 때로는 이런 불친절한 강제도 나쁘지 않다.

 

작가라는 부분에서 책장이 멈췄다. 생각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의 작은 도시에서 만난 무명작가와 저자의 대화는 의미심장하다. 사실 이 대화에는 모순적인 부분도 있고, 또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독자가 소설을 쓴다.’ 이 부분을 두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책은 저자가 쓰지만 사회현상과 독자들의 선호 등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책은 작가의 또 하나의 분신인 셈이다. 작가라는 이름을 당당히 내세우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라면 분신을 함부로 내놓지 못 한다. 사실 이 부분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복잡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이니까.

 

여행은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단어들, 마음의 편린들이 부유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과거와 현재를 걸어가면서 미래를 바라본다. 부유하는 단어들은 일기인 동시에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저자의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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