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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해용 옮김 / 박하 / 2018년 9월
평점 :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읽기 편하다. 예전에 새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전문적인 지식으로 중무장하고 있기에 일반인의 접근이 다소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조류에 대한 지식을 일반인들에게 편하게 알려주고자 하는 저자의 친절한 의도가 마음에 쏙쏙 와 닿는다. 사실 하늘을 훨훨 나는 조류에 대해서 대부분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전문적인 영역에까지 발을 내딛는다는 건 쉽지 않다. 그저 눈으로 조류를 보고, 영상과 지면 등으로 접하면서 신기해하는 부분에서만 그친다. 가장 앞부분에서 전문적으로 조류를 접근하는 자들이 얼마나 소수인지 저자가 말해주고 있다. 그만큼 학자로서 조류를 접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뜻이겠다.
조류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저자의 이야기는 일반인들을 그에 맞는 눈높이까지 강제적으로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책장은 비교적 쉽게 넘어가고, 그리고 그럴 때마다 새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고, 조류학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 지도 알 수 있다. 새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고, 조류학자들이 하늘을 훨훨 나는 조류들에게 어떻게 갖은 고생을 해가면서 접근하는 지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의 백미는 조류학자들의 생고생이라는 부분이다. 땅 위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자유로운 조류를 접한다는 건 체질적으로 많은 부분 부족함이 많다. 그리고 그런 부족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피땀 혹은 생고생으로 이어진다.
학자들은 새로운 부분에 매료되고는 한다. 그리고 그런 매혹은 탐험과 고생 등으로 점철된다. 학자들의 조사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고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이어진다. 지루해보일 정도의 조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조사에는 아무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녹아들어 있다. 고생을 했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미에는 아름다운 감동이 있다. 이런 매혹적인 감동이 있기에 고생인 줄 알면서도 훌쩍 험지로 떠나는 것이겠다.
약간의 자학을 담은 저자의 이야기는 친숙하게 다가선다. 뭐라 욕해도 할 말이 없다고 하는데, 재미를 동반한 부분이다. 조류의 세계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거기에 또 인간의 접근법이 있다. 그런 접근법에는 학자들의 노력들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책의 전문성을 더욱 빛낸다. 명망 있는 저자의 글은 마치 조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인의 어깨에 강제적으로 독자를 태운 것 같다. 강제로 조류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깊게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 저자처럼 조류들에게 접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생고생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조류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다면 재미 그리고 감동을 느낄 수도 있겠다.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조류의 접근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