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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음모 - 위험천만한 한국경제 이야기
조준현 지음 / 카르페디엠 / 2011년 5월
평점 :
음모를 통해 알게 된 우리의 진실, 사실일까?
책 읽기가 좋은 점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나 간과해놓고 있던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나 현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싶다.
특히 사회과학과 경제경영학의 논제들은 정답이 없으니,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론이 나게 되는 법이다.
독서의 중요성이 한번 더 강조되어야 할 분야가 아닐까 싶다.
업무상 또는 개인적인 흥미로 마케팅 서적이나 트랜디한 도서들은 자주 찾아 다니지만 막상 경제 자체를 논하는 대한 책들은 소홀하게 된다.
머리도 아프거니와 미시경제학들은 워낙 변동성이 심해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에서 이야기하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현실"의 질주가 시작되어 허탈감을 느낄 때가 많다.
장하준 교수의 저술이라던가 알기 쉬운...으로 시작되는 책들이 유행을 타는 것도 이런 연유가 있지 않을까?
한번 보긴 봐야 하는데 원론을 보기는 싫고 적당히 트랜드에 맞물려가는 형태 말이다.
"승자의 음모".
책 제목은 단순하면서도 독자들의 손을 머무르기에 충분한 암시를 던지고 있다.
음모라는 말 자체가 일반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적합한 단어 아닌가?
남들은 모르는 저자와 책을 읽은 독자들만의 독립된 공간 속에 쑥덕거림.
사실 책의 목차를 짚어보면 더욱 도발적이다.
상식 아닌 상식, 또는 기존 언론들이 항상 입버릇처럼 떠드는 명제들을 대놓고 깎아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사회가 쉽게 수긍하고 지나쳐 버리는 경제학적 의견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주고 있다.
직장 동료들과도 술자리에서 가끔 부딪히는 대표적인 사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가 합당한가?"나 "대한민국 경제는 재벌이 없으면 파탄이냐?"라는 주제가 대표적인 케이스 되겠다.
정밀하고 논리적인 경제학적 근거보다는 저자의 (다소 감정적이기도 한) 의견에 의존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경제지 등을 통해 지겹도록 듣는 편향된 의견에서 벗어나 실제적이고 사회의 이면을 통해서 바라 본 현상의 진실에는 은밀함 이상의 매력이 숨어있다.
단순한 음모가 아닌 조그만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드러나는 "진실"의 순간은 경제학 도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작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아쉬운 점은 몇몇 경제학자들은 너무 대놓고 깎아 내리는 부분이다.
사실 누가 더 옳고 누가 더 그른가를 판단하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 짧다.
그러다 보니, 저자의 주장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확신 있게 부정하고 동조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닐 수 밖에 없다.
나름 저명한 경제학자의 이론과 주장들이 저자의 의견과 상이하더라도 개인을 비난하기 보다는 상대방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 형태로 진행이 되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독자의 수준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던 부분이다.
어떤 부분은 너무 독자에게 자상하면서도 또 어떤 부분은 불친절하다.
예를 들어 현대 가의 "왕자의 난" 이야기는 이 책을 선택했을 독자들은 대다수 알 수 있는 내용인데도 너무 자세히 설명해놓고는, 경제학 이론과 현상을 설명할 때는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이야기하니 부분부분 이해가 지체되는 부조화가 발생해 버렸다.
다소 아마추어적인 서술이 아닐까라는 철모르는 비판을 조심스레 꺼내게 되는 부분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가슴 한 켠이 시원하면서도 우울하다.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깨달으며 지식의 청량감이 밀려오지만, 그 안에는 우리사화의 어둡고 습기 찬, 비린내 나는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경제대국이며 세계의 리더십을 자처하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니 우리가 특별히 못났다 비판할 수는 없겠지만, 자유로운 공유와 의견전달 없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시스템이 얼마나 국민들을 무지로 몰아가는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