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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만큼 성공한다 - 김정운교수가 제안하는 주5일시대 일과 놀이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노는 만큼 성공한다, 진짜?
작년 회사 전략회의 때 강사로 초빙되어 온 심리학 강사 한 분이 있었다.
곱슬곱슬 머리 때문에 누구나 에게 긍정적인 웃음을 유발시킬 수 있는 친근한 외모였다.
임원 분들의 굳은 표정이 삽시간에 여기저기 킥킥거리는 소리가 나오게 만들 정도로 청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돋보였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했던 건지 세세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직장생활에 있어 좀 더 여유를 갖고 일하는 것이 효과도 더욱 좋다는 요지의 내용으로 기억한다.
그 양반이 가끔씩 TV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고 지금은 유명인이 되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저자 김정운 교수 이야기다.
IMF 이후 대한민국의 직장은 많이 바뀌었다.
내부의 극심한 경쟁과 언제 내 일자리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심은 주 5일 근무제 같은 제도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긴장을 더욱 팽팽하게 만들었다.
농담 삼아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던지는 말.
"넌 휴가 5일 다 쓰냐? 네 자리는 알아서 뺄게."
하지만 받아 들이는 사람은 이 말에 숨겨진 가시가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예전과 바뀐 것이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갈 길을 간다는 것 하나.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기던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되었고 그만큼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부자이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 안의 구성원들에게 여유를 즐기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실제 따라가기 힘든 시대인 것이다.
5일 근무제는 분명 많은 사회 변화를 일으켰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주말 야외로 빠져나가는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는 고속도로 모습도 엄연한 우리네 한 단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여가를 즐기는 행태는 고만고만한 것 또한 사실이다.
공원, 극장, 쇼핑센터.
가족나들이를 나갈 수 있는 장소나 테마는 제한되어 있다.
특정 주제에 따른 행사나 전시회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새로운 파급력을 가진 여가산업의 모습은 찾기 쉽지 않다.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갈 만한 곳이 없을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놀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노는 방식이 최고이고 그 틀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한다.
이런 모양새는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생활을 할 때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성향으로 나뉜다.
정해진 업무를 프로세스에 맞게 처리하는데 주력하는 사람.
기존의 프레임을 깨뜨리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사람.
IMF라는 경제적 위기는 전자의 사람들의 시대는 끝났다고 종언한다.
하지만, 실제 직장생활에서는 전자의 사람들이 아직까지 득세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 주말에도 남이 보지 않더라도 야근.
“성실맨”이라 이름 붙인 사람들은 주위에 더 많고 나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왜 그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을까?
새로운 것이 업무의 생산성을 바꾸고 자신과 회사의 가치를 더 높힐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새로운 방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 새로운 프로세스는 지금과는 다른 환경과 방식의 고민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다.
실질적인 효용성을 가지는 해결책은 사무실의 정해진 공간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
사람은 자극을 받고 거기에 반응함으로써 생각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
매일 똑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틀을 깨뜨리는 사고는 나오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그렇기에 저자가 이야기하듯 놀면서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번 사물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유용성과 방식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어쩌다 한번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 상태에서 습관화되는 것이다.
실제 개인적인 경우를 되짚어 보아도 막히던 업무의 해결책은 책상 보다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거나 샤워할 때, 또는 주말에 가족들과 쇼핑을 하던 중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고 놀라고 하는 것은 신나게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라는 주문인 동시에 여유로움 속에서 자신이 고민하던 일에 대한 사고방향을 바꾸어보라는 조언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직장의 높으신 분들은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하던 방식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한 것을 인정해야 할 상황에서도 옛 것이 최고라는 고집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최근 IT시장을 제패한 애플의 사례를 보아도 이런 사실은 명백하다.
인문학이 애플의 신제품 개발 과정에 있어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부분도 맥락을 같이 한다.
시대가 변하였고 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