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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숫자에 속을까 - 진짜를 가려내는 통계적 사고의 힘
게르트 기거렌처 외 지음, 구소영 옮김 / 온워드 / 2023년 4월
평점 :
우리는 왜 숫자에 속을까 : 사람 속 뒤집어 놓는 통계의 거짓말을 꿰뚫는 눈을 가지기 위한 시작
숫자에 강해지라는 주문은 대입 수리영역에서 우수한 점수를 얻는 기분 좋은 일보다 백배는 유리한 인생의 마법주문이 될 수 있다.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점원보다 빨리 계산하거나, 회사의 재정상태를 줄줄 꿰는 선배사원의 으스대는 모습도 좋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정확한 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으뜸으로 뽑을 수 있다.
다만 여기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올바르게 숫자를 파악하고 숫자 이면에 숨어있는 제시자의 장난과 유도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여론조사기관까지 등장하며 지역별, 연령별 결과와 추세동향을 화려한 그래픽으로 보여주지만, 어쩌면 이들 중 일부는 진실을 호도하고 자신들의 원하는 정치색을 입히기 위해 면접 대상을 특정 층에 편중되게 선택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정확도를 자랑하는 결과는 나올 수 없지만, 숫자를 다루는 이들의 간교함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통계와 숫자를 바라보는 정확한 눈을 가져야 한다.
물론 어렵다.
고등교육을 받고 머리에 지식이 겹겹이 쌓인 누구라도 숫자의 장난에 바보가 되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다.
세상을 정확하고 비판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단 공부를 하고 연습문제를 풀어보는 수밖에 없다.
노력하지 않고 매의 혜안을 얻는 일은 결코 없다.
책에서는 기본원칙 5가지부터 제시하며 당신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책의 서두부터 독자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보는 일기예보의 비 올 확률 30%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다들 하나의 답을 떠올리며 당연한 걸 왜 물어?라고 하겠지만,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 해석하는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그런 만큼 숫자를 제시하는 측에서는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하지만, 많은 경우 의도적 도는 생각없이 생략해버려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키게 된다.
통계를 잘못 해석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 존재하며, 책에는 사례를 통해 우리가 빠질 수 있는 오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근래의 사례인 코로나부터 시작하여 축구선수들의 연봉문제 같은 상관관계를 잘 못 이해하는 경우도 많고, 시대가 흐름에 따라 통계를 구성하는 용어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동독 시절에는 실업률이라는 의미자체가 없었다는 웃지 못 할 정치적 상황을 다른 시대와 비교하는 통계를 그려본다면 왜곡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통계에 대한 사고력을 키우는 일만이 위험에 빠진 숫자의 망령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자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 동감하게 될 것이다.
절대적인 기준치를 설정하는 일부터 우리는 난관에 봉착한다.
책에서 사례로 보여주는 독일사람들의 새해 첫날 폭죽놀이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는 에피소드는 지극히 주관적인 데이터를 특정 조건에 반영하여 언론이 원하는 결과로 호도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물이 얼음으로 바뀌는 온도가 바다 염분의 차이에 따라 지역별로 다를 수 있음에도 이를 기준으로 설정하여 평가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애당초 맞는 결과를 도출하기는 힘든 상황이 된다.
이런 숫자의 농간을 인지하고 있을 때 우리는 조사결과에 의문점을 제기하고 올바른 방향을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척도 기준도 숫자가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분야이다.
단순히 질병의 기준을 조금만 낮추는 행동만으로 관련 의료업계와 제약회사들의 수익은 폭증할 수 있다 이 숫자의 범위 조절로 환자수를 무려 3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제시는 과연 현대의 의료체계가 정당하고 올바를 수 있는가 의심을 품게 만든다.
대다수 의사들의 양심을 믿지만, 모두가 정의롭지 않다는 사실은 의사들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던가?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암을 예방하고 질병을 추적한다는 의료의 고마움 조차 얼마든지 숫자의 영향력으로 헛된 꿈을 환자에게 줄 수 있다는 사례 제시는 슬프기까지 하다.
두 번 속는다면 사기꾼의 잘못이지만, 세 번 속는다면 그건 속는 사람의 문제다 라는 말처럼, 통계가 왜곡을 통해 사회를 오도하고 특정집단의 이익에 반영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부하지 않는다면 바로 우리의 문제고 결말을 책임져야 할 지 모른다.
책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사례들만 훑어봐도 정확하게 기준과 판단의 근거를 잡느냐의 따라 당장 나의 미래가 좌지우지된다는 당연한 결과를 인정하고 현혹되지 않는 훈련을 요구한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이 잘못된 통계 사례를 집어 나가는 독일의 모습은 부럽기까지 하다.
막대그래프를 의도를 가지고 일반 용례를 벗어나게 왜곡을 해놓고 버젓이 신문 지면에 실어버리는 데스크가 비난받지 않는 국내 언론 환경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히려 언론이 통계를 조작하고 사람들을 속이는 기사를 남발하는 사회에서 건전한 비판과 미래를 위한 도약이 가능하기나 할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고 있던 결과가 사실은 거짓이었음을 깨닫아봐야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걸.
우리 사회를 이끄는 통계의 폭넓은 행보를 마냥 즐겁게 봐서는 안되며, 비판적 사고를 숫자에 대입할 수 있는 지식을 챙겨야 한다는 다짐을 굳게 먹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