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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의 흑역사 - 시장 질서를 박살 내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무모한 대결의 연대기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3월
평점 :

경제전쟁의 흑역사 : 흑역사는 그들이 만들고 결과는 우리를 고통에 빠뜨리다.
감추고 싶은 일은 꽁꽁 싸매어 깊은 강물 속에 던져 놓고 다시는 떠오르지 못한 게 무거운 돌이라도 매달아 놔야 한다.
문제는 낚시꾼 하나가 우연히 들어올린 상자 속의 비밀들이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고 이야기거리로 퍼지기 시작하면 다른 낚시꾼들도 새로운 비밀을 들추고 싶어 여기 저기 낚시대를 던져 놓기 바빠진다.
흑역사 시리즈들이 딱 이런 케이스다.
교훈은 커녕 누군가 반복해서는 안될 페이지를 싹둑 잘라버리고 싶은 사건이 적절한 각색을 통해 비록 흑역사이지만 후손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 실패의 가르침으로 전파할 수 있는 스토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역사를 관통하는 왕의 결정과 전쟁들 사회 이슈와 기술의 발전 모두 실패를 기반으로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경제도 예외일 수 없다.
고대 시대는 물론이고 중세를 거쳐 대항해 시대에 이르며 세계의 교역이 국가의 위상과 암투와 섞이며 대혼란의 시대가 되었지만, 그 이후 경제라는 주판 알을 튕겨 세계 제 1의 대제국을 구축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와 음모가 역사 페이지를 주름잡게 된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던 만큼 예쁘게 포장되어 성공사례로 뽑히는 사건들도 많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착오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만든 실패는 은밀한 창고 속에 꽁꽁 숨겨 놨었다.
하지만, 이 역시 역사의 교훈을 얻기에 충분한 배움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책을 통해 경제학의 흑역사를 이해하고 당시로서는 훌륭한 선택이라고 믿었지만 어떤 요인이 실패를 뜨겁게 맛보게 이끌었는지 이해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저자는 대항해 시대에 가장 유명한 교역 물이었던 후추에서 시작하여, 남북전쟁의 노예제, 석유를 위한 미국의 광기를 보여준 이라크로 우리를 인도한다.
보호무역으로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려 했지만 실패한 여러 사례와 미국과 대척 한 여러 강대국들의 뼈 아픈 실패기, 우리나라의 한일 무역분쟁까지 꽤 넓은 스펙트럼으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시장을 박살 내버리고 세계경제에 암울한 자살골을 넣어버린 흑역사는 시작은 창대 하였으나 끝은 보잘 것 없게 마무리된 지워버리고 싶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사건들의 총집합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제 봉쇄를 잘 못 내렸다 혼줄 나는 나폴레옹 챕터는 최근 우리 세대의 흑역사로 기록될 우-러 전쟁의 전형을 보여준다.
강력한 영향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봉쇄령이 그럴 싸 해보일지라도 세계 최강대국으로 자리 매김한 영국을 대상으로 호락호락 작전이 먹힐지 의문이 들지 않았을까? 비록 핵 보유국이 되었지만 작은 나라 북한에게도 쩔쩔매는 게 국제관계인데 한 시대의 풍운아는 이를 너무 무시했다.
심지어 동맹국 사이에서도 이탈이 일어났고 결론적으로는 양국 모두의 국민들만 피폐해졌다.
책에 삽입된 풍자화가 양국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식량 주권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적극 동감하는 대목이다.
국제사회에서 상대방에게 등을 돌리는 일은 한순간에 벌어진다.
최근 우리나라와 급속하게 관계가 악화되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었는지 떠올려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한반도를 언제든지 갈등의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두 나라와 척을 져서 어떤 효익이 있는지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국민들을 암흑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식량과 자원이 무기화되는 2022년을 목도한 결과가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지 알 수 없다. 쌀조차 식량 자급화의 보호막으로 걷어버리는 정책은 더욱 아찔한 현실이 되어 목구멍을 압박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을 벼랑 끝으로 몰아 결국 히틀러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고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젊은이들을 몰아넣은 영국과 프랑스의 욕심은 그 어떤 흑역사도 대적하지 못할 참사였다.
쥐를 몰 때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주라는 속담마저 철저히 무시한 베르사유 조약의 대표자들은 독일이 굶어 죽을 때까지 순종의 양떼가 되리라 믿었던 건지, 아님 원수를 갚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걸 포기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세기 최악의 선택지로 귀결되고 말았다.
항공기를 둘러싼 미국과 유로의 보조금 논쟁은 모르고 있던 분야라 꽤 흥미롭게 읽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돌이킬 수 없는 벽을 만들고 있는 요즘의 모습과도 유사해 보인다. 과도한 시장개입은 결국 정치적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흑역사들을 왜 자꾸 간과하는 걸까?
어깃장을 놓은 일본과의 마찰은 과연 해결된 걸까?
No Japan 운동을 이끌었던 젊은 세대조차 이제는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 중 갈등의 한복판에 서있는 우리의 어려운 상황에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마치 우리가 뭘 잘못한듯 머리를 조아리고 선물까지 넘겨가며 관계 정상화를 해요 하는건지 또다른 흑역사를 리얼 타임으로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국민들은 독수리 눈으로 정치의 현장을 살펴야 한다.
경제의 흑역사로 입은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의 몫이다.
상위계층들은 정치 경제가 혼돈에 빠질 수록 더 큰 수익을 획득한다. 그렇다며 그 수익은 어디에서 흘러온 걸까? 상황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수렁에 빠진 일반 서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 낭비되고 모아온 재산은 그렇게 주인이 바뀌는 방식이 바로 21세기의 새로운 계급 사회로 가는 자본주의의 마지막 흑역사는 아닐지 우려스럽다.
과거의 흑역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가다 후반부로 갈수록 대한민국호의 불안한 미래가 투영되어 우울해졌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