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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없고 취향은 있습니다 - 취향이 곧 브랜드가 되는 공간 이야기
이우준.권영혜 지음 / 책밥 / 2023년 5월
평점 :
컨셉은 없고 취향은 있습니다 : 어렵지만 뚜벅 뚜벅 갈 길 걸어 간 카페의 철학
상가 곳곳이 공실로 비어간다.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 낯익은 대형쇼핑몰들의 반 이상이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는 뉴스에 놀랍기만 하다.
극장의 손익도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는 운영사들은 실적을 만회해보고자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지만 높아진 극장표는 부메랑이 되어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멀티플렉스가 문을 닫으면 공간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빈 공간 채우기 업무를 1년 남짓 해보았지만 비 식품 분야의 위상은 갈수록 떨어진다.
상품판매 공간은 온라인으로 이양되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공간들은 그루밍 족이 차지한 지 10년은 됐다.
텅 빈 공간에 다시 고객의 발길을 돌리려면 접근 방식이 달려져야 한다는 요구.
지금까지 어느 정도 수준만 유지하면 줄 서서 먹는 식당, 나름대로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면 얼마든지 모객 할 수 있던 과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카페의 경우도 마찬가지.
최근 국내 시장의 판세는 저가형이 대세다.
스타벅스는 2조 6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스타벅스의 매출 규모는 상품판매의 강자 다이소와 비슷한 수치다. 2000호점을 앞두고 있다하니 널린 게 스타벅스가 되는 상황인데, 늘어난 매출과 달리 영업이익은 올해 1/4분기 30%이상 하락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영향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이유를 뽑고 있다. 그 들만의 문제일까?
개인 카페들의 어려움은 원재료 상승에 1차 위기상황이지만, 1500원으로 수렴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의 공격세는 더 무섭다. 원두의 깊은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감사해야 할 정도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프랜차이즈의 공세는 역세권은 물론 사람이 좀 몰린다 싶은 공간은 모조리 점령해 나가고 있다.
누군가 까페를 창업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주변 사람들은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말린다. 더욱이 번화가에서 한참 벗어난 호적한 동네 어귀라면 멱살을 잡고서라도 막아야 한다.
금속공예라는 치트 키를 가지고 있지만 저자 부부가 회사를 때려 치고 한적한 부산 골목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주변 사람들의 아비규환과 걱정 한가득.
카페라는 공간 안에 굿즈나 공예품들을 파는 경우 많이 있지만, 몇 몇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기대도 되지 않고 판매량도 눈대중으로 보니 썩 좋지 못했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비책이 있다면 생존 가능성은 높아질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 부부의 진심은 정말 대단할 걸, 감탄하지만 독자 누군가가 문장 속의 의미들을 단순하게 카피캣하려고 덤벼든다면 큰 코 다치겠다는 우려도 드는 솔직한 마음이다.
컨셉과 취향의 차이는 무엇일까?
책 제목에서는 근사한 미사여구처럼 들렸지만, 막상 카페를 창업하려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조언을 주는 누군가의 이런 질문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가게를 오픈할 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방식, 고객이 좋아하는 방향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하는 부분인데 갈등상황을 컨셉 vs 취향으로 몰고가려는 시도는 친절하지 않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자.
카페를 창업하는 입장에서는 쓴 소리가 오히려 득이 된다.
경험이 있던 처음 장사를 시작하던 누군가 오랫동안 가게를 유지하고 사업을 지탱하는 힘이 있다면 응당 숨어있는 비결과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 일임을 인정해야한다.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쓴 맛 몇 번으로 퉁 칠 수 있다면 확실히 남는 장사 아닌가?
프랜차이즈나 마케터 입장에서 강조하는 시각인 컨셉의 유혹을 과감히 끊어버리고 고객에 집중하고 원하는 방향성을 잡아내어 취향을 잡아내는 길을 걷는다면 경쟁자보다 우위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마다해서는 곤란하다. 취향이 창업자 자신의 내부에서 피어올라 다른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겠다는 도전이라면 차별화는 확실해진다.
다만 외부와 내부의 취향 차이를 어떤 도구와 방식으로 다리를 만들어야 할 지는 분명 숙제이고 성공을 좌우할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네 살 터울의 부부가 자신들의 취향을 가게에 전사하고, 방문한 고객 중 취향이 맞는 이들의 반복방문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담담한 일기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엮어가는 템포는 느리지만 곱씹어볼 내용들이 많은 취향 높은 전략 도서로 챙겨도 좋다.
카페를 운영하는 마케팅 전략서는 분명 아니라는 사실을 몇 페이지만 들 척여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기존 프랜차이즈나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로 반짝 유행을 쫓아 창업하려는 안일한 생각이 아닌 행동 하나와 공간을 꾸미는 발상에서 저자의 노하우와 감성을 나만의 공간을 채우겠다는 의지로 불탄다면 거대한 꿈을 만드는 나만의 조언가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노하우와 바라보는 시각이 교정 같은 내용도 에피소드를 통해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날 밖에서 오픈시간을 기다리는 고객을 일찍 가게로 들였다 다른 고객으로부터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고 항의 받는 장면은 의외로 장사 현장에서 자주 엿볼 수 있다. 분명 일찍 와서 자리를 지키며 대기하는 사람이나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방문하는 사람은 둘 다 소중하다. 그러나 상반된 상황에서 두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작은 부분에도 나만의 원칙을 세워 두고 안내를 미리 해 나간다면 공간의 취향을 즐기러 시간을 내서 방문한 손님에게 누가 되지 않으리라.
고객의 작은 행동가지 하나에도 자신의 센스를 켜 놓으라는 주문은 창업지망생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충고다.
서점 책장을 가득 채우는 일반 창업도서로 이 책을 골라 들었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유명 프랜차이즈나 고객의 입맛에 딱 맞는 컨셉으로 가게를 오픈하는 사례만 보아왔으니 이렇게 해서 장사가 될 수 있겠어? 거침없이 악평을 해댈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힘들게 오픈 시킨 카페를 일이 년 하다 접을까의 문제다.
잘 나가는 상권은 저자의 이야기대로 임대료가 높아, 단기간 내 수익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하게 된다. 나만의 취향을 고객과 나눈다는 발상은 사실 대다수에게는 불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하지만, 장사를 시작하는 마음이 망하기 위해서가 아니듯, 책 한 권에서 성공의 흔적을 밟아가며 가르침의 순간으로 만든다면 바로 나 자신에게 유리한 조언이 된다.
모든 일은 마음가짐에서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창업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테리어 견적을 받고, 어떤 프랜차이즈가 나을 지 어떤 지역이 장사가 잘될지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면서 정작 장사의 철학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실패는 냉큼 달려든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니다. 내게 맞는 옷도 아니다.
다만 받아들이는 독자의 마음가짐에 어떤 잔향을 남겨두는 가가 유념할 일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