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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평점 :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욕망과 탐욕이 뒤엉킨 경제사에서 우리는 어떻게 교훈을 확보할 것인가?
학창시절, 암기과목으로 분류되니 역사 공부는 하품 나오는 시간이다.
왕실의 비밀, 전쟁의 비참함, 정치권의 암투.
9시 땡 치면 뉴스 채널을 자동으로 돌리는 이유는 사람은 사람의 일이 궁금하기 때문이고, 역사에 대한 관심 역시 괘를 같이 한다.
시험에 대한 부담없이 순수한 학문의 열의로 역사책을 뒤적이는 상황은 그렇기에 재미있는 오락의 하나이며, 쌓여가는 지식의 향연에 춤이라도 덩실 출 만한 즐거움을 준다.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획의 역사서들을 여러 권 읽다 보면 중복되는 내용도 많아지고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머리 속에 뚜렷이 자리잡는 장점도 있다.
TV를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역사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기대보다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현상은 이런 측면에서 긍정의 효과를 낳고 있다.
역사를 단순히 과거에 지나간 발자취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교훈을 얻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순기능이 보다 활성화되기 기대한다.
경제 독립을 이루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중에 돈이 넘쳐나더라도 더 막대한 수익을 제도나 견제로 진행할 수 없다면 가진 자들의 열망은 곱절이 된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 가문이라고 알려진 “메디치 가문”의 파란만장한 역사는 거대한 세력으로 커가는 일련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인들이 기존 계급사회의 틀을 무너뜨리는데 경제 독립이 트리거 였다면, 뇌물과 편법을 불사하고 목표를 위해 집념을 불태운 가문의 집요함은 성공의 방정식 으뜸의 비결이다.
점잖게 체면을 중시하던 조선이 세계의 흐름 속에서 갈피를 잡지못한 채 역사의 뒷 길로 튕겨나가 이유도 설명되는 듯하다.
특히 놀라운 장면은 “신뢰”라는 금융의 핵심 자산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쫓겨난 교황의 뒷바라지를 해준 대목은 그들의 확실한 실행 의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잘 몰랐던 가문의 추악한 역사를 화려한 가문 문장 뒤에 숨겨놓는 일은 동서양의 오래된 악의 축들이 저지르던 반복이라는 사실이 새삼 소름 끼친다.
국가가 힘을 잃고 제자리를 찾지 못할 때, 국민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일상을 지내는 일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국가는 힘을 가지고 경제권을 확보해야 한다.
아편전쟁으로 상징되는 청의 몰락은 아무리 세계열강의 막강한 화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일지라도, 권력자들의 무능함이 국가를 얼마나 파멸의 상황으로 몰고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상하이의 영광과 몰락 과정을 아편 1차 전쟁부터 서술한 챕터는 신냉전체제로 숨가쁜 변화가 이루어지는 2023년의 대한민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치외법권이 허용되는 민간자치구가 광범위하게 용인되고, 그 안에서 본토인들에게 주택임대료를 뜯어먹는 기형적 구조는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고급 식당의 입간판만큼이나 충격이다.
국가의 부가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 더해져 나온 결과라면 국가 자산을 지키는 정부의 의무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몰락은 언제 봐도 우리에게 가십거리로 써먹는 흥겨운 사건이다.
잘 나가던 일본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플라자 합의는 역사 이래 가장 점잖은 제국주의를 이끌고 있던 패권국가의 패악 질에 걸맞는 제대로 고춧가루 뿌린 격이 되었다.
절대로 재건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지 못하게 뿌리를 갈아 없애자던 맥아더의 노력이 한국전쟁으로 물거품이 된 이후 전쟁 생산기지로서 부활의 기초를 마련하고, 그들 특유의 근면성과 꼼꼼함으로 무장한 전자제품과 자동차가 세상을 휘어잡을 때 보이지 않는 3차 경제세계대전의 승자는 다름아닌 일본이 아닌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며 경제 파국은 일본을 덮쳤고 잃어버린 10년의 고통을 겪은 후, 숫자는 계속 늘어만 갔고 2023년도 다름 없다.
우려 스러운 점은 일본의 비극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태세전환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밀착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지고 있으며, 대대로 미국 민주당 정권이 일본에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일본으로서는 그래프의 반전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아베노믹스가 부활의 상징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지만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위기감을 이번에는 제대로 해소하겠다고 잔뜩 벼르는 모양새다.
신냉전시대에 양 진영 가운데서 여우같은 이득을 지속 챙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는 그렇게 해야만 안위를 유지할 수 있다.
대놓고 너는 싫어! 이야기한다면 외교의 소용돌이는 우리를 중심으로 몰아넣을 수 밖에 없다.
태풍을 막아주는 자연방패막이 일본이 경제정치외교의 방어막이 되어 주길 바라지만, 한국은 그런 활용성을 애써 외면하고 일본을 우방으로 놓고 싶은 모양이다.
100년 역사에서 배운 게 없으면 책임을 져야지 별 수 있겠나.
역사에서 경제를 둘러싼 갈등과 환희의 순간은 그 어떤 역사의 굴곡보다 화려하지만 이면에 숨어있는 민초의 고통은 애써 외면되어 표현되었다.
21세기 한국인들이 느끼는 경제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대한 흐름 속에 개개인이 익숙해지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버텨내야 하는 파도와 같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듯, 개인도 과거 경제사의 출렁이는 위기와 기회를 어떻게 나에게 유리하게 방향 잡을지 결정해야 한다.
일반인들도 역사에 대한 흥미를 더 높게 만드는 매력적인 방송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계속 흥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유튜브에서도 질 높은 역사 채널이 많아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