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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 자본주의부터 세계대전까지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6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713/pimg_7835881633930790.jpg)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 일상생활의 혁명을 이끈 화학사의 재미있는 여행 두번째 에피소드
화학은 우리 생활을 현대시대에 걸맞은 윤택한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을 혁명적으로 이끌어와 왔다.
마트에 가득 찬 형형색색의 상품과 먹거리들은 화학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대상은 0에 수렴한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 취침 시간에 이르기까지 의식하지 못한 영역에서 화학은 절대신과 같은 엄중함과 진지함으로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다.
화학의 역사를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 우연한 기회에 발명되고 발견되고 여러 사람의 손과 노력을 거쳐 과거와 완벽한 단절이 가능한 편리함과 다양성을 제공해주는 과정 자체가 역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두권으로 분리되어 출판되었는데 그만큼 방대한 역사를 총망라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화학이라는 어려운 과목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역사에 흥미가 있고 사물의 탄생비화에 관심이 있다면 술술 넘어갈 수 있는 구조로 편집되어 있어 전문성 있는 지식을 미리 가지고 첫 페이지를 넘길 부담감 따위는 잊어도 좋다.
일본 햄버거 체인 2위 업체인 모스버거가 최근 실적난으로 꽤 고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국내에 유명 해외 햄버거 집이 진출하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뉴스에 등장하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원래 편하게 찾던 햄버거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하나의 패턴이 완성된 우리 모습이 떠오른다.
수제 버거의 열풍이 해마다 무슨 연례행사처럼 진행되지만 친숙한 프랜차이즈가 오랜 시간 수많은 지점들을 유지하며 성업하는 이유는 바로 저렴함과 편리함이라는 두가지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에는 숨어있는 걸출한 맛을 창조하는 화학 레시피가 지배하고 있다.
화학 첨가물은 오랜 시간 학자는 물론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도 몸에 해로운 물질로 인식되고 가급적 멀리하려고 노력해왔다.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는 맛에 혁명을 현실화했다.
다시마 국물의 감칠맛이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타메이트’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내고, ‘맛있다(우마이)’와 ‘맛(미)’이라는 일본어를 합쳐 ‘우마미’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마미 버거라는 외국 햄버거 체인이 일본에 상륙해서 인기를 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져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전세계 맛의 표준에서 우아미는 공식적인 인간의 맛으로 인정받았고, 근래 들어 가장 획기적인 화학의 계가일지 모른다.
화학시대 2번째 이야기 시작은 바로 식품에서 시작한다.
먹는 일이야 말로 인류가 탄생시점부터 모든 관심사를 기울이는 영역이며, 이는 다른 동식물도 마찬가지다. 삶은 먹는 일로 시작하여 먹는 일로 끝난다.
전쟁의 참혹한 현장에서 아무리 명분이 좋고 승리의 보상이 높아도 식량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임진왜란 당시 초기 일본군의 파죽지세를 제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해군과 의병들의 활약으로 부산지방에서 올라오는 보급로가 끊기고 곡창지대인 전라 지역을 제압하지 못한 탓이었다.
곧 개봉할 영화인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에서 치열한 전투 장면의 재현이 기대되지만, 그 와중에 감독 특유의 세밀한 디테일을 살려 전투식량의 보존방법에 대한 혁명이 묘사되면 재미있겠다 생각해본다.
니콜라 아페르가 고안한 최초의 식품 장기보존 방식은 병이었다. 중탕한 음식을 병에 진공 포장하여 획기적으로 보존 기한을 늘린다. 발명가 본인도 이 방식이 세균의 침투를 방지하여 부패를 막는 생물학 원리가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니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다. 병의 가장 큰 단점은 쉽게 깨지는 문제였다. 시간이 300년이 흐른 지금도 병으로 유통되는 상품이 남아있지만 상당수는 플라스틱으로 변경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병으로 된 식품은 유통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후 영국 발명가 피터 듀란드가 홍차 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통조림이야 말로 인류 최고의 보존 방식이라고 불릴만하다.
2023년에도 가장 긴 유통기한을 가진 녀석들은 동원 참치 캔 아니던가!
갑작스레 좀비 세상이 되거나 나 혼자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면 듀란드 덕분에 생명연장이 3-4년 길어질 수 있게 되었다.
보급식량의 보존성 증가는 전투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졌고, 역사의 한 축을 장식할 수 있었다.
나폴레옹의 패배로 위기에 빠진 프랑스 정부를 구해낸 미식 외교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한편으로는 프랑스 사람들이 요리에 자부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새똥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 뉴스를 믿을 수 있을까?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할 법한 이슈는 실제 벌어진 역사의 한 페이지다.
“구아노 전쟁”이라 불리는데, 남아메리카의 값진 자원을 두고 펼쳐진 갈등의 촉발이었다.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의 주장대로 화학물 비료의 효능을 알아챈 국가 간의 이권 다툼 속에 거짓말 같은 전쟁이 탐욕으로 현실화된 짤막하지만 인상적인 실화였다.
와인이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금은 다소 꺾였지만 코로나 시대에 와인 매장의 매출신장률은 엄청났다.
혼술의 가성비를 젊은 세대가 알게 되면서 기왕에 저렴하게 먹는 술 와인으로 바꿔볼까 라는 생각에 너도 나도 와인 고르기에 즐거운 선택 시간을 투여했다.
와인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산지는 프랑스의 보르도다.
하지만 외래에서 들어온 병균으로 포도나무들이 괴사하는 바람에 전통의 포도주 산업이 붕괴될 처지에 이른다. 재료인 포도나무들이 제대로 자라고 열매를 맺지 못하니 그동안 쌓아온 양조 비법은 의미가 없어졌다.
다행히도 숨은 영웅들은 위기에 진가를 발휘한다.
보르도대학 식물학 교수 밀라르데가 포도밭의 도난방지를 위해 뿌려 둔 물질에서 착안하여 보르도액을 발명하면서 근심거리가 사라졌고, 우리는 지금도 보르도의 근사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행운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항공기는 가볍지만 튼튼한 금속이 필요하다.
저 무거운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을 날까 의구심은 강력한 엔진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두랄류민이 등장한다.
알루미늄의 변형으로 만든 금속이다. 단단한 알루미늄은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에라 모르겠다 주말에 일단 쉬고 보자고 결정한 독일 야금학자 빌름의 선택은 인류에게 한발자국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준다. 덕분에 우리는 저렴한 티켓 비용으로 세계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오래된 염원을 이룰 수 있었다.
화학이 활용될 수 있는 최악의 대상은 무기 체계이다,
인류의 삶을 쾌적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준 모든 공로를 쓸모없는 인간의 자만으로 비하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폐해를 가져다준다
원자탄 역시 물리학자들의 연구 토대 위에 만들어진 화학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으나 역시 우리의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은 독가스로 대변된다.
화생방 훈련해본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독가스는 직접 경험한 최악의 상황 중 하나이다.
순식간에 퍼지는 가스는 방독면을 제 때 착용하지 않으면 눈물지옥에서 피할 방법이 없다.
서서히 피부와 내부에 스며들며 결과적으로 호흡을 못하게 만들고 피부는 홀라당 태워버린다. 설사 살아남아도 고통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이다.
단 한발의 무기가 수십명에서 수십만명까지 일시에 살상할 수 있는 최악의 무기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초기 무기라서 그런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암암리에 꽤나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은 화학무기의 범람을 극단의 상황으로 촉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전쟁이었지만 다행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수 있기에 어느 정도까지는 자제되는 분위기였다.
독일군이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했던 독가스를 무기화 하여 꽤 많은 양을 비축하고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사용하지 않는 일은 오히려 아이러니한 결과다.
유태인 대상으로 참혹한 살상을 저지른 히틀러의 광기가 확산되는 살육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 사용을 자제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면서도 다행스러운 안도가 된다.
전체적인 전력이 부족했던 일본의 경우 독가스는 알차게 활용하기 적당한 무기였을 것이다.
연구가 이루어지는 섬을 지도해서 삭제할 정도로 집착을 보였지만 다행히 본격적인 활용은 하지 못한 채 전쟁의 끝을 맞이했다.
만약 그들의 연구했던 화학무기들을 세상에 내놓았더라면 원자탄 2개로는 부족했을테고 한반도에도 한발이 날아왔을지도 모른다.
당시부터 화학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일본의 과학자들이 지금도 무슨 비밀병기를 만들지 모를 일이다. 로보트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에 악당의 모습은 일본과 너무 닮아 있다. 자화상을 그린 거 아닐까?
서평으로 써 내기에는 방대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앞서 설명했듯 과학의 지식을 요구하는 책이 아니다. 페이지를 즐겁게 넘기다 보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화학의 세계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고 수많은 화학 영웅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세상은 단 한사람의 발명 또는 발견으로 이렇게 멋진 또는 불행한 현실로 바뀔 수 있다는 진실을 책을 통해 깨닫는다. 그리고 폭주하는 과학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세계의 정의로운 역할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실에 동감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