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이야기 - 과학부터 역사까지 기상천외한 22가지 지식 더하기
막시 라부쉬 지음, 성세희 옮김 / 유노책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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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이야기 : 당신이 모든 모임에서 지적 우월성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책을 소개합니다
 
 
글 잘 쓰는 비결을 책으로 읽는다.
세상에 정답이 없듯, 작법에도 정도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어서 내 안에 지식이 풍부해지면 좋은 문장으로 뽑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다른 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장소에서 바로 펜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많이 모으라고 조언한다.
만명의 조언을 만개로 흡수하면 만 배쯤 글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워드를 열고 하얀 공백에 검은 활자를 채워가다 보면 매번 같은 문구와 단어가 패턴으로 되풀이된다.
영어 공부하듯 우리말도 유사어 반의어 등 단어의 세계와 조합을 제대로 학습해야만 했다.
빈약한 어휘력을 나이 먹고 흡수하기란 교정 불가능한 젓가락질처럼 어려운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가능해진다.
 
지식의 범위를 넓히는 일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 과거 출판물로 한정된 지식의 창고는 형태와 방식을 21세기에 걸맞게 변형시켜 빠르고 강하게 흡수된다. IT 기술의 숨어있는 강점이다.
비록 깊이 있는 논의를 온라인 상에서 접할 기회는 아직 쉽지 않지만 글을 쓰고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넓이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는 충분한 리소스를 제공해준다.
 
여기에 우리는 날개를 하나 더 얻었다.
챗GPT나 구글 바드는 사고의 행동범위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일반상식들을 체계화하여 귀띔해준다.
 
물론 단연코, 책을 통한 앎의 농축은 인류가 수천년 동안 보장받은 축복이자 혁명의 근원이다.
 
평상시 관심을 가지기 힘든 다채로운 분야의 우리가 몰랐던 지식들을 모아서 책 한 권으로 만들어놓기란 작가 입장에서 어려운 일이었을 테다. 이기적인 우리 독자들은 노고를 치하하며 단물을 쪽 빨아먹고 확대된 놀라운 이야기 속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무려 22가지 분야의의 생소한 단어와 스토리는 책장을 넘기는 내내, 머리 속은 좀 복잡해지겠지만 미시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앤트맨의 환호성 같은 지적 흥분을 맛볼 수 있다.
역시 활자가 종이에 박혀야 깨달음의 과정은 진국이 된다.
 


첫 포문은 생명의 분류체계로 시작한다.
우리가 평상시 부르는 동물들의 이름과 학명이 다른 건 생물 교과 시간에 잘 배웠지만 입에 잘 붙지 않기 때문에 굳이 외우고 다니지는 않는다.
실생활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뛰어노는 강아지를 보며, 식육목(食肉目) 개과의 포유류라는 인식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동물학명을 지을 때의 자유분방함에 놀라게 되고, 우리가 익히 들어온 유명인들의 이름이 어떻게 수많은 생명체의 이름에 차용되었는지 키득거리며 알게 된다.
저자 말대로 과학자들의 두꺼운 뿔 테 안경과 화학약품 가득 묻은 꾀죄죄한 가운이 아닌 추파춥스 입에 물고 에어팟을 들으며 연구하는 모습이 오버랩 될만하다.
버락 오바마 같은 정치인부터 프레디 머큐리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록 스타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새롭게 발견된 생명체의 이름에 인용되기도 하며, 발견자나 명명자의 개인 취향이 잔뜩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라틴어의 생소한 발음이 어색하고 어렵지만, 명명법에 대한 이해가 되어 흥미롭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음악 선호도 알 수 있는데 한가지 틀린 부분도 있어 지적한다.
 
말벌 “메탈리크누몬 뉴로스파스타쿠스”는 그룹 메탈리카의 이름을 인용했는데, 그 뒤에 붇는 “꼭두각시의 주인”의 설명을 연약하고 어리석은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견자는 그냥 메탈리카 팬이라서 그들의 대표앨범이자 대표 곡인 “Master of Puppets”를 학명에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세계의 각 종교 별 장례행사를 짧게 다른 챕터는 죽음의 의미를 너무 어둡고 절망의 끝으로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추모를 하는 일정 기간을 두고, 유족들에게는 다른 형태의 생활 제약이 뒤따르는 데 사실 이 부분은 그들을 위로하고 잠시나마 세상의 복잡한 간섭과 시선에서 안전한 지역에 머무르며 정리하기 위한 배려로 활용된다는 느낌이다. 삶의 종착역을 축제처럼 현란한 재즈로 즐기는 문화도 흑인 사회에서 등장하는데, 죽음을 또다른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고인의 명복을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비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독수리를 이용하여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은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던 장면인데 괜한 마음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한 방에 날려보낸다. 어차피 땅에 묻어도 더 작은 생물들이 네 사체를 뜯어먹는 건 마찬가지라며.
 


영화 속 기묘한 상황은 익히 아는 영화들이 등장해 관심이 간다.
오멘 시리즈나 엑소시스트는 지금 보면 저게 뭐가 무섭냐고 코웃음 칠지 모르겠지만 당시 관객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었다. 애플TV 독점 영화 “고스팅”에서 주인공 크리스 에반스가 어린 시절 엑소시스트를 보고 난 후의 악몽을 이야기하자 여주인공 아나 데 아르마스은 자신은 시청하지도 않았으면서 영화가 무서워봐야 얼마나 그렇겠냐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악마의 씨”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들은 우연이라고 지나가기에 약간 섬찟한 느낌이 든다. 지금도 회자되는 찰리 맨슨의 끔찍한 살인극이 연관되며 범죄자들을 인도한 음악이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이라고 작가는 언급한다. 물론 이는 비틀즈 멤버들과는 무관한 사건이었지만 벽에 써 놓은 수록곡 “Helter Skelter”의 표식은 수많은 호사가들의 심심풀이 가십으로 오히려 끔찍한 비극이 희화화될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줄은 이 책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전에 몰랐던) 또 하나의 논쟁거리를 던져 놓아 가슴이 쿵 하고 내려간다.
 
책장을 넘겨갈수록 엉뚱한 분야와 시선을 통해 독자를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로 만들려는 저자의 굳은 결의가 감동스럽다.
 
이런 책이라면 하루 종일 읽을 수도 있다.
가볍지만 반복해서 읽어야 할 이해가 되거나 단어가 입에 붙는 내용도 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튜브 쇼츠로 시간을 때우는 정도의 자세라면 이 책을 완독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상식을 넘어선 저 세상 지식 콘텐츠로 나를 무장할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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