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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리커버리 프로젝트
이항심 지음 / 창조와지식(북모아) / 2023년 7월
평점 :
번아웃 리커버리 프로젝트 : 재충전과 전진을 위한 잠시 멈춤의 미학
직장생활, 고난의 행군.
전쟁터 같은 현장에 발을 내딛을 때는 스스로 해낸 업무로 월급을 받고 독립적인 삶까지 꾸릴 수 있다는 희망의 나팔소리에 지친 하루가 용납됐다.
막내로서 자질구레한 잡일부터 시작하여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차지하는 지위까지 올라가기를 꿈꾼다.
지친 하루는 동기들과 소주 한 잔 회포로 해결하고, 약간씩 무너지는 느낌의 건강은 틈틈이 자전거나 러닝으로 채워 나간다. (그래도 등산을 싫었다.)
그러나 어느 날,
다른 층에 근무하던 동문 선배가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며칠 후 부음을 게시판에서 읽는다.
온 몸이 무거워진다.
달리다 순간 다리가 풀리면 제어하지 못한 채 바닥에 나뒹구는 절망.
일상생활 중간에 쉼표 찍기란 한국 직장생활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몸이 아프거나 아이가 태어나서 부득이하게 일을 중단했다 복귀했을 때조차 책상이 남아있을까 잠깐이라도 걱정하는 사회에서 인구가 성장하고 고령화를 극복할 에너지가 남아있기를 바란다면 그것 자체가 쉼을 누릴 수 없게 만드는 사고방식이다.
일에 지쳐 번아웃이 와서 나 좀 쉬겠다고 보고하는 순간 정신병자라도 되는 양 쳐다볼 직장동료들의 비웃음도 예상된다.
하지만 물이 넘치면 양동이를 비워내야 하듯 머리속에 복잡해지고 스트레스와 상념으로 몸이 가라앉는다면 쉼을 통해 치유의 과정을 보내는 처방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책 한 권을 통해 많은 사람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없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다. 나도 동참을 선언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막상 쉬라고 해고 못 쉬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점이다.
노는 것도 놀아본 놈이 잘 논다고.
평상시 제대로 일과 쉼의 분리를 못했던 사람일수록 막상 해변가의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면서도 끝내지 못하고 온 업무보고서 한 페이지가 머리속에서 팔랑거린다.
패턴 화되어 하루 일상의 시간표로 온 몸에 각인이 된 스케줄부터 몸에서 털어내는 과정을 밞아야 한다. 만약 한달을 쉼의 과정으로 설정했다면 아마 3-4일 정도는 여기 준비기간에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의 경험을 지혜롭게 풀어낸 이야기를 글로 적어 놓았다.
한달 살기 체험이 유행처럼 번졌고 적당한 기간과 기존의 삶과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이 함께 하니 번아웃을 치료하기에는 썩 괜찮은 방식이다.
태국의 제 2도시, 치앙마이에 번아웃 리커버리 베이스캠프 깃발을 꽂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저자는 3가지 요소를 염두에 둔다
자연환경. 예술경험, 친절한 커뮤니티.
막상 3가지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겠 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고 선정 기준이 동일하더라도 미세한 차이가 반영되야 제대로 쉼표를 찍을 수 있으니 어떤 장소를 어떤 시기에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급작스레 발생한 해프닝도 좋은 경험이 되는 여행과는 목적이 분명 다른 치유의 과정이라는 근원적인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여행을 갈 때 처음에는 경로에 포함되지만 막상 최종 코스에 빠지는 코스가 대학이다. 학교야 어느 나라던 기본 모양새는 비슷하니 비용 들여 간 여행 코스에서 빠지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 볼 수도 있다.
다만 젊음이 넘치는 공간에서 뿜어 나오는 열정과 싱그러움이 주변 공간을 에워싸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문화적 결과물을 놓치기에는 아쉽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각 나라별 최신 트드를 한 눈에 꿰찰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마지막까지도 한번 들려볼까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생각,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 역할을 취업을 위한 도서관으로 바꾼 우리네 상황과 비교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작가가 치앙마이 대학을 방문하며 찾으려 했던 세가지 요소, 성찰 – 다정함 –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공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학교 안의 커다란 호수를 바라보며 불안한 미래를 떨치기 위한 긍정의 사고를 불러 일으키는 과정을 겪는다면 성찰의 의미를 되새길 교정 방문은 쉼표에 적당하다.
낯선 공간에서 만나는 인연은 새로운 공감대의 시작점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고 각자 다른 생활을 영유하던 인연이 야행지나 쉼터에서 조우했다면 저 마다의 스토리가 있고 공유하기 딱 맞는 생소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만나기 어려운 확률을 뚫고 서로를 만나 대화의 물고를 트기 시작했다면 개인사의 방향이 전환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짧은 여행길에 만난 짧은 인연보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힐링의 현장은 깊고 넓은 공감대를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혼자 명상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일에 지쳐 선택한 장소라면 그동안 경쟁의 관계속에 잊고 있던 사람 간의 유대관계를 회복하는 능력도 복구한다.
자연과 맞닿은 공간을 선호하는 저자와 달리 내가 번아웃 리커버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 다소 번잡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대도시 옆 동네쯤으로 아지트를 잡을 것 같다.
전혀 다른 문화와 배경 속에 삶을 꾸리는 이들을 관찰자로 바라보고 그들의 일상에 참여하여 손상된 경쟁의 피로감을 달래고 싶다. 관광 코스에서 스케줄 만들기 어려운 뒷골목의 인간냄새 가득한 풍경을 사진에 담고 일상에서 공유하는 하루의 일과는 멋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꼭 집어낸 삶의 교훈은 “멈출 수 있는 자유”를 찾는다는 것이다.
숨가쁜 일상과 업무는 내가 멈춰야 할 순간에 멈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단지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감각을 잃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압박이다.
업무에서 협업의 과정을 임의로 중단시키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분명 개인사유 또는 프로젝트에 쉼표가 필요한 경우도 존재한다. 용기 있게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면 뭔 큰 일이 난다고 절대 누르지 못할 버튼으로 봉인시켜 왔을까?
하루10페이지 글쓰기를 마음먹었더라도 정말 글 감이 안 떠오른다면 오늘은 잠시 글쓰기를 멈추고 쇼핑을 나갈 수도 있다.
그게 자유다.
그리고 더 좋은 결과물로 이르는 지름길이다.
자신만의 과정으로 지친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저자의 경험은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내게도 다가올 프로젝트가 나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