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네마 던전 : 김봉석 영화리뷰 범죄·액션 편 - A♭시리즈 013 ㅣ A♭시리즈 13
김봉석 지음 / 에이플랫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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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던전 : 오늘은 뭐 볼까?


멜론으로 음악을 즐겨 듣는 딸아이에게 LP가 뭔지 물으면 안다고 답했다. 놀랍다. LP를 알다니!
CD는 알아? 모른다고 한다.
시대적으로 먼저 등장했던 LP는 디지털 1세대이자 첨병이었던 Compact Disc에 밀려 자취를 감추는구나 했는데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에 소개된 대로 생명력이 연장되며 인기도 복원되었다.
아날로그 특유의 감수성, 폭넓은 음역대, 음악 드는 손 맛, 지글거리는 특유의 잡음이 불러일으킨 향수의 기억.
매니아 시장이 확대되며 대형서점 레코드 샵에 점점 자리가 점점 넓어지는 만큼 아이들도 자연스레 LP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비디오는 어떨까?
옛날에는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1편에 2천원, 6편 대여는 1만원씩 주고 빌려봤다.
딸 曰, 네이버에서 스트리밍으로 보면 되는데 왜 귀찮게 밖에 나가서 빌려와? 
응, 그땐 인터넷이 없었어. 달리 설명할 말이....
영화에 대한 정보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극장 가면 지금도 주는 팜플렛을 귀하게 한 장 한 장 모았던 매니아도 있겠는가?

PC통신 등의 영화동호회도 정보를 교류하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나름 영화 데이터베이스와 리뷰와 신기원을 이룬 것은 Microsoft사가 발매한 Cinemania라는 타이틀이다.
(타이틀은 CD로 발매된 하나의 패키지를 일컫는 당시의 용어였다. 배틀그라운드 CD판이면 이게 바로 타이틀이 발간된 것이다.)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의 리뷰가 영문으로 수록되어 있었고 그때까지 제작된 미국 영화 중심의 데이터베이스 자료집이다.
단순한 텍스트뿐만 아니라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동영상 자료까지 수록되어 무려 640MB의 씨디롬에 자료가 꽉꽉 담겨 있었다.
(용산에서 5만원 넘게 주고 구매했는데 지금 어디에서 썩어 나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세상 정말 좋아졌다.
초록 창에 영화 제목을 쓰면 영화에 대한 리뷰는 물론이고 사진이나 동영상에 다운로드까지 가능한 시대이다.
영화를 한 편 한 편 정성스레 두세 번씩 보고 리뷰도 쓰고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두런 두런 나누던 시대는 종말을 맞이 했다.
따라서 시네마 던전 이 책은 다양한 범죄 액션영화를 다루고 있지만 방식은 아주 오래된 방식이라 보면 될 것이다.
스틸 컷이나 포스터 같은 것이 좀 더 첨가되었다면 좋겠지만 영화를 고르기 위한 기본적인 리뷰를 통해, 스포일러의 위험을 제거하고 어떤 태도로, 아니면 어떤 시각으로 영화를 눈여겨 봐야할지에 대한 가이드를 준다.
이미 본 영화는 글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 영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하며, 주말에는 신작 말고 저자가 추천한 "대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못 본 작품이 튀어나오면 왜 아직 영화를 못봤지? 신이 난다.

나름 영화는 꽤나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책의 리스트를 셈해보니 96편의 영화중 50편을 보았다.
말타의 매, 한나, 칠검, 옹박 시리즈, 포스맨은 보려고 했으나 놓쳤던 영화들이고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짜내기로 했다.
스타스키와 허치, 익스팬더블 시리즈는 리뷰에 있지만 굳이 다시 찾아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남성 관객들에게 가장 친숙한 장르이고 워낙 유명한 작품과 히트작이 많이 소개가 되어 책장을 아무렇게나 펼쳐도 좋은 영화 냄새가 가득하다.
리들리 스콧의 아메리칸 갱스터는 저자는 담백하게 갱단을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다지 유쾌하게 보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드라이브의 우수에 찬 주인공의 모습은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책에서 읽고 고객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었다.
언제적 톰 크루즈인데, 아직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영화 서가에 찬란한 블루레이로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드라마 시절 부터 좋아했었고 영화 시리즈가 드라마를 능가하는 몇 안되는 수작 아니던가.
(오우삼의 비둘기만 없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오션스 시리즈는 기가막힌 우연을 가장한 계획된 의도들이 유쾌함을 주고 있고, 뱅크 잡이나 스워드피시도 같은 느낌의 재미를 주는 영화라 기분 좋은 감상이 될 것이다.

작년에 발매된 두 편의 영화가 아직도 가장 인상적인 영화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조디악.

끔찍한 영화인데 몇 번이고 보게 된다.
블루레이 콜렉터들은 이 영화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고, 아마존에서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었지만 미국 어학연수 못 갔다 온걸 땅을 치며 후회들 했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더 로드"의 원작자가 코맥 매카시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첫 번째 씬이 인상적인 조디악은 몇 번이나 감상했지만, 심리게임으로는 최고작이라 추천하고 싶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끝이 안난다.
너무나도 좋은 영화가 수없이 제작되어 관객들과 만났으며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리바이벌이나 만화 원작 같이 스토리 고갈에 허덕이는 헐리우드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기자들이 적어내지만, 1인치만 더 양보하면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던 봉 감독의 이야기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된다.
영화를 볼 때 올바른 가이드를 해주는 로튼 토마토의 종이 해설판이 영화팬들에게 등불이 되어주길 희망하고 자주 출간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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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 - 정한론으로 일본 극우파의 사상적·지리적 기반을 읽다 ㅣ 메디치 WEA 총서 9
하종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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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  - 100년 전으로의 회귀? 깨어 있을 것

 
 


간사이공항에서 난바역으로 가는 파란색 난카이 특급 라피트를 타면서 바라본 도시 풍경.
도쿄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아닌KTX를 타고 서울로 진입할 때와 비슷한 낮은 도시 외곽의 수수한 모습이다.
낯선 도시로의 풍경이지만 너무 익숙한 어색함은 뭘 까. 아무리 가까운 나라라지만 이렇게 거리 풍경 비슷할까?
몇 년이 지난 요즘 공항철도를 타고 영종도로 출퇴근할 때 계양역 주변은 일본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오사카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이미지가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지배를 받아서 그런 것일까?
한일전이 열리면 목청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지만 우리의 화려한 발전 이면에 드리운 그들의 결코 좋지만은 않은 그림자.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학교 다닐 때 구한말의 복잡한 시대상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도 않았고, 시험에서도 큰 비중이 없어 얼렁뚱땅 넘어갔던 것 같다.
아무리 힘 없는 나라와 조정이지만 동네 축구공도 아니고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게 보기도 싫었지만 복잡한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도 떨어졌다.
학창시절을 마감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포인트를 놓쳤던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쌓은 정국에 대한 이해 부족이 현실세계의 이해에 꼭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멀리 갈 것 없이 현재 시점에서 왜 일본은 평화헌법을 뜯어 고치려 하고 있으며, 코로나 사태를 애써 부정하며 올림픽 개최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가?
 
부족한 역사의식은 현실 자각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잃게 만든다.
분명 일본은 우리 보다 열등한 존재여야 한다.
오래 전 백제가 일본 열도에 문명을 전파했고, 아직도 일본국왕 계보는 백제의 혈통이라는 사실을 믿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떠받들 듯, 일본은 우리를 떠 받들어왔고 지들이 힘들 때는 노략질로 먹을 것을 챙겨야 살아갈 수 있었던 "왜놈"들이다.
우리 보다 국력도 약한 녀석들이 임진왜란 때는 간이 부은 도요토미와 위정자들이 잠시 한 눈을 팔던 조선을 유린했었고 가장 큰 이유는 알고 보니 오랜 내전으로 팽배해진 내부 갈등을 외부로 돌리려던 노력이었다.
충무공이 등장하여 그들을 물리쳐 우리는 간신히 안정을 얻었으나, 우리의 쇄국과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서양문물을 촌놈들이 조금 더 빨리 받아들이고 힘을 키운 덕에 평생 해본 일 없던 식민지 생활의 수모까지 우리가 겪게 된 것이다.
우리의 저력이 무서워서 수탈하고 한국어를 없애고 상투를 날려 버린거지!
한국은 잠깐 150년 정도 힘이 쇠약 해졌지만 이제는 일본 열도를 뛰어넘어 결코 그들의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다.
 
평생 이런 줄 알았는데 이게 다는 아니었다.
분명 일본은 150년 전 훨씬 이전부터 우리나라와 동등하거나 우위인 국력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만 그들을 오랑캐로 바보 취급했을 뿐이다.
그들은 정한론을 내세우며 언제든 한반도를 발로 밟고 국력을 해외로 뻗어 나가겠다는 이론적, 정치적 사상을 갖추어 나갔다.
어느 날 누군가 하늘에게 계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철저하고 집요한 그들의 민족성이 잘 드러나는 장고의 전략을 세우고 국책으로 내세운 게 벌써 150년이나 됐단 말이다.
 
책의 서두는 아베 일본 총리가 2번째 총리임기를 시작하며 찾아간 곳에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9명의 총리를 배출한 변방같지만 변방이 아닌 지역 야마구치현.
 
그곳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사람의 이름은 요시다 쇼인.
이 사람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와 일본의 더러운 인연인 "정한론"을 하나의 국책으로 활성화시킨 사상적 토대를 만들어 놓은 사랑이다.
서구열강의 동아시아 침투를 막고 그들에게 일본이 빼앗긴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일본도 반드시 조선, 만주, 중국에 침투하여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도 막부 말기부터 시상가들은 일본이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국"으로 생각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토를 확장해야 한다 생각하며, 첫번째 타겟을 조선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진구황후,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잇는 시대적 사명이며 대대로 조선은 일본에 조공을 받치던 나라라는 그들 만의 환상 속에서 싹튼 사상이다.
 
역사 교육이 중요한 부분이다.
일본사람들은 우리와 정반대로 대대로 일본은 한국에 앞선 민족이었고,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조공을 바치던 하류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기에 삼성이 세계의 반도체 시장을 잡아먹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꼴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종놈이 출세하는 꼴을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물론 일본의 부족함과 서구열강의 힘을 알고 있던 일부 지도층은 국력을 더 키울 때까지 조선과의 교류를 중단하거나, 조선의 종주국임을 자청하는 청나라와 대등한 조약을 체결하여 조선의 지위를 한단계 떨어뜨린 후 교섭을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며 "정한론"을 반대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조선말기,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조선을 먹어 치우기 위해 일본은 노력을 하는데, 그 와중에도 서구 열강과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청나라의 실수를 낚아채기 위한 세밀한 관찰을 수행한다.
생각보다 청의 반응이 더딤을 느낀 일본은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조선에 대한 야욕을 크게 드러내며 청일전쟁을 일으켰고, 의외의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확실하게 정한론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어 나가며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이 캐터필러처럼 결합되며 마음이 무거워 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우위를 위해 스스로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을 때 저들은 하나의 사상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조선을, 한국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해방을 타의의 도움으로 이루어 냈지만 과거를 단죄하지 않은 업보를 지금까지 끌어오고 있으면서도 기득권의 확보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어도 좋다는 세력들이 애국자 행세를 하고 있다. 
누가 진실이자 정의인가?
현재 일본 극우파가 주장하는 바와 동조되는 주장을 하는 자가 범인이다.
 
저자는 한반도 중립화를 주장한다.
세계 최강의 국가들과 밀접한 지역적, 정치적 위치에서 우리가 해야할 스탠스이다.
어느 한 쪽에 서는 방법보다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어쩌면 100년도 훨씬 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군과 적군을 제대로 구분 못하고 휘둘릴 수 도 있으며,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것은 우리의 힘은 그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 군사력 2020년 기준 5위 일본 다음, 6위 대한민국이다.
해군, 공군력에서 열세이긴 하지만 한일전에서 절대적인 육군력은 한 수 위로 평가 받는다.
주도적인 외교를 통해서 지정학적 위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

어리석은 국민에 의해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몰렸던 일본처럼, 그런 일본에게 뒷통수 맞고 나라마저 빼앗겼던 조선의 위정자처럼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위험요인들을 하나 하나 제거해 나가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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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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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건축가다 : 건축을 통해 본 새들의 全盛時代
 
 
고압 송전탑 틈새로 둥우리를 짓는 새들의 모습을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자주 목격했다.
전기 안 오르나? 위험해 보이는 높은 곳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을 쳐다보며 새끼들이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어느 여름방학 때 외가댁에 놀러갔는데, 큰 처마 밑에 짚으로 지은 둥우리가 덩그러니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사촌형은 저기 있던 새들은 구렁이가 잡아가 버렸어.
끔찍한 장면을 상상하고는 둥우리가 있던 마당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새끼들도 잡아갔겠지?
 
새들이 집을 짓는 모습들을 오랫동안 관찰하여 써 내려간 글 뿐만 아니라 세밀화로 그려낸 작가의 집념과 관찰력이 놀랍기만 하다.
눈으로 둥지들의 외관을 스케치한 것이 아니라, 새들마다 저마다의 건축방식이 틀린 이유와 만들어지는 과정, 숨어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둥우리를 통해 조류의 습성과 생태를 관찰하는 방식은 우리가 유럽의 역사를 배울 때 미술사와 연계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인간은 권력이나 부를 과시하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바벨탑 같은 건축물을 하늘 위로 높이 올렸지만, 새들은 새끼를 키우고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둥우리를 건축한다. 예술적 활동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사의 노력이다.
물고기 처럼 주룩주룩 수정란을 여기저기 쌓아 놓는 방식이 아닌 한 번에 하나 씩의 알을 낳고 최소한의 개체수 유지를 위해 필사적인 보호 방어 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 우리가 보기에 그저 새들의 집이라고 신기하고 재미있어 했을 뿐이었다.

심지어 둥우리가 틀 적당한 장소가 없으면 번식을 하지 않는다!
앞뒤 가리지 않는 포유류 보다 본능에 충실하고 생존에 충실한 것이다.

물론 둥우리를 유혹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인간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망쳐 놓은 자연이나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시 환경에 맞게 자신들의 건축자재를 바꾸는 능력도 경이롭다.
우리는 배려하지 않았고 우리의 쓰임새대로 둥우리를 만들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멸종시켰을 것이고, 또 어떤 새들은 인간과의 타협을 통한 새로운 생존방식을 선택하고 적용한 것이다.
 


인상 깊은 둥우리를 몇 개 꺼내 보면,
홍학의 진흙 둥우리는 그릇을 빗는 과정처럼 멋들어진 재주를 뽐내지만, 오로지 번식용도로만 쓰인다고 한다.
두루미과 조류와 혈통이 관계없는데도 생긴 모습이나 집 짓는 방식이 비슷하다면 새들의 종 분류 기준이 혹시 틀린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타이완 숲에서 맹금으로 이름을 떨치는 관수리는 보기보다 정교한 스타일이라 체계적인 구성의 둥우리를 짓는데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 친구들은 나뭇가지와 잎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경우인데, 온갖 잡동사니와 자신의 침을 잘 버무려 단단한 집을 짓는 새들도 여러 종류 소개된다. 천적들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만큼 단단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실이 놀랍고 숭고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가장 유쾌한 집 짓기는 떼베짜는 새이다. APT를 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림에도 여러 세대가 모여 살아가는 평화로운 광경의 한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심지어 피그미새매를 경비원으로 고용하여 안전한 삶을 누리기 까지 한다.
 
놀라운 책이다.
 
자연의 놀라운 정보를 인고의 과정과 관찰의 시간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고, 책꽂이에 빛나는 그림책으로 꽂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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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전 -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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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ㄱㄴㄷ 또는 abc 순으로 세상에 쓰이는 모든 단어들이 해설되어 있는 친절한 책이다.
한번 보고 중고 책방에 되팔거나 어둠의 책장 아래 켠에 봉인되지 않고 항상 책상 가까이에서 주인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두툼한 녀석이다.
학창시절, 영어사전을 다 씹어 먹으면 서울대 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고, 진짜 이걸 실천한 친구들도 있었다. (몇 장 먹다 포기했지만)
그러나 지금은 대형서점 코너를 가보고 아이들의 공부방을 엿봐도 사전은 예전의 위상을 잃어버렸다.
전자 사전 영향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휴대폰 떡 꺼내서 녹색창에 물어보면 바로 답을 주니 사전을 헤집으며 단어를 찾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의 문제인 순차적인 검색 과정의 생략이라는 단점은 있겠지만.
사전을 뒤적거리면 한 단어의 파생어라던가 유사한 스펠링의 또다른 단어도 알게 되는 장점이 있었는데 휴대폰 검색은 이런 게 불가능하다.
더 빠른 억세스와 연관성에 의한 확장력, 어떤 게 더 유리할까?

작가는 카피라이터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카피가 많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향하라’, ‘나라를 나라 답게'
그의 책 "카피 책" 첫 구절을 보면 웨이터 류현진과 이영표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상황에서 카피를 썼을 때 고객들의 머릿속에 콕 박히는 말과 그저 흘러 지나가는 말의 차이를 사례를 통해 확실히 알려준다.
카피라이터가 되는게 목적이 아니라도, 저자의 조언들을 잘 따라해 본다면 회사에서 문서를 만들 때나 시장에서 상점을 하더라도 보다 강렬한 어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글을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모든 것이 카피라고 저자는 독자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는 것은 다 잘 알고 있잖은가?
긴 소설을 써야 하는 호흡이 있지만 카피는 짧은 호흡으로 써야 한다.
단숨에 고객의 눈에서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가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카피나 한 줄 문장은 어떤 연습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데 정철 작가는 "사람사전"을 통해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나만의 단어사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책을 쓸 게 아니라면 ㄱㄴㄷ 순으로 하나 하나 사물을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루에 단어 한 개 내지 두개 정도를 정해 놓고 단어에 대한 이야기, 느낌, 연결되는 에피소드 등을 글로 옮겨본다면 오랜 시간이 흘러 나만의 사전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하게 본다면 세상에 대한 개인의 철학일 것이고, 단순한 셈법을 따져 보더라도 글쓰기 연습이 될 수 있다. 
글로 꼭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닌 나를 표현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고객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어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습 말이다.
그리고 사람과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보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도 좋고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때로는 과거를 살아갔던 위인의 이야기도 좋다.
모든 단어에 숨어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친구와 대화하듯이 두런 두런 써내려가는 것이다.
사물을 통해 사람을 발견하고 나를 돌아보는 일기장 같은 사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단어 몇개를 골라보았다.

기적 : 3억대 1의 경쟁력을 뚫고 세상에 나왔으니 사실 못할 건 없는데 로또는 안될 것 같아. 그래도 내일 줄을 설지도.

내복 : 추위에 약하는 사실을 숨기고 싶다고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일단 추우면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바쁜 출근길 열나는 내복은 왜 이렇게 안 입어지는지. 깽깽이, 매일 아침

맥주 : 소맥 때문에 맥주가 불쌍하다고 하는데, 양은 맥주가 더 많이 들어가고 비싸...

방황 : 방황하다 안정된 삶을 살다 또 방황을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은 마음이 가볍다.

목차도 필요 없고, 책상에 두고 잠깐 머리를 식히거나 저자와 대화를 하고 싶을 때 손을 뻗쳐 한 페이지 툭 펼치면 된다.
책상머리에서 영어사전 대신 사람사전을 놓고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사색, 때로는 치열한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대한 조언을 구해볼 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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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힘 - 기획자를 위한 아이디어 발상법
미하라 고지 지음, 장인주 옮김 / 북카라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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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힘 :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핸드북

 
 
수백억이 들어가는 신사업도 있지만, 돈 한 푼 안들이고 하는 신사업도 있다.
화학공장이 새로운 화학생산공정을 도입하는 신사업에는 자본을 확충해야 할 수준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겠지만, 기존 인프라나 플랫폼 위에 하나의 비즈니스를 얻는 것 예를 들어 쇼핑몰에서 신규 카테고리를 런칭하거나 임대공간을 새로운 분야의 파트너사로 입점 시키는 것들은 돈 안들이면서도 영역을 확장하며 기존 사업의 숨어있는 가능성을 확대하는 역할도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할 때 첫번째 해야 할 일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출된 생각을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해 여러가지 수단들을 강구하고 목적에 부합하게 다듬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나의 새로운 비즈니스 또는 개선작업을 위해서는 단계별로 필요한 일들이 많지만 가장 우선적인 것은 초기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부분이다.
모든 것의 성공가능성은 여기에서 시작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아이디어 발상법이 도움이 실제 될까?
 
답 없는 회의를 한 세시간쯤 하면 삐딱한 마음이 들어앉는지 손을 들고 질문하는 팀원이 있다.
"이거 답도 없는데 시간만 계속 낭비하는 것 같습니다. 모아 놓고 대안을 찾아봐야 답 안 나오는 문제 아닙니까?"
그럼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6명이 모여서도 답이 안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풀어야 하고, 그럼 봉서씨가 혼자 답 내 볼래요?"
그러면 입 삐쭉 내밀고 고개를 땅바닥으로 끌어내린다, 내 욕 하는 거겠지.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하나 있다.
많은 직장들은 특히 팀단위로 회의를 진행할 때 대부분 브레인 스토밍이라는 기법을 활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 찾기를 골몰한다.
그런데 신입사원때부터 우리 브레인스토밍 합시다...라고 교육도 받고 실제 회의도 하지만 그저 모여 앉아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기 일수다.
일부 고참들은 그냥 얼굴을 불콰하게 표정 지으며 자리나 지키다가 순서가 오면 마지못해 평범하고 이미 알고 있는 안을 대안인 냥 내놓고 더 고민해보겠습니다...하고 끝.
브레인스토밍을 하더라도 다양한 기법들을 결합시켜 실질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각자 역할을 주고 (A는 칠판서기,B는 자료순간탐색,C는 노트북 회의록작성,D는 과거 해결방안 발표 등) 역할에 기반한 아이디어 방향성을 정한다던지, 흔히 쓰는 포스트잇 칠판 붙이기 대신 손 글씨로 커다란 도화지에 내용을 적거나, 플로챠트로 만드는 것 같은 촉각적인 자극을 주는 방법을 결합하는 것이다.
특정한 주제에 몰입하면서도 아이디어나 해결방안 도출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육체적인 활동을 결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3가지 원칙.
무엇을 위한 것인가 (니즈)
무엇을 가능해지는가 (시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실현안)
 
각 원칙에 필요한 업무진행 방법론이나 목적에 대한 설명은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단계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많이 들어 온 매슬로의 5단계 욕구론이 어떻게 시즈와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해 같은 부분은 연결하지 못하던 생각이라 알면서도 실전에 써먹지 못하는 이론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는다.
가장 핵심적인 실현을 위한 고민들은 지속적인 자문자답을 통한 보다 나은 해답을 얻는 과정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고, 목적과 수단이 바뀌게 되는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체크해주고 있다.
실제 아이디어회의에서 나온 사안들을 실질적인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연하장을 보내는 주 목적이 안부인사임에도 그저 그림만 덩그러니 인쇄된 연하장에 사인을 해서 보내고는 뿌듯해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리라.
 
Seeds가 Needs를 만날 때 멋진 일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빌 게이츠의 Microsoft가 허접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Windows를 선보였을 때 그토록 욕을 먹었지만 지금 대다수의 PC에 설치 되어있다는 사실을 보면 잡스의 GUI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개발은 보통사람들에게 "대단한" 축복이 된 일이다. 그렇게 시작한 내 책상의 컴퓨터 시대는 내 손안의 컴퓨터 시대로 발전했고, Apple은 또다시 포레스트 검프의 통장을 살찌게 만들었다.
노란 포스트잇이 실패한 상품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다들 알다시피, 가끔은 얘를 뭐에 쓰지?라는 물음표를 갖고 탄생하는 제품들이 있다. 본인도 모르는 쓰임을 사람들의 니즈와 연결해내는 능력은 사실 실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연이 필연이 되듯, 평상시에 성공방정식을 머릿속에 품고 사는 사람에게 서나 "발견"되는 특혜인 것이다.
따로 학습을 통해서 또는 현명한 자기주도 학습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산물이던 저자가 알려주는 아이디어 발상법이 머릿속에 이미 체득되어 있었기에 번뜩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실무에서 사용하는 브레인스토밍 말고도 다양한 아이디이 도출법과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기법들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서 내게 맞는 방법을 찾고 성공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본서와 같은 참고서를 이해하고 내게 맞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항상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천하는 방법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는 것을 이 작은 핸드북에서 발견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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