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 - 정한론으로 일본 극우파의 사상적·지리적 기반을 읽다 ㅣ 메디치 WEA 총서 9
하종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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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  - 100년 전으로의 회귀? 깨어 있을 것

 
 


간사이공항에서 난바역으로 가는 파란색 난카이 특급 라피트를 타면서 바라본 도시 풍경.
도쿄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아닌KTX를 타고 서울로 진입할 때와 비슷한 낮은 도시 외곽의 수수한 모습이다.
낯선 도시로의 풍경이지만 너무 익숙한 어색함은 뭘 까. 아무리 가까운 나라라지만 이렇게 거리 풍경 비슷할까?
몇 년이 지난 요즘 공항철도를 타고 영종도로 출퇴근할 때 계양역 주변은 일본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오사카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이미지가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지배를 받아서 그런 것일까?
한일전이 열리면 목청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지만 우리의 화려한 발전 이면에 드리운 그들의 결코 좋지만은 않은 그림자.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학교 다닐 때 구한말의 복잡한 시대상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도 않았고, 시험에서도 큰 비중이 없어 얼렁뚱땅 넘어갔던 것 같다.
아무리 힘 없는 나라와 조정이지만 동네 축구공도 아니고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게 보기도 싫었지만 복잡한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도 떨어졌다.
학창시절을 마감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포인트를 놓쳤던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쌓은 정국에 대한 이해 부족이 현실세계의 이해에 꼭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멀리 갈 것 없이 현재 시점에서 왜 일본은 평화헌법을 뜯어 고치려 하고 있으며, 코로나 사태를 애써 부정하며 올림픽 개최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가?
 
부족한 역사의식은 현실 자각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잃게 만든다.
분명 일본은 우리 보다 열등한 존재여야 한다.
오래 전 백제가 일본 열도에 문명을 전파했고, 아직도 일본국왕 계보는 백제의 혈통이라는 사실을 믿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떠받들 듯, 일본은 우리를 떠 받들어왔고 지들이 힘들 때는 노략질로 먹을 것을 챙겨야 살아갈 수 있었던 "왜놈"들이다.
우리 보다 국력도 약한 녀석들이 임진왜란 때는 간이 부은 도요토미와 위정자들이 잠시 한 눈을 팔던 조선을 유린했었고 가장 큰 이유는 알고 보니 오랜 내전으로 팽배해진 내부 갈등을 외부로 돌리려던 노력이었다.
충무공이 등장하여 그들을 물리쳐 우리는 간신히 안정을 얻었으나, 우리의 쇄국과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서양문물을 촌놈들이 조금 더 빨리 받아들이고 힘을 키운 덕에 평생 해본 일 없던 식민지 생활의 수모까지 우리가 겪게 된 것이다.
우리의 저력이 무서워서 수탈하고 한국어를 없애고 상투를 날려 버린거지!
한국은 잠깐 150년 정도 힘이 쇠약 해졌지만 이제는 일본 열도를 뛰어넘어 결코 그들의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다.
 
평생 이런 줄 알았는데 이게 다는 아니었다.
분명 일본은 150년 전 훨씬 이전부터 우리나라와 동등하거나 우위인 국력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만 그들을 오랑캐로 바보 취급했을 뿐이다.
그들은 정한론을 내세우며 언제든 한반도를 발로 밟고 국력을 해외로 뻗어 나가겠다는 이론적, 정치적 사상을 갖추어 나갔다.
어느 날 누군가 하늘에게 계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철저하고 집요한 그들의 민족성이 잘 드러나는 장고의 전략을 세우고 국책으로 내세운 게 벌써 150년이나 됐단 말이다.
 
책의 서두는 아베 일본 총리가 2번째 총리임기를 시작하며 찾아간 곳에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9명의 총리를 배출한 변방같지만 변방이 아닌 지역 야마구치현.
 
그곳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사람의 이름은 요시다 쇼인.
이 사람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와 일본의 더러운 인연인 "정한론"을 하나의 국책으로 활성화시킨 사상적 토대를 만들어 놓은 사랑이다.
서구열강의 동아시아 침투를 막고 그들에게 일본이 빼앗긴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일본도 반드시 조선, 만주, 중국에 침투하여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도 막부 말기부터 시상가들은 일본이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국"으로 생각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토를 확장해야 한다 생각하며, 첫번째 타겟을 조선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진구황후,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잇는 시대적 사명이며 대대로 조선은 일본에 조공을 받치던 나라라는 그들 만의 환상 속에서 싹튼 사상이다.
 
역사 교육이 중요한 부분이다.
일본사람들은 우리와 정반대로 대대로 일본은 한국에 앞선 민족이었고,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조공을 바치던 하류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기에 삼성이 세계의 반도체 시장을 잡아먹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꼴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종놈이 출세하는 꼴을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물론 일본의 부족함과 서구열강의 힘을 알고 있던 일부 지도층은 국력을 더 키울 때까지 조선과의 교류를 중단하거나, 조선의 종주국임을 자청하는 청나라와 대등한 조약을 체결하여 조선의 지위를 한단계 떨어뜨린 후 교섭을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며 "정한론"을 반대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조선말기,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조선을 먹어 치우기 위해 일본은 노력을 하는데, 그 와중에도 서구 열강과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청나라의 실수를 낚아채기 위한 세밀한 관찰을 수행한다.
생각보다 청의 반응이 더딤을 느낀 일본은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조선에 대한 야욕을 크게 드러내며 청일전쟁을 일으켰고, 의외의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확실하게 정한론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어 나가며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이 캐터필러처럼 결합되며 마음이 무거워 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우위를 위해 스스로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을 때 저들은 하나의 사상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조선을, 한국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해방을 타의의 도움으로 이루어 냈지만 과거를 단죄하지 않은 업보를 지금까지 끌어오고 있으면서도 기득권의 확보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어도 좋다는 세력들이 애국자 행세를 하고 있다. 
누가 진실이자 정의인가?
현재 일본 극우파가 주장하는 바와 동조되는 주장을 하는 자가 범인이다.
 
저자는 한반도 중립화를 주장한다.
세계 최강의 국가들과 밀접한 지역적, 정치적 위치에서 우리가 해야할 스탠스이다.
어느 한 쪽에 서는 방법보다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어쩌면 100년도 훨씬 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군과 적군을 제대로 구분 못하고 휘둘릴 수 도 있으며,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것은 우리의 힘은 그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 군사력 2020년 기준 5위 일본 다음, 6위 대한민국이다.
해군, 공군력에서 열세이긴 하지만 한일전에서 절대적인 육군력은 한 수 위로 평가 받는다.
주도적인 외교를 통해서 지정학적 위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

어리석은 국민에 의해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몰렸던 일본처럼, 그런 일본에게 뒷통수 맞고 나라마저 빼앗겼던 조선의 위정자처럼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위험요인들을 하나 하나 제거해 나가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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