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 - 세상을 움직이는 힘, 부와 권력의 역사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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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결국 관계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간의 관계,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관계, 강대국과 소국의 관계.
역사적 주체들의 관계에 따라 사람과 물건의 움직임이 흘러가며 시대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즉 원시적인 거주지역의 이동에서부터 교통이 발달하고 문명이 융성하면 나타나는 교역과 유통은 각 지역적 관계와 이해득실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며 상호조건들의 불균형으로 인해 새롭게 부가 흐름을 가지고 이동하며, 경제라는 거대한 물결이 다시 새로운 관계로 선순환되어 순환되는 것이다.
오래된 불가사의를 다룬 잡지에서도 전세계의 국가권력은 해가 가는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설을 소개했다.
중국 - 아랍 - 유럽 - 영국 - 미국 - 일본 - 중국. 앞서 이야기한 2천년에 걸친 경제의 대순환 아닌가. (일본-중국 사이에 한국도 끼어 있어 희망을 가지라는 이야기에 어린 학생 시절의 우리들은 에이, 설마 했는데, 이건 실현됐다!)
저자는 이런 대변환의 시기를 글로벌리제이션이라고 명명한다.  인류 역사상 총 3번의 글로벌리제이션이 있었다고 한다.
 
1차 :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호모에렉투스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져 나간 사건
2차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나와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간 사건
3차 :대항해 시대에 유럽인이 전 세계 각지로 원정을 떠난 사건
 
이런 커다란 흐름을 통해 세계 경제사를 나누고, 각 시기별로 어떤 역사들이 등장하는지 중요한 토픽으로 설명을 해 나간다.
개별적인 내용은 학창시절 세계사에서 배운 내용들을 토대로 하고 있어 읽기에 어렵지는 않고, 다만 그 순간적인 모멘텀이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시대정신으로서의 변화의 핵심을 소개하여 이동하는 세계사의 중심축을 이해하기 쉽게 안내하고 있는 부분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을 깨뜨리고 싶다고 했다. 늘 상 보아오던 세계사나 경제사의 관찰을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고 인류의 선택이 항상 옳았다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싶었던 것 같다.
농경사회가 인류에게 과연 득이었을까?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실제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농경생활로 전환된 이후, 오랜 기간동안 낮은 생산성으로 굶주리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확물을 저장하고 땅을 소유하는 개념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노동량이 늘고 인구가 늘어나지만 굶주림과 영양실조를 면하지 못했고, 계급과 전쟁이 등장하게 된다. 인구증가는 질병과 전염병의 확산에 일조한다.
물론 문명의 발달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벗어나지 않고 건강하게 살면서 가끔 사자의 위협은 받지만 주위에 풍부한 과일과 채소, 수렵을 통한 육식생활로 더 즐거운 인생 영위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존 레넌의 이야기처럼 전쟁도 이념과 종교도 없어 사랑으로 충만한 Africa 말이다.
7세기 무렵의 무역의 용광로가 벌어지는 장면은 관계의 무역이 꽃을 피우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슬람의 대두는 로마로부터 이어졌던 유럽의 쇠퇴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크고 작은 전쟁은 이면에 등장하는 상인들의 교역이 융성해지는 양면성을 가지기도 한다. 바이킹이 약탈자인 동시에 교역자의 역할을 하였다는 부분 역시 교류가 교역의 니즈를 강화하며 새로운 부를 갖기 위해 아군과 적군 구분 없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역사가 흘러가는 대목임을 알 수 있다.
중세 이후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럽이 권력을 확실하게 끌고 나간 원동력을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인 시스템적 혁명으로 보는 관점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인쇄된 가격표나 상업안내서 등이 편리성을 무기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유럽형 경제시스템이 세계로 수출되는 역동적인 변화를 이끈 것이다.
이미 쿠텐베르크 시절 활자혁명으로 유럽이 정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시대를 열었고, 오랜 시간을 통해 정보혁명의 시대가 우리 손바닥 안으로 들어왔지만, 과거보다는 줄어든 정보의 비대칭적 차이는 지금의 현대인에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믿는다. "정보"가 곧 금전적 이익을 의미하는 경제사에서 궁극적인 정보의 대칭사회는 도래할 수 있긴 할까? 정보의 비대칭화는 구조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기득권 권력의 제한이 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결제시장의 중요성은 최근 2-3년간 국내에서 각 기업들 간에 펼쳐 친 - 지금도 진행중인 - Pay 대전과 유사하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해 물량적 혁명을 이룸으로써 유통의 효율성은 자동적으로 연계되었고, 각 세계 무역의 금융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앉아서 돈 버는 시스템으로 정착되기에 이른다. 런던을 통해서 모든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세계화가 구현된 것이다. 물론 지금은 모든 중심추가 미국으로 이동했지만, 보험산업의 경우는 아직도 영국이 중심이 된다는 점을 참고하면 얼마나 오랜 기간 금융의 발명이 영국을 위대한 나라로 있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려는 전략은 현재로서는 무리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아직까지 관제금융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있고, 기업의 생산과 유통에도 정부가 개입하는 시스템으로 자율화된 경쟁체제의 미국/유럽의 경제시장을 압도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유럽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는 틈을 타서 동/남유럽으로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 및 협력 시스템이 코로나 19의 발생으로 신뢰를 잃게 된 부분도 중국으로서는 뼈아픈 상황이 될 것이다.
미국의 발 빠른 대응 및 제재를 뚫고 G2 상호간의 협력 없는 경제전쟁으로 피해를 입게 된 중국은 아쉽겠지만 우리나라는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는 것인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며칠 전 중국과 인도가 한 판 붙었다는 국제뉴스를 보며 중국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며 미국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국제정치경제의 급박한 변화가 세계의 중심축을 또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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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물리학 특강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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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주말마다 교보문고 가서 읽지도 않을 책을 사 모으던 시절이다. 
중2병들의 장래희망은 지금은 연예인, 유튜브겠지만 오래 전에는 과학자가 1등이고, 주요 사유를 인터뷰한다면 ①거대로봇의 제조 ②천문학에 대한 동경(우주비행사가 과학자 범주로 들어감) ③엑스 파일 같은 초현실과학에 대한 관심 뭐 이런 것들이 많았다.
과학자 = 수학 엄청 잘해야 함, 물리학, 천문학 = 수학의 연속, 기계공학 = 공학수학은 또 뭐야!
이런 공식을 몰랐던 시절이고 ③에 재미 들이던 시절이라 과학서적 코너에서 4차원의 미스테리를 풀어보고자 집어 든 책이 일본책을 번역한 전파과학사의 "4차원의 세계"란 책이다.

일본스러운 작화와 도판으로 나름 중학생임에도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이 잘 된 도서였다. 위의 표지에도 공간의 왜곡에 대해 아주 쉽게 알려주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직설적인 제목의 책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는 아마 위에 소개한 책과 더불어 상대성 이론에 대해 최대한 쉽게 설명한 몇 안되는 도서일 것이다.
과학자들까지 동원해 현실성 있는 SF 우주 드라마를 선보였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블랙홀의 실제 모습과 우주비행에서 일어나는 시간의 왜곡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이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블랙홀의 실제 촬영으로 일반인들의 과학적 호기심이 증가한 부분은 책 읽기에 시의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블랙홀과 상대성 이론에 대해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이 설명하는 내용을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책에는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라고 정의를 내리는데 제프리 베네트는 "빛을 추월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설명한다. 그게 그거잖아? 조금 만 더 깊이 생각해본다면 하나의 전제를 독자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머리속에 콱 박아 놓을 수 있는 문장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월할 수 있는 게 없다 = 이 세상에서 빛이 제일 빠르다.> 이렇게 정의가 끝났고 다른 여지가 없다.
최고의 과학자로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 상대성 이론을, 10년 뒤인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앞서 발표한 특수 상대성이론을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특수 상대성 이론이 개념을 처음 잡기에 유리하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빛의 성질에 대한 이론이다.
절대적으로 초당 30만km의 속도를 가진 빛은 추월할 수 있는 물질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빛의 속도는 절대적이지만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다. 따라서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노려지고, 길이는 수축하며, 질량은 증가한다는 것이 특수 상대성이론이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에 대한 이론이라 생각하면 된다. 결국 특수상대성 이론은 중력의 영향을 무시한 특수한 경우에 적용되고, 일반 상대성이론은 우주의 팽창을 포함한 우주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데 적용한다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절대적인 두가지를 전제로 한다.
  1. 자연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2.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똑같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중력과 가속도의 영향은 같다는 이론을 중심으로 특수 상대성이론과 결합하게 되면 중력이 강할수록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려진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은 느려지는 특수 상대성이론을 적용한 결과인데, 중력은 시공간의 만곡에서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시공간의 만곡은 그 안에 있는 질량을 가진 물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질량이 더 클수록 시공간도 더 많이 휘어진다. 고무판 위에 같은 무게의 물질을 놓아 만곡을 만들더라도 재질에 따라 더 무거운 물질이 천 위에 놓인다면 가장자리의 주름이 더 커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무게가 증가할 수록 판에 구멍이 뚫린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 이것을 블랙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질량이 더 큰 물체를 궤도로 도는 작은 물체는 주어진 시공간 내에서는 가장 직선인 경로를 따른다는 것이다. 우리 태양계가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도는 것이 이런 현상의 결과물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실 말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친절하게 그림을 제시하여 이해를 도와준다.)
마지막 챕터에 블랙홀에 대해 우리가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풀어주고 있다. "인터스텔라"에 등장했던 서재 장면은 답답함을 유도하다 마지막에 서야 겨우 해답을 찾게 된다. 실제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책에 소개되는 3차원보다 높은 차원의 초공간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게 해준 장면일 것이다. 평면적인 세계에서는 바라볼 수 없는 공간을 3차원의 눈을 가진 우리는 지각할 수 있듯, 시간을 초월한 4차원 세계를 볼 수 있는 또다른 눈에 대한 동경이 블랙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블랙홀이 있으면 화이트홀이 있어 빨려 들어간 물질이 튕겨 나가야 하는데 과학적으로는 소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만 블랙홀 두개가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공간의 왜곡을 통해 연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냘픈 희망을 제시한다.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같은 SF영화가 제시하는 공간이동의 기술, 즉 초공간을 경유한 순간이동이나 워프가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주를 이해하는 데는 많은 이론적 배경과 독서량이 필요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과학 산책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접근 자체를 막는 일일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의 과학적 소양을 위해 청소년에게는 지적 호기심을 통한 도전을 통해 과학의 기본적 이론을 좀 더 알기 쉽게 소개하고 공유하는 기회가 많이 오기를 기대한다.
학교 다닐 때는 그저 시험과목 중 하나였던 역사탐구가 하나의 재미난 책읽기로 취미가 되듯, 과학과 물리학, 천문학도 친근하게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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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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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 무속신앙이 잉태한 피할 수 없는 비극 
 
박해로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살"이라는 글자가 뭔가 섬찟한 느낌을 주는 파란 색 표지의 소설을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보게 되면서이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살”이라고 써 있던 제목은 선뜻 손대기 어려운 문구였다. 공포/스릴러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한 술 더 떠 "상갓집의 저주"를 누가 읽고 싶어하겠는가! 
시간이 잠시 흘러 마음에 꼭 들던 알라딘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전자책 3만이상 구매 조건이었는데, 이 소설이 우연찮게 껴들어갔다. 2018년 여름 어느 날 무더운 날씨에 심드렁하게 누워서 볼 책을 찾다가 "살"을 오픈했고 그 날 새벽까지 독서는 이어졌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 황정민씨의 충격적인 굿 장면이 오버랩 되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인 저주를 위한 방법을 위해 상가집을 찾아다닌 주인공. 그러다 오히려 자신이 지독한 살을 맞으며 환영에 시달리게 되는 이야기였는데, 처음 접해보는 장르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데뷔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흡입력을 보여주었다. 
서양의 "오멘"이나 “엑소시스트”같이 악마가 등장하고 저주가 난무하는 구성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의 귀신이야기는 정서적 유대감 덕인지 더 짜릿하고 심장이 벌벌 떨린다. 물론 작품에 따라 표현되는 공포가 천차만별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두 개의 작품이 몇 편 보지는 않았지만 무당과 저주를 다룬 그 어떤 작품보다 인상이 깊이 남아 다시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엄두는 나지 않았다.
몇달 전 국내에 어렵게 – 오랜 시간이 걸려서 - 출시한 "곡성"의 블루레이를 집에서 감상하며 극장에서 놓쳤던 부분을 곱씹으며 감상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전체적인 영화의 짜임새나 중간 중간 드러나는 메타포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살"이란 소설도 다시 한 번 읽어본다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해로라는 작가를 두번째 만나게 됐다. 전작처럼 음산한 제목도 표지도 아닌 - 마치 최근 유행하는 유럽풍 스릴러 같은 표지를 가진 "올빼미 눈의 여자"가 주인공이다.
코로나19 지원금 등을 둘러싸고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애환은 가끔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요즘같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국가의 행정력이 근근히 버티고 있고 무슨 일이든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어렵사리 지원책을 내놓지만 미숙한 부분이 드러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내"가 중요한 민원인들은 자신들이 한 번 더 꼼꼼히 살피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를 공무원들에게 던져 놓고 소리만 질러 댄다. 과거 공무원들에게 쩔쩔매며 급행료를 지불하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세상 좋아진 것이다. 물론 철밥통이라고 배를 두드리며 일하는 공무원도 찾아보면 있겠지만, 요즘 일선현장의 공무원들은 감히 그러지 못한다. 여기저기 민원과 협박을 들러붙기 때문이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인 기성과 준오는 9급 공무원 동기다. 둘 다 민원업무를 담당하는데 민원인들의 등쌀에 일반 업무를 맡게 되길 바라거나 아예 새로운 일자리를 꿈꾸기까지 한다. 꿈 속에서도 민원인들에게 곤란을 겪고 심지어 시너통을 투척하며 불을 지르는 사고로 목숨을 위협당한 적까지 있다.
이들에게 교육연수는 짧은 휴식인 동시에 도피처 역할을 하게 된다.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빽을 동원해야 원하는 시기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오랜만에 같은 시기에 교육을 받게 된 동기는 첫날부터 의기투합하여 거나한 술판을 벌이고, 노래방까지 2차를 돌며 억압받았던 업무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한다. 하지만 기성은 필름이 끊겨 아무런 기억을 못한 채 다음날 일어나고 뭔가 찜찜한 느낌을 갖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휴대폰마저 노래방 도우미로 왔던 중년여성과 바뀌어 곤란한 상황이 되지만 핸드폰을 돌려받기 위해 만난 중년여성의 딸에게 첫눈에 반한다. 애인이 있는데도 수작을 걸어보려는 마음이 뭉게구름처럼 커진다.
알고 보니 그녀는 대학 동아리 친구였던 연진이었다. 다단계 판매로 주변 사람들 등을 쳐 놓고는 성형수술을 통해 위장한 채 고향으로 내려와 엄마와 도피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끌린 마음은 자꾸 욕망으로 연결되는데, 엉뚱하게 기성의 입장에서는 장모님이 되 주길 은근히 바라는 연수의 엄마 현수가 기성을 찝적거린다.  
이와 같이 일상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독자들은 도입부가 평이한 채로 너무 오래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꽤나 길게 - 재미는 있지만 - 공포의 오싹함은 없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살"에서 읽었던 템포와도 다르고 여타 유사 작품들의 전개와는 느린 마을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無긴장감에 지루해질 수도 있다. 살짝 알려드린다면 묵묵히 참고 책장을 넘겨주시기 권한다.
책은 크게 세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다.
책의 절반 이상은 주인공인 기성의 시각으로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간다. 그리고, 결말은 뜨막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 짓고 있다.
두번째 파트는 다시 시간을 돌려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짚어가며 몰랐던 진실을 마구 파헤치는 과정을 엮어낸다.
마지막으로는 에필로그라 할 수 있으며, 각 인물들이 사건 이후 어떻게 살아가며 새로운 변화를 거치는지 담담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몰아치는 힘은 후반부에 격렬해지며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천천히 흘러간 초반부의 비밀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잠깐 역사의 한 토막을 빌려오고 지역에 전해지는 올빼미 눈에 관한 전설의 고향을 들려주는데 몰입감이 꽤나 강한 편이다. 이 부분은 정말 좋았다. 
 
아쉬운 점은 에필로그 부분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사연의 결말이 긴장감이 풀어지거나 명확한 이유없이 끝나간다는 점이다. 큰 이야기에 충실했기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앞선 충격들을 수습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동감할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사연과 파국적인 마무리를 기대했던 욕심에는 살짝 못 미친 듯하다.
전작 "살"과 같이 토속신앙과 무당, 굿 같은 평상시 접하기 힘든 한국만의 공포이야기를 들려주는 힘은 강력하다. 시간의 교차편집 등을 통해 숨겨진 내용을 한 꺼풀 벗겨 나가는 재미나 오래된 이야기를 섞어가는 부분도 한여름에 읽기에 적합한 소설인 것 같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스릴러보다 우리의 정서가 묻어난 복수나 저주의 블랜딩이 주는 독특한 즐거움은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무척이나 빠르게 만들어 준다.
저자가 후기에 언급한대로 현대사회는 모두 “나”만 중요하고 “나”만을 위해 살아간다. 극도의 이기주의는 타인의 희생을 무릅쓰고 라도 욕망을 끝까지 해내는 악착감을 동반한다. 법의 허점을 파고들고 돌이킬 수 없는 서로의 상처를 남기며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나만 잘산면 돼라고 허공에 주먹질을 해가며 무자비한 뜀박질을 달려가고 있다. 씁쓸한 것은 오래던 과거나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이런 사회적 병리는 마찬가지일 것이고, 언제나 희생자는 의외의 우리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업보로 오랜 시간 동안 돌고 도는게 어쩌면 인간의 숙명이라는 부담감을 가져야할 거 아닌가, 악인들아.
저자의 다음 작품도 두려운 기대감을 가지고 올빼미는 머리 속에서 지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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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노믹스 - 미래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아마존 혁신 경영의 비밀
브라이언 두메인 지음, 안세민 옮김, 김용준 감수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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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노믹스 : 아마존이 지배하는 세상, 그들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아마존은 코로나19를 통해 더이상 추격이 용납되지 않는 절대 1위의 자리를 굳힌 것 같다. 국내 직구족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았던 아마존이 절대권좌를 차지한 이상 사우론으로 변할 일만 남은 건 아닐지 - 아니 이미 흑화하고 있다.
회사 신입시절 주어진 일이 인터넷 업무다 보니 아마존 사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대상이었다. 음반 모으기 취미를 가졌던 탓에 소중한 영혼의 공급처이기도 했다. (사실 아마존이 온라인 음반전문몰 최강자인 CDNOW를 먹어 치웠다. 처음에는 분개했다.) 그런데 이 회사 하는 일이 점점 범위가 넓어졌고 파는 상품 카테고리가 넓어지더니 지금은 Warehouse와 Data Storage Center까지 영역을 넓힌 것도 모자라 경쟁할 만한 분야에는 몽땅 손을 댔다. 신발업체를 인수하기도 했고, 오픈마켓은 물론 결제시장도 등장, 전자책 시장은 그냥 세계 평화 통일했다. 한국에 킨들이 들어온다면 예스24나 알라딘도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킨들의 미려한 화면과 부드러운 작동은 국내의 모든 전자책 기기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리라. 넷플릭스에 대항한 아마존 비디오는 독자적인 드라마 제작까지 만들어지고 있으며, 온라인 샵에서 구매한 CD는 아마존 뮤직에서 공짜 라이브러리로 등록된다. 구글플레이와는 독자적인 킨들 기반의 앱스토어도 고객들로 북적인다.
인공지능 관련된 분야는 구글이나 애플같은 초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되었지만 실물경제와 상거래까지 연계되는 것은 알렉사가 제일 유리하다. 선도적인 전자상거래는 오프라인 매장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신개념의 유통 상거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연간 1조가 넘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결국 아마존에 팔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루머가 계속 나온다. 이 와중에 아마존에서 불어 닥친 폭풍은 미국을 넘어 국내 대형마트의 무더기 폐업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버린 아마존의 전략은 처음 등장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변했다. 그리고 경쟁력마저 가지고 있다. 이런 전략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아마존 프라임으로 대변되는 고객에 대한 케어 아닐까?
몇 년 전 딸아이가 꼬꼬마 시절, 크리스마스 전에 배송 가능하다고 장담하던 아마존이 결국 일정을 못 맞춘 적이 있다. 딸 아이는 눈이 시뻘게 졌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항의를 했다. 끝내주는 아마존의 서비스는 딸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1주일 배송이 늦어진 인형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딸 아이는 덕분에 선물을 두개 받게 된 셈이니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그 이후 전자제품 직구 할 때 뉴에그나 베스트바이, 이베이 등은 이용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는 끝까지 책임을 지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준 아마존이기 때문이다. 배송도중 파손시 추가 비용없이 새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도 아마존이 유일하다.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요청하면 아마존은 항상 200%의 답변을 들려주었다.
혁신 역시 아마존 성장의 비밀이다. 드론을 활용한 배송혁명, 미국처럼 큰 땅덩어리에서 이틀 안에 배송하기 위해 AI를 활용해 고객이 오더를 하기도 전에 근처 물류창고로 상품을 가져다 놓은 기술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혁명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으로 계산되는 아마존 GO는 소매업의 미래를 보여주었고, 미래를 내다보는 자가 모든 것을 거머쥘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공감시켰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힘이 베조노믹스의 놀라운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플라잉 휠은 아직도 돌아가며 세계를 호령하는데, 주마가편이라더니 코로나19는 쐐기를 박아버린 느낌이다.
직구에서 아마존을 빼면 불편함이 곱절이 되듯, 미국인들에게 아마존은 월마트를 넘어 생활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기업이 된 것이다.
아마존이 시동을 제대로 걸지 않은 분야도 몇가지 소개 된다.
헬스케어 분야와 금융분야가 그들이다.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분야인만큼, 아마존의 횡보도 커지고 있다. 원격진료나 디지탈 디바이스 등이 융합된 IT의 개선이 무궁무진한 분야인 동시에 알렉사라는 인공지능이 정확히 맞물려가는 분야라 할 것이다. 물론 오프라인 영역까지 커버해야 하는 부담감은 있으나 미래의 풍부한 먹거리로서 최상위 포식자의 위력이 드러날 분야라고 생각한다.
금융은 이미 소매기업들의 오래된 파트너였으나 페이먼트와 카드비즈니스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도전하지 않은 분야댜. 유럽의 테스코나 세인즈베리는 일찌감치 금융에 진출하여 재미를 보았고, 일본의 이온그룹이나 세븐앤아이 그룹도 금융사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뱅크나 P2P대출 등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의 금융서비스가 커다란 변혁을 일으키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마존은 어떤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며 지배해나갈지 궁금하다. 사실 아마존의 경우 그들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소규모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금융 대부업이나 파이낸싱을 시작한다면 힘들이지 않고 장악해나갈 수 있다. 페이먼트에서는 이런 방식이 이미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자동차 판매와 렌탈서비스 같은 사업도 아마존이 오프라인과 연계해 도전할 분야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렇게 확장을 한다면 도대체 하지 않는 분야가 있을까?
물론 거대해진 기업의 부작용 또한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잡스가 그랬듯 베조스도 직원들을 압축기에 몰아 넣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무너지는 오프라인을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 아마존은 일자리를 로봇으로 채워가고, 무너진 유통업체들은 실업자를 양산하는 디스토피아 적인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아마존 들어오길 손꼽아 기다렸지만, 아마존 내부적으로는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리포트를 본 적이 있다.
아마존 코리아가 생긴다고 직구하는 만큼 가격적 메리트 있는 상품을 구매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오픈마켓이라 소비자 보호는 뒷전인 기업들을 소비자를 제대로 챙기는 아마존으로 대처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물론 한국에 오면 애플코리아처럼 흑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기대를 접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내의 미래기술에 대한 강력한 독려도 필요하다.
GAFA (Google, Apple, Facebook, Amazon)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전세계적으로 너무 비대해졌다. 모든 것이 종속된 후에는 벗어날 길이 없다.
많은 국내기업들도 미국의 초대기업들 같이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지만 아직 소비자들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가시적인 성과는 미비하다. 국가적인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좋은 것은 받아 들이고 우리만의 새로운 혁신과 혁명이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분리되고 거대기업은 지배를 공고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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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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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여름날 읽기 좋은 피튀기는 심리 스릴러




피터 스완슨을 처음 만난 책은 많은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독특하면서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만드는 마술이 있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반전도 꽤나 흥미로웠는데, 주인공이 계속 마음을 잡고 놔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평상시 스릴러 소설을 읽을 때 아무래도 악인 보다는 선인의 입장에 서게 되는데 이 소설은 좀 달랐다. 살인자의 성공과 생존을 기원하게 만드는 교묘한 스토리의 힘은 3-4년 동안 읽었던 스릴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영미 작가들 위주로 읽던 스릴러는 어느 순간부터 유럽으로 열풍이 전환된 것 같다. 북유럽의 차가운 흰색 칼 바람같은 스토리가 걸맞는 표지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일본 스릴러에서 느끼던 섬뜩한 느낌은 독일 작가들로 대체된 느낌.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라 다른 독자들과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피터 스완슨은 여타 유럽 작가들과는 또다른 날카로운 느낌과 몽유병에 걸릴 것 같은 꿉꿉한 냄새가 혼합된 차별성으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평이한 문장의 연속이 아닌데도 술술이다.
개인적인 열광에도 불구하고 사는게 바쁜건지, 출판된 다른 이야기들은 놓쳤고, 신작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로 오랫만에 조우하게 됐다.
꽤나 마음에 들었던 전작에 비해 바로 와 닿는 북 커버는 아니지만, 첫 인상이 이야기 전체를 휘감는 느낌이다. 초록색 표지 덕분에 이야기 내내 눈동자에 초록 필름으로 인화한 듯한 색이 물들었다고 할까? 등장하는 풍경과 사물이 이야기의 발단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소설은 이사 온 부부가 지역모임 파티에 나가면서 시작된다. 어울리기 싫어하는 아내를 설득하여 모임에 나서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의 어색함. 아이가 없다는 이야기에 동네사람들은 이것저것 질문을 돌려가며 아이를 갖을 것이라는 확답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보니 아이가 없는 유일한 두 커플은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고, 우연하게도 두 커플의 집이 바로 붙어있는 이웃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동안 아이없는 유일한 부부였던 탓일까? 매번 아이는 언제 갖느냐는 질문이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듣던 미라에게 동지가 생긴 것이다. 더군다나 예술을 하는 멋진 이웃이라니.
첫 만남에서 저녁식사에 초대할 정도로 신난 미라는 남편의 못마땅한 표정을 멀리 차버리고 좋은 이웃이되리라는 확신을 갖는다.
초대에 응해 근사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안 구경을 하던 새로 이사온 옆집 여자 헨은 우연히 미라의 남편인 매슈의 서재에 있던 트로피를 바라보고 정신이 어찔해진다. 과거에 집착했던 한 사건이 트로피로 인해 각성된 것이다. 이웃에 살던 남자가 살해된 사건에 집착했던 본인의 과거와 이제야 범인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는 놀라운 현실. 그것도...바로.
그때부터 헨과 매슈 두사람은 마치 대화를 이어가듯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정반대 입장에서 들려주기 시작한다.
마치 심리 싸움을 하듯, 자신의 입장을 독자에게 설득한다. 이야기 초반에 두사람의 갈등과 결정적인 목격이 등장하는 -일반 스릴러와는 확실히 빠른 전말이 드러나는-전개를 보여주지만, 이것은 함정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여러가지 예측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신병이라는 핸디캡을 가진 목격자의 증언이 번번히 무시당하는 상황은 진실이더라도 객관적인 정황이 눈을 가리는 일들이 실제 우리 일상에서도 많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허탈감을 주기도 한다. 싸움이 났을 때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묘한 차이가 나듯, 하나의 사건을 보는데 각자의 입장과 의견이 묘하게 뒤틀리며 진실과 유리된 왜곡이 시작되는 법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중반부 갈등하는 두 사람이 헨의 작업실에서 대면하는 놀라운 장면을 통해 더욱 독자로 하여금 앞으로의 진행방향과 사건의 숨어있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트릭을 쓴다. 일반적인 스릴러의 룰을 깨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물론 두사람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대화를 나누는 자체가 억지설정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상대방의 약점이라는 고삐를 쥐고 있는 악인은 대범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헨이 대학시절 과대망상으로 누군가를 해치려 했다는 설정은 다 이 장면을 위한 화두였을지도. 
남성의 폭력성을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의견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슈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끔찍하기만 하다. 피묻은 알 수 없는 여자의 속옷을 아들에게 보여주는 아버지, 네발로 서서 식사하게 강요하는 아버지와 "증인의 얼굴로" 마치 제3자의 입장의 얼굴을 하고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어머니. 무책임한 부모가 자녀들을 어떻게 파멸에 이르게 하는지 악몽같은 샘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슈와 리처드 형제의 비극은 이미 오래전 잉태되었고 어쩌면 헨의 정신병 이력이 그녀의 작품세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듯, 가족력은 폭력을 미화하는 도구가 된다.
등장인물의 구체적인 성격과 실제 행동하는 부분이 다소 삐걱거리는 느낌도 든다. 특히 매슈의 동생 리처드는 등장부분부터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들었고 소설 전체적으로 그렇다. - 이 형제를 보며 자꾸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괴짜 겔리거 형제가 떠오르는건지... 헨의 과거 행적과 현재의 공백도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 안정적인 모습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 중간 중간 생략된 느낌이 강하다보니 끔찍한 살인사건 장면을 목격한 중인의 진술을 경찰들이 그렇게 쉽게 부정할수 있을까 설득력이 부족했다. 술에 취한 진술, 과거의 이력, 현장이 어두웠다.... 신문에 소식이 실릴 정도로 강력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의 증언이 이 정도로 부정당하는 건 좀 억지스럽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사건의 연속적인 장면에서 과감한 생략이라 볼 수도 있지만, -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삭제씬 같이 - 소설이다 보니 조금 더 페이지가 두꺼워지더라도 정신병이 어떻게 그녀를 괴롭혀왔고 극복하기 위해 부부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조금 더 구체적이었으면 어땠을까?
작가가 독자의 시간을 빼앗는 힘은 여전하다. 
각 주인공들의 빼어난 심리묘사도 군더더기 없으며 일단 책장을 빨리 넘길 수 있다보니 빠른 완독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독자들을 롤러코스트로 밀어붙이는지 알 수 있다. 무더워지는 여름 밤, 즐거운 스릴러의 시간이었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문장 하나로 서평을 마무리 한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2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릴 만큼 예쁜, 살아있는 여자에서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뉴스가 될 만큼 예쁜, 죽은 여자가 될 것이다. - 라차드
  • 등장하는 밴드의 플레이리스트가 좀 억지스러운 것도 흠이다. 보통 이 정도의 인디밴드는 자존심을 쩔어있어 아무 음악이나 관객을 위해 카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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