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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작 엔진 교과서 - 하위헌스 · 뉴커먼 · 와트 · B&W · 지멘스 · GM · 마이바흐, 마스터피스 엔진의 역사와 메커니즘 해설 ㅣ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스즈키 다카시 지음, 강태욱 옮김 / 보누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세계 명작 엔진 교과서 : 강한 동력을 얻기 위한 엔진의 역사, 일본의 눈으로 바라본 기술사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감탄사가 나왔다.
"이런 책도 나오다니!"
놀랍다. 전공자나 엔지니어를 위한 책이 아닌 일반인을 위한 엔진 교과서라니...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엔진 역사책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던 왕조와 제도 중심의 따분한 역사책에서 벗어난 순간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소재의 역사책과 접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꽤나 두툼한 "스페인 내전"은 책 등이 바래고 있지만 아직 첫 페이지도 읽어보지 못한 채 책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숙청으로 본 세계사"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위협이 되는 존재는 가족이나 개국공신을 막론하고 쳐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처절한 교훈을 주었다. 하루만에 다 읽을 정도로 흥미진진. 물고기가 없었다면 세계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소소하면서도 자극적인 주제의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같은 책은 기획자의 의도와 기발함에 박수를 쳤다.
이젠 엔진이다. 본격 엔진의 이론과 진화의 역사를 살펴볼 시간이다. 문과생이라 슬프지만 그림이 많은 공학 역사책이라 조금은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공기압축에 의한 진공상태가 만들어지고 플라스크에 갑작스러운 .... 아 그림이 있어도 쉬운 건 아니구나.
엔진에 대한 이야기를 사용용도로 먼저 나누고 시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엔진의 역사를 설명하고 과학적 이론, 즉 엔진 작동원리를 설명해 나간다. 문과생들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는 저자의 의도는 있지만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꽤 많다. 일단 넘어가보도록 하자.
산업용 엔진에서는 와트 증기기관이나 디젤과 제트엔진 등 우리가 친숙한 이름의 엔진이 등장한다. 선박용으로 넘어가면 처음 이름을 듣는 엔진이 대부분이고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다. 항해를 위한 용도이다 보니 쉴 틈이 없다는 특징도 있다. 독일 MAN엔진의 부제는 '쉴 틈 없이 계속 일하는 월월화수목금금 엔진이다.
항공용부터는 일본의 엔진 역사 위주로 전개되다 보니 그들이 서구의 엔진기술을 어떻게 적용시키고 자신만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에피소드 등을 묶어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이 군수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하고 발전시켰던 그들 나름대로의 자랑스러움이 녹아 있다. 시기적으로 우리나라가 그들의 압제에 신음하고 있을 때, 유수의 과학기술을 수입하여 체화 시키는 과정은 부러운 동시에 위협적인 내용이다. 치사하게 선전포고 없이 진주만을 공습했지만 자체적인 판단으로는 해 볼만한 무력을 만들어냈고 그 핵심 중추역할은 엔진이 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항상 그들을 동료뿐 아니라 적으로도 설정하고 있어야 함을 경고하는 듯하다.
첫 내연기관의 발상은 17세기 베르사유 궁전에 물을 대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루에 물이 3,000리터나 필요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데카르트가 등장하는데- 그의 가르침대로 내연기간을 제작을 해보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이때 시행착오를 겪은 연구들이 시간이 흘러 1712년에 가서야 사상 첫 실용엔진인 뉴커먼 증기기관으로 탄생하는 원동력이 된다. 물을 공급하기 위해 고안된 엔진은 침략국가로 변모한 영국에서는 물을 빼내는데 사용된다. 철 생산을 위한 석탄 증산이 필요한데 갱도가 깊어질수록 지하수가 흘러나오니 이 물을 퍼내야 했다. 그래서 엔진의 도움을 빌린다. 이것은 1968년에 발명된 세이버리 엔진이다. 이 엔진은 아직도 박물관에서 실물을 볼 수 있다.
세이버리 엔진이 열심히 물을 퍼 날랐지만 역부족이었다. 토마스 뉴커먼은 세이버리 엔진에 사용하는 대기압과 진공의 압력차를 만들어내는 물 대신 피스톤을 넣은 실린더를 이용하고, 보(beam)을 이용하여 펌프를 작동시키는 조합을 완성한다. 이것이 앞서 이야기한 뉴커먼 엔진이고 이후 제임스 와트의 증기 기관 등 급속도로 발전하는 엔진의 시작점이 된다.

어느 날, 뉴커먼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의뢰가 들어오자 와트는 증기를 가열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뜨거운 증기를 새로 준비한 응축기로 유도해 실린더의 열손실을 방지하고 유도된 증기는 물로 돌아가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와트 증기기관의 탄생이다. 그 후 원심 조속기를 사용해 보(beam)에서 탈피하였고, 크랭크 구조를 이용해 동력을 추출하는 데까지 이른다.
증기가 아닌 가스로 엔진을 움직일 수 없을까 많은 사람들은 고민하고 이를 성공시킨 사람은 프랑스의 르누아르였다. 1860년이다. 증기기관의 증기를 가수로 바꾸고 착화 장치로 점화 플러그를 설치한 구조, 우리에게 너무 낮 익은 내연기관의 탄생이었고 오늘날까지 우리가 매일 타는 자동차의 원천기술이 되었다.
더욱 강한 동력을 얻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류의 끝없는 연구는 지지부지한 실험과 실패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졌고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지는 일이 아니라 여러사람의 생각과 발상이 겹을 이루어 대폭발을 이루게 되는 진보의 결과물이었다.
이렇듯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해준 엔진은 일본에서는 세계정복의 야욕을 키우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아직도 많은 일본인들은 그 시절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언젠가 기회가 오기만 하면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다.
선박 편에 등장하는 덴마크의 B&W사가 제작한 엔진을 장착한 히카와마루라의 설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원래 여객선으로 2차 세계대전 때는 병원선으로 참전했었다고 하는데 항모로 사용되지 못한 부분을 못내 아쉬워하는 것 같다. 이 배는 퇴역 후 전시 되어있어 엔진 룸으로 들어가 거대한 엔진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항공용, 자동차용, 전차용 엔진의 이름이 낯선 이유도 일본이 개발했던 엔진이야기다 보니 그들의 역사이야기와 기술에 대한 자긍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전차용 엔진에서 단서 하나를 잡을 수 있다.
영화나 소설 등 태평양 전쟁을 다룬 영화 중에 일본의 전차 장면은 기억이 별로 없다. 일본은 육군과 해군의 밥그릇 싸움의 역사를 보여주며 항공모함이나 전투기 등의 꽤 발전된 병기들을 선보였지만 전차는 쓰임새가 별로 없었던 것일까? 아무튼 육군의 명령으로 자력 디젤 엔진 개발에 들어간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미쓰비시였다. 미쓰비시와 이케가이 2개 회사가 개발에 착수했는데 미쓰비시 엔진이 채용되었고, 일본 첫 89식 중형 전차에 탑재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미쓰비시가 자동차 만들 때 전차를 더 잘 만들어야 하는 역사적 소명 속에 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오래전부터 기술적인 부분을 자체적으로 체화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밤을 세워가며 연구를 거듭했고 단순히 수입해와서 장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선하고 개발해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자동차만 해도 일본 엔진을 들여와 수많은 고민을 했던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투여된 시간의 힘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요즘 기술력이 뒤떨어졌다고 우리가 살짝 비웃고 있기도 하지만 이미 20세기 초부터 각종 병기들을 제작 활용했던 오래된 그들의 저력을 우리가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음을 알려주는 표식이다. - 물론 우리 군수산업의 발전상도 대단하게 성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엔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젠 모터의 시대다. 내연기관의 동적 움직임이 에너지로 바뀌는 엔진시대는 배터리의 화학작용에서 시작되는 운동에너지의 시대로 바뀌는 것이다.
비용의 효율적인 면에서도 엔진은 밀리고 있고, 움직이는 물체의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인 무게의 관점에서도 과거의 매력을 점차 잃어갈 수밖에 없다. 엔진 자체의 역사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듯, 외부요인으로 인해 상대적인 몰락이 벌어지는 지금 시점에 엔진은 슬퍼할지 모른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이끌었던 엔진들의 찬란했던 성장기와 앞으로 20~30년 살아남을 쇠퇴기의 비극적 퇴장에도 인간은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아, 잠깐, 비행기를 전기모터로 돌리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