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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어헤드 - 위험신호를 미리 읽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설계하는 법
앨런 애덤슨.조엘 스테켈 지음, 고영태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시프트 어헤드 : 적이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아무도 없냐?
-오늘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데 우산을 가져갈 겁니까?
-당연하지.
-5년후 유통산업의 온라인 점유율이 50%를 육박한다는 추정인데 온라인몰에 투자를 하시겠습니까? 다만 5년간 적자는 년 600억 정도 예상됩니다.
-당장....뭐라고? 년 600억. 당신 돌았어? 당장 온라인몰 접어. 우리는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회사인 거 몰라.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도 본능적이어야 한다. 박쥐처럼 폭풍우가 밀려오는 위기 상황에 육감적으로 감지하고 동굴 안 쪽으로 대피하던 새로운 피난처를 찾아야 한다.
시그널은 이미 여러차례 경고를 던졌다. 일부는 기업에서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에이 설마... 경영진의 판단에 거대한 기업의 몰락은 시작된다.
최근 코로나19로 빨간색 경고등이 미친듯이 울리는 국내 유통업계 사례를 예시로 보자면 위기에 선재 대응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제대로 된 대처가 없을 때의 몰락은 매몰차게 시작된다. 모바일 유통의 신장세가 눈 부셨고,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같은 온라인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공격적인 배송시스템은 고객들의 마음을 빼앗아 갔다. 코로나19로 물류센터가 마비되고 일부 사람들이 쿠팡맨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충성고객들은 그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데 난리라며 같은 유저들을 꾸짖을 정도였다. 그나마 신선식품에 강점을 가졌던 대형마트들을 신생 온라인기업들은 끝까지 파고들고 있다. 최근 컬러 마켓의 광고를 보면 무모할 정도의 공격성을 품고 있다. 우유를 48시간 안에 집유해서 보내주겠다고 하며, 매장에서 며칠이나 묵혔을 지 모를 채소를 오늘 수확하여 공급하겠다고 "초 신선"을 부각시킨다. 공방의 입장이 어느 틈에 바뀌었다. 매장 중심 유통사들의 기반을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나, 많은 고객들은 열렬히 환영한다.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당연하지.
이 사태를 국내 유통사들은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을까? 공격적인 온라인 투자를 집행했고 지금도 지속적인 성장세와 확장을 진행하고 있지만 온라인 회사들의 확장세를 고려한다면 아직 고전하고 있다. 조금 더 빨리 고객의 마음을 잡기위한 번뜩이는 뭔가를 내놓았어야 했는데 따라가기 급급하다.
코닥은 세계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하고도 기존 사업에 위협이 된다는 오판으로 회사문을 닫게 됐다. 추억이 가득 담긴 필름을 현상해주던 동네 사진관들까지 모조리 무덤에 떠밀려 들어갔다. 최근 주인은 이미 바뀌었겠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된 비즈니스로 코닥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나? 미래에 대한 선택을 잘못한 대표적 사례로 불명예를 얻은 한 기업의 패망사는 앞으로 모든 기업들에게 실패사례로 회자되며 "시범 케이스"로 생명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슬프지만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죽음의 문을 보게 된다. 미안하지만 자연의 섭리다. 부상을 입은 사자는 6개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자연의 순리를 인간이 어떻게 피해갈 수 있겠는가?
30개 여개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다루며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경영진들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고 일부는 도산하고 있지만 과연 그들은 딱 한가지 이유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걸까? 심지어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 역시 질문에 자신 있게 답변을 달 수 없다. 매각 불발된 아시아나 항공은 이미 내부적인 문제가 기내식에까지 번지며 소비자의 마음이 돌아섰기에 회생이 쉽지 않았다. 방만한 경영과 재빠르게 움직이는 온라인 기업들의 꽁무니를 따라가던 굴지의 유통사들 역시 위기는 시작되었고 인지를 하고 있었음에도 황금 수갑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책에서 앞부분에 소개하는 위기감지 시그널에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한없이 몰락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미국 사례를 보면 제대로 대처를 해도 아마존의 공룡같은 식성에 쉽지 않았다. 그래, 발빠르게 대안을 만들고 변화를 해도 안된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실제 사례를 보며 잘한 기업, 못한 기업을 나누어 구체적인 내용들을 읽어 나가면 양 측을 운영하던 경영자들이 어떻게 나뉘는지 어느 정도 명확해진다. 결국 변화를 두려워하고 머리를 구덩이에 숨겨 봤자 세상은 가열찬 엔진을 돌리며 자신들을 밟고 지나가버린다. 온몸이 엉망진창이 된 채 지나쳐버린 열차의 꽁무니를 바라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마차에 매몰되어 자동차 시대의 도래를 애써 무시했던 미국기업들의 실패사례를 책에서 강연에서 배워봐야 소용없어졌다.
기업사를 보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가 또다시 인용된다. 바로 제록스와 IBM이다. 혁신적인 기술과 하드웨어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위력을 뽐내던 두 회사의 방향성은 책에 소개될 정도의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변화의 방향을 잘 잡았지만 호주머니가 비어 버린 제록스의 허탈한 심정은 안타깝지만 스스로를 책망해야 한다. IBM이 빨간 콩 씽크패드 노트북 사업을 중국기업에 팔아 치웠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차세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컨설팅과 서버 등의 장비를 들고 내가 다니던 회사에 등장했던 장면은 책에서 강조하는 혁신에 성공한 바로 그 모습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미 IBM은 컴퓨터 회사가 아니라 컨설팅 회사로 변신해 있었다.
온라인과 경쟁하게 되며 구독자 감소에 골머리 아파하던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포브스 미디어의 다른 여정도 유사한 모양을 보인다. 플랫폼에 따른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카멜레온 같이 바꾸며 고객의 니즈를 맞추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강화된 약육상식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리더십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하고 있다. 기업이 방향성을 바꾸는 힘은 결국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견인되기 때문이다. 파도를 타는 서퍼가 나가는 방향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듯 리더는 기업이 가야할 비전은 물론 세상이 돌아가는 커다란 흐름과 현상들에 대한 이해도 필요로 하고 있다. 물론 대담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안전지대에 머물러서 점차 도태됨을 알고 있다면 모험과 실수를 두려워 말고 전진하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 구성원 전체가 한방향을 바라보고 같이 행동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직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메시지 전파를 통한 목표의 일치와 동기부여는 당연한 일이다. 리더이기 때문에 그 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놓치면 끝이다.
누구나 변화와 혁신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중요한 대목은 변화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는지 판단은 고객에게 달려있다. 과연 고객이 원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기업은 이야기하지만, 관점과 입장이 고객 쪽에 가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보라. 그렇지 않다면 고객조차 알 지 못한 니즈를 잡아냈던 잡스의 통찰력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책을 만지면 다른 경영서보다 뭔가 손에 잡히는 맛이 다르게 묵직한 이유는 기분 탓일까? SHIFT AHEAD라는 강렬한 타이포그라피 부각시키는 커버는 지금 당장 변화를 실행하지 않으면 너나 네가 일하는 회사는 쪽박을 차게 될지도 몰라, 경고의 메시지를 시선에 꽂아 버린다. 최근 읽었던 경영서들 중에 정리가 가장 잘 되었고 한 번 읽은 후 중간에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아도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이론과 사례의 조화가 인상적인 책이다. 그리고 극명한 성공과 실패의 비교는 개인적인 마음자세부터 바꿔야겠다는 긴장감을 주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미디어들의 주장이 100% 맞지는 않겠지만 부지불식 간에 바뀐 기업 생태계를 누가 기회로 맞이하느냐는 바로 지금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