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8 - 막부의 멸망과 무진전쟁 ㅣ 본격 한중일 세계사 8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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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8권 (막부의 멸망과 무진전쟁)
-일본 근대사의 혼돈, 배신과 진보

한중일 세 나라는 오랜 시간의 역사를 반목과 협력 그리고 전쟁으로 채워 넣었다.
중간에 끼인 자가 항상 제일 고생한다.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꼬인 위치에서 어쨌든 지금까지 살아남았지만 언제 또 화약의 불구덩이 속에 내던져질지 모른다.
세 나라의 충돌과 협상, 그리고 복잡한 근현대사의 흐름을 모른다면 반복되는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 새로운 아픔을 겪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굽시니스트의 3개국 세계사 시리즈는 격렬했던 시기의 3국이 어떻게 역사라는 시간의 실타래를 풀어 왔는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본 근현대사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개인적인 부족함도 채우고, 청일 전쟁 중일전쟁 러일전쟁,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도가니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나라의 어두웠던 일제식민지는 단순히 몇 명 매국노들에 의한 몰락이었는지 정리해보는 기회일 수도 있다.
최근간인 8권은 일본의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조망한다.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한다는 메이지 유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을 제패하며 시작된 260여년의 도쿠가와 막부의 말로를 중심으로 복잡한 일본 국내의 정치/군사적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은 크지 않은 땅덩이리에서 각 지역적 고유 색을 가지고 각자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무武가 세상을 주무르는 기본이 되는 세상이니 우리나라의 정서와 연결시키려면 골치가 아프다. 항상 생각하지만 남의 나라를 한 번도 침략하지 않은 한반도의 역사가 자랑은 아니 듯이, 단 한번도 조용히 살 날 없이 지들끼리 싸우고 배신하고 등 뒤에 칼 꽂는 일본의 역사도 자랑이라고 하기에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혼네라고 하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한편으로는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고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지만 실상 마음 속에 무언가를 숨기는 성격도 역사에서 기인할 수밖에 없는 국민성이 되었으리라.
그에 반해 천황이라는 존재에 대해 오랫동안 충성심을 유지하고 한 결 같은 동경을 이끌어내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실질적인 권한이 없던 적도 많았지만 신격화된 왕에 대한 믿음과 간절함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두개의 천황이 존재하는 플랜B가 작동하는 상황을 보면 결국 정치적인 전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쇼군인 요시노부의 이야기가 8권의 전체적인 맥락을 끌고가지만 더이상 그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지 못하다. 결국 막부의 몰락을 가져온 여러가지 이유 중에는 요시노부의 나약함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무진전쟁 종식 후 수많은 이해세력들이 막부를 지키기 위해 죽어 나갔지만 정작 자신은 촌부가 되어 자전거를 타고 낚시를 즐기는 생활을 하다 천수를 누리고 저 세상으로 갔다는 아이러니로 남았다.

어차피 정변은 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대정봉환"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내세운 료마의 명석함과 영리함은 그가 살해당하지 않았더라면 일본은 더 무서운 국가로 변모할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한다.
물론 "대정봉환"을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국책으로 이끌어 나가 권력을 유지하려던 막부의 계략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유쾌한 역사의 흐름이었다.
여러 번들이 편을 갈라 싸우고 그 와중에 배신하고 협력하는 모습들을 보면 현재의 일본이 거의 일당 독재로 흘러가는 모습이 굉장히 드문 현상이라는 사실과 그렇게 만든 정치-언론의 결탁과 국민들의 무관심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좋은 사례가 될 수밖에 없다.
책에서도 등장하는 한가지 의문도 생겼다. 왜 서구 열강은 일본 본토를 식민지로 삼으려 하지 않았을까?  예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궁금증이다. 마음만 먹으면 식민지화를 통해 여러가지 물품들을 수탈할 수도 있었고 그에 대응할 만한 군사적 실력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다. 이 부분은 좀 더 공부를 해봐야겠다.
내용 중에 우리가 친숙한 이토 히로부미의 탁월한 행정가로서의 능력도 살짝 부각된다. 우리의 영웅은 그들에게는 테러리스트였고, 그들에게 위대했던 정치가가 어이없게 쓰러졌을 때 얼마나 낙담했을까 웃음이 난다.
만화로 된 역사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복잡한 역사 교과서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주인공들의 면면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고, 특히 텍스트 위주의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지도를 통한 설명은 최고의 장점이다. 전투의 시간적 장면들을 지도로 보게 되니 이해가 훨씬 쉽다. 처음 일본 역사를 읽어 나갈 때 조슈번이나 사쓰마번이 그렇게 촌 동네 였는지 몰랐다. 
굽시니스트의 예리한 유머감각도 언제나 마찬가지로 역사적 지식이 잘 묻어나는 즐거움으로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다만 과거에 비해서는 말랑말랑해졌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에 대한 이해도 좋지만 그의 장점은 현재의 시대상을 비유한 유쾌함이 꽤 큰 비중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몇 권까지 시리즈가 이어갈지 호주머니는 걱정을 하지만 읽어 나가는 마음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 시대의 복잡했던 각국과 서구열강의 이해관계가 지금도 유사한 선상에 있다는 자각을 우리는 깨닫고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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