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전략이다 - 당신의 브랜드를 담아낼 8가지 키워드
이승윤 지음 / 북스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간이 조근 조근 들려주는 이야기에 숨은 치밀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간은 전략이다 - 당신의 브랜드를 담아낼 8가지 키워드
이승윤 지음 / 북스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간은 전략이다 : 공간이 조근 조근 들려주는 이야기에 숨은 치밀함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냉정하며  가끔은 유혹과 배신도 가득하다.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물리적 교차점이 아닌, 사람이라는 제3의 존재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오늘의 풍요로움을 누리며, 미래를 약속받기도 한다.

우울했던 기분이 시장에 가면 활기를 되찾고, 학교라는 교정에 발걸음을 내딛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의욕이 솟는 화학적 반응은 공간이 단순히 위치를 점유하지 않고 스스로 빛이 나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고 있다는 증거이다.


긴자에 위치한 무인양품 플래그 스토어와 맞붙어는 호텔 공간을 걸으며 그들이 추구하는 일상에 깊숙히 존재하고픈 욕심에 대한 표현방식에 놀랐었다. 다른 호텔을 예약했어 머무를 수 없었지만 다음 여행에는 꼭 한 번 묵어 보고픈 욕망이 저 깊은 곳에서 재차 유혹한다.

문득 지난 겨울 새벽 3시에 편의점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단순히 라면을 사러 간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그 환하게 켜진 불빛 속에서 위안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인양품은 24시간을 지키며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싶었던 것이다.

얼마나 여유롭게 고객을 유혹하는가.

당신의 일상이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제품들만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오히려 더 효과적이고 안락한 하루를 보장할 수 있다는 체험과 상품의 다양성에 대한 호감도를 자연스럽게 상승시킬 수 있다.

처음 애플스토어에 들어갔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나는 맥북을 사러 간 것이 아니었다. 그냥 구경하러 간 것이었는데, 어느새 나는 그곳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시간 동안 나는 마치 미래를 체험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애플스토어의 천재성은 그들이 매장을 '판매 공간'이 아닌 '체험 공간'으로 설계했다는 데 있다. 모든 제품이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있고, 모든 기능을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다. 직원들은 판매원이 아니라 가이드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무엇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준다. 마치 친구에게 자기 물건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열띤 톤의 목소리로.

국내 기업들도 이런 애플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나 KT 스마트모빌리티 체험존이 그 예다. 하지만 아직 애플스토어만큼의 완성도는 보여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아직 '체험'보다는 '판매'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산 부서에서 효율성을 재촉하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영원히 따라하기의 그림자 속에서 혼자 빈 공간에 잽만 날릴 뿐이다


LG전자의 “홈브루 하우스”는 컨셉부터 세부전략까지 정교한 설계를 뽐내고 있다.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먹는다는 발상은 분명 애주가들에게는 매력 넘치는 제안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내 숙성의 시간은 자신의 조금함이 기다려주지 않다는 절망감에 쌓여, 빛좋은 개살구 발명품이라고 머리속에서 이내 지워버린다.

이 부분이 마케터들은 티핑포인트의 순간으로 본 것 같다. 기다림조차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접근. 체험장을 통해 맥주 익는 기다림은 갈증을 이겨내고 한차원 높은 취향의 만족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마케팅 도구와 코스별 전략을 통해 설득하고 체득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입소문을 통해 어쩌면 미래 우리의 집술 방식을 뒤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이런 정교한 마케팅은 오감을 느끼게 하는 사례들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똘똘한 접근법이다. 매장의 음향 전략은 사람들이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공간의 영향을 받고 있었는지 깨닫게 만들어준다. 카페에서 일할 때 특정 음악이 나오면 집중이 더 잘 되고,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배경음악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더 치밀하게 만들어나갈지 생각해보는 일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꿈틀댄다.

음향을 통한 공간 전략은 가장 은밀하면서도 강력한 마케팅 도구다. 사람들은 시각적 자극에는 어느 정도 방어막을 가지고 있지만, 청각적 자극에는 상대적으로 무방비하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을 영리한 마케터들이 공략한다.

매장에서 배경음악의 템포를 조절해서 고객의 동선을 유도하고, 특정 시간대에 특정 음악을 틀어서 체류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음악이 브랜드의 정체성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완벽한 음향 전략이라도, 브랜드와 맞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최근 국내 카페나 레스토랑 업계에서 'BGM 큐레이션 플랫폼'이 유료 서비스로 도입되고 있는 것은 이런 음향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음향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음향은 공간 전략의 한 요소일 뿐이고,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인센스 스틱이나 다양한 향기제품이 선보이는  감각적 마케팅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와인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지만, 그 맛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향을 맡아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마케터들의 전략이 시작된다. 노즈캐칭(Nose-catching)이라는 용어 자체가 흥미롭다. 눈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코를 사로잡는다는 발상. 그리고 그 발상은 와인이라는 제품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와인은 시각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병의 디자인이나 라벨로는 그 와인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다. 결국 직접 맛보고 향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시음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다. 와인의 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향과 어울리는 안주를 페어링해서 제공하는 것. 그리고 고객이 '작은 실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최근 서울 시내 주요 호텔 라운지나 백화점 주류 매장에서 시음 존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후각 전략의 효과를 인정한 결과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히 시음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제공하는 경험의 품질이다.



책에 소개된 다채로운 케이스 스터디를 하나씩 정복해 나가며 현대의 공간 전략이 얼마나 정교하고 치밀한지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만들어내는 감정적 체험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들이 치밀한 전략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과연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진짜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경험이라고 해서 그것이 가짜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전략이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애플스토어에서 내가 느꼈던 설렘은 진짜였다. 그들이 치밀한 전략을 통해 그 설렘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그것이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나는 어떤 공간을 원하는가'였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너무 완벽한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계산되고 치밀하게 설계된 공간에서는 오히려 부담감을 느낀다. 대신 약간의 불완전함이 있는, 그래서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미래의 공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기대치도 계속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공간 전략도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욕구다. 사람들은 언제나 연결을 원하고, 의미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런 욕구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공간 전략도 결국은 이런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기술은 그 욕구를 더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경험이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 공간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물리적 공간의 고유한 가치가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 와인 잔에 담긴 인류 문명의 대서사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일본의 역사 작가 나이토 히로후미가 저술한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는 유럽의 식탁을 지배했던 와인을 통해 바라본 인류 문명사의 흥미진진한 여정이다. 대학 졸업 후 출판사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현재 역사, 지리, 세계사, 문화 분야에 특화된 전문 기고가로 활동하며 “제대로 이해하는 영국의 역사”, “처음 읽는 감염병의 세계사” 등 역사를 색다른 시점에서 조망하는 책을 집필해왔다. 이번에는 와인이 어떻게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와인에는 인간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와인은 고대 문명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과 함께해온 '신의 음료' 또는 ‘신의 물방울’이러는 찬사를 받으며, 때로는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때로는 경제적 동력으로, 때로는 사회 변혁의 촉매제로 작용해왔다.

한 잔의 와인 속에는 고대 문명의 지혜와 중세 수도사들의 헌신, 그리고 근대 상인들의 야망이 복잡하게 뒤얽혀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보르도 특권에 관한 이야기다. 12세기부터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보르도는 영국왕이 부여한 특별한 특권 덕분에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 1254년 영국의 헨리 3세가 부여한 이 특권은 베르쥬락 등 보르도 인근 지역에 집회권, 특별세 면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와인 수송권을 보장했다.

하지만 진정한 보르도 와인의 혁신은 네덜란드인들의 혜안에서 비롯되었다. 17세기 네덜란드 상인들은 메독 지구의 늪지대를 간척하여 포도밭으로 변모시켰고, 이는 훗날 샤토 마고, 샤토 라투르 같은 전설적인 와인들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네덜란드인들은 단순히 땅을 개간한 것이 아니라, 보르도 와인이 세계 최고의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떼루아(terroir)'를 창조해낸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르도 와인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깊고 복합적인 맛이다. 생선류의 와인 안주과 페어링 되는 경우가 많아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나지만, 때로는 보르도의 묵직한 레드 와인 한 잔이 주는 여운을 만끽하기도 한다. 대형마트 와인 코너에서 시음할 때 만난 저렴한 보르도 와인들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는데, 이제 그 와인 한 잔에 담긴 수백 년의 역사를 알게 되니 더욱 의미 깊게 느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이야기를 통해 신대륙이 어떻게 구대륙의 와인 패권에 도전했는지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18세기 스페인 선교사들이 미사 용 와인을 위해 처음 포도를 심은 것에서 시작된 캘리포니아 와인은, 19세기 골드러시와 함께 본격적인 발전을 이뤘다.

특히 1861년 헝가리 출신의 오고스톤 하라즈시가 유럽에서 포도묘목 10만 주를 가져와 캘리포니아에 심은 것은 미국 와인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1831년 장 루이 비뉴가 보르도에서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을 가져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와인을 생산한 것이 캘리포니아 최초의 유럽종 포도 와인이었다.

하지만, 1920년 금주법의 시행은 캘리포니아 와인업계에 치명타를 가했다. 700여 개가 넘던 와이너리는 금주법 철폐 후 겨우 140여 개만 남았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UC 데이비스와 프레스노 주립대학의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그 결정적인 순간이 바로 1976년의 파리의 심판이었다. 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캘리포니아의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와 스태그스 립 셀러스 카베르네 소비뇽이 각각 화이트와 레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프랑스 와인 우위의 신화를 깨뜨렸다. 이는 미국 와인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만든 역사적 사건이라 볼 수 있다.


토카이 와인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 중 하나다. 헝가리 북동부의 작은 마을 토카이에서 생산되는 이 달콤한 와인은 '왕들의 와인이며 와인의 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프랑스 루이 14세가 "와인의 왕이자, 왕의 와인"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토카이 와인의 진정한 역사적 의미는 1650년 라코치 가문과 연결되어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에 맞서 헝가리 독립을 위해 싸웠던 라코치 가문은 프랑스 루이 14세의 군사 지원을 받기 위해 토카이 와인을 외교적 선물로 활용했다. 이때 토카이 와인은 단순한 특산품이 아니라 헝가리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전쟁 수행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토카이 와인의 독특함은 '귀부병'에 있다. 보트리티스 시네리아라는 곰팡이가 포도에 감염되어 수분을 빼앗아 가면서 당도와 향이 극도로 농축된 포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카이 아수는 푸토뇨시라는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더 달콤하다.

흥미롭게도 18세기 합스부르크 가문에서는 토카이 와인의 최고급인 에센시아에 '임페리얼 토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교황 베네딕트 14세는 합스부르크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로부터 토카이 와인을 선물받고 "이 와인을 만든 땅에 축복이, 이 와인을 보낸 여인에게 축복이"라고 감탄했다. 책에서 알게 된 제품 중 가장 맛보고 싶은 No.1으로 표시해놓았다. 시중에 2~3만원대 부터 100만원이 훌쩍 넘는 리스트가 보이는데 동네 새로 생긴 전문점에 한 번 기웃거려봐야겠다.


독일 와인을 세계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린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의 이야기는 정치와 와인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빈 회의를 주도하며 유럽 질서를 재편한 뛰어난 외교관이었다.

1816년 메테르니히는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세로부터 라인강 유역의 요하니스베르크 성을 하사받았다. 이곳은 1775년 세계 최초로 슈파트레제(늦수확) 와인이 만들어진 역사적인 장소였다. 당시 풀다의 주교가 수확 명령을 내렸는데 전령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포도에 귀부병이 생겼고, 이를 양조한 결과 놀라운 품질의 와인이 탄생했다.

메테르니히는 단순히 와인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직접 포도재배에 참여했고, 셀러마스터에게 스파클링 와인 양조법을 조언하기도 했다. 그의 노력으로 슐로스 요하니스베르크의 와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고, 1851년에는 프러시아의 재상 비스마르크를 초대하여 이곳에서 회담을 갖기도 했다.

메테르니히가 받은 조건은 매년 수확의 1/10을 합스부르크 왕실에 바치는 것이었는데, 이 계약은 현재까지도 지켜지고 있다. 이는 와인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유산임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와인 경험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와인은 맥주 대신 적당한 안주가 있을 때 마시는 것으로, 다른 주류에 비해 하루 한 잔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특히 심장병에 좋다고 알고 있다. 물론 학자들에 따라 단 한 방울의 와인도 건강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금주하는 게 아니라면 그래도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지중해식 안주들과 함께 더 건강한 선택은 아니라고 해도 덜 해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느낌일까?

술은 아무래도 안주에 따라 종류가 정해지다 보니 연어회를 즐겨 찾는 내게는 화이트 와인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대형마트 와인 행사장에서 시음하면서 마음에 들면 한두 병씩 들고 오곤 한다. 최근에 동네 주류 판매 전문점이 생겨서 몇 번 들러서 주인이 추천해준 와인을 서너 병 구입했는데, 퇴근길에 저녁에 마실 와인을 한 병 챙겨오는 발걸음도 꽤 즐거운 것 같다.

코로나 때 집술러들이 많이 늘어서 장사가 잘 된 모양인데 예전만큼은 아니라서 좀 아쉽다. 이제는 새로운 와인용 안주를 찾아보려고 한다. 맨날 크래커에 치즈 얹어먹는 것은 자제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와인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명의 교차점에서 역사를 만들어온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와인은 민주정치의 기반이 되었고, 기독교에서는 '최후의 만찬'을 통해 신성한 의미를 부여받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원이 와인 양조의 중심지가 되었고, 대항해시대에는 와인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와인의 역사는 또한 혁신과 도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샴페인의 발명, 코르크 마개의 개발, 병 저장법의 발견 등은 모두 와인의 품질을 높이고 보관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였다. 이러한 혁신들은 와인 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와인을 통해 세계사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딱딱한 정치사나 경제사가 아니라 와인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복잡한 역사적 사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각 장마다 등장하는 구체적인 일화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책은 단순히 서양사에 국한되지 않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 일본의 와인 문화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와인 이야기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와인이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소중한 유산임을 깨닫게 해준다. 앞으로 전문점에서 새로운 와인을 탐색하거나, 새로운 안주를 찾아 페어링을 시도할 때마다 이 책에서 배운 지식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결국 와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문명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다리를 건너며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생각 망치 - 낡은 생각을 부술 때 시작될 삶의 변화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망치 : 산만함을 무기로 삼는 재발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호리에 다카후미의 “생각망치”를 읽으며 여러 복합적인 감상을 느꼈다. 


책 속 저자는 자신의 산만한 성향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며 사회의 고정관념을 부수라고 촉구하는데, 나 역시 끈기를 가지지 못하고 이것저것 파보는 버릇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내 경우에 끝장을 보지 못하는 부분이다. 결국 어느 정도 지식이나 상황이 완벽하다고 할 정도의 시기까지 기다리다 막상 결론이 날 즈음엔 싫증을 내 버리는 못된 루틴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책에서 찾아보니 상당히 긍정적인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이런 싫증을 "끈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익숙해졌고 더는 배울 게 없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성장의 신호"로 본다. 완벽을 추구하다 포기하는 내 습관은 그의 관점에서 완벽주의의 함정으로 보일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가끔은 대충한다'라는 균형 감각을 잡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리오넬 메시처럼 에너지를 아끼다 결정적 순간에 집중하라는 예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습관을 재고하게 되었지만, 추가로 문제제기를 해보자면, 싫증이 너무 잦아 아예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성장 신호가 아니라 자기관리의 더 깊은 문제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저자처럼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 조언은 이상론에 그칠 수도 있다.


결국 자기실현의 핵심은 얼마나 현재 상황을 긍정의 눈길로 바라보면 유효한 포인트를 잡아낼 것인지, 그리고 모든 요소에 적정한 균형을 잡아갈 수 있는지로 결판난다.


책의 전체 구조는 저자의 삶을 스토리텔링처럼 풀어나가며, 낡은 생각을 '망치'로 부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서문에서 호리에는 1972년 후쿠오카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산만함으로 비판받았지만 이를 무기로 삼아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든다.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낡은 생각을 부숴라"고 외치며,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착각을 비판한다. 전통 장인 정신처럼 10년을 기본에 바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인터넷 시대에 지식은 즉시 습득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극단적인 몰입의 힘"으로 긍정하며, 한 분야에 몰입하다 싫증 나면 옮기는 것을 성장으로 본다. 내 경우 처럼 완벽을 기다리다 싫증 내는 것은 더 배우고 시작해야 한다는 착각과 맞닿아 있으며, 그는 자신이 직접 성과를 내놓았던 로켓 개발 사례처럼 즉시 실행을 강조한다. 실제로 저자가 감옥 출소 후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2019년 일본 민간 최초 우주 로켓 발사에 성공한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이는 완벽 준비보다는 실행의 중요성을 보여주지만, 추가 문제 제기로 실패가 반복될 경우 정신적 피로가 쌓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회적으로 산만함이 인정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 접근이 지속 가능할지도 의문이긴 하다.


"잃어버린 집중력은 다시 찾지 마라"는 조언은 싫증을 성장 신호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책 수십 권 읽기나 전문가 만남으로 빠르게 지식을 쌓고 옮기는 방식을 자신의 예로 든다. 나처럼 끈기 부족이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는 위로가 되지만, 완벽 시기까지 기다리다 포기하는 내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는다. 저자의 "한 가지 일에 몰입하지만 쉽게 싫증 난다"는 성향을 "성장이 빠르다"고 보는 시각은 실행 중심으로 내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통찰을 준다. 다만, 문제제기로서 이런 산만함이 모든 직업이나 문화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 저자의 성공이 그의 특별한 배경 때문이라면 보편성은 떨어질 수 있다.



"타인을 신경 쓰는 동안 자신의 시간은 사라진다"는 기존의 어렴풋한 개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시간 도둑 차단이 꽤나 직설적인 주장이다. 전화 피하기, 불필요한 관계 정리 등이 핵심이다.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는 정리하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동감하기 어렵지만, 내게 적용한다면 오히려 의미가 없어지는 관계에 있는 타인에게서 관계의 이유를 찾는 작업은 어떨까 생각한다. 저자는 "잘되기 위해서는 잘 끊는 법도 알아야 한다"라고 하며, 2013년 사업 파트너 결별을 예로 든다. 관계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의견은 냉정하지만, 동감하기 어려운 나에게는 의미 탐색부터 시작하는 게 적합할 수 있다.


반대로,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부분은 동감하고 노력하기로 했다. 저자는 아무도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며, 비판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눈치 보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키워라는 조언대로, 사람은 실수를 하더라도 사흘만 지나면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잊게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인생에 목적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마무리하며, 지금을 즐기고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유지하라고 강조한다. 돈은 몽땅 쓰고 물건은 버리라는 조언은 자유에 무게를 두는 개념이다. 전체적으로 책은 산만함을 잠재력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하며, 일론 머스크 같은 사례를 든다. 


내 경우에 연결을 시켜보면, 끈기 부족과 싫증 문제를 저자의 실행 중심 의견으로 풀어보니 변화의 실마리가 보인다. 관계 정리나 스마트폰 업무는 동감 어려운 면이 있지만, 의미 찾기나 제약 해결 연구로 적용할 수 있다. 사람들의 무관심은 노력할 만한 부분이다. 추가 문제 제기로, 책의 메시지가 과도한 개인주의를 부추길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연결이 약해지는 시대에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 책은 낡은 관념을 부수라는 강력한 자극으로, 내 삶에 새로운 관점을 더해줬다. 산만함을 강점으로 삼아 더 대담한 도전을 시작해볼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기자의 글쓰기 : 실전편 - 싸움의 기술 - 박종인의 장르별 필승 글쓰기 특강 ㅣ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자의 글쓰기: 실전편 - 싸움의 기술 : 한 수 배워갑니다, 글쓰기 전략과 실전 기법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박종인 기자가 34년간 현장에서 축적한 글쓰기 노하우를 집대성한 “기자의 글쓰기: 실전편 - 싸움의 기술”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글쓰기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싸움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글쓰기의 본질을 파헤치고, 각 장르별로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과 기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글쓰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무기를 제시한다.

첫째는 쉬운 글, 둘째는 짧은 문장, 셋째는 구체적인 팩트.

이 세 가지 무기를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글의 전투력이 결정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문장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다. 나는 지금까지 문장을 길게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복문과 중문을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막상 저자의 의견을 접하고 나니 문장은 끊어써야 제 맛이다. 물론 장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보와 감상문 위주로 쓰고있는 스타일을 고려하면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짧은 문장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이 복잡하지 않아 문법적으로 틀릴 일이 별로 없다. 둘째, 독자가 읽을 때 속도감이 생긴다. 특히 기승전결이 있는 글에서는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짧은 문장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시키다.

 

 

저자가 제시하는 글쓰기 전략 구성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작전 수립 단계에서는 글의 목적과 독자를 명확히 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설정한다. 다음으로 무기 선택 단계에서는 장르에 따라 적절한 기법을 선택한다. 세 번째 전개 단계에서는 팩트를 통해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자연스럽게 메시지로 유도한다. 마지막 확인사살 단계에서는 퇴고를 통해 글을 다듬는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법을 통해 글쓰기를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닌 목적을 가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저자의 말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퇴고를 게을리 하는 못된 버릇에 대한 각성도 책이 준 또다른 전략의 요소였다.

 

 

여행을 갈 때 미리 준비를 하고 가지만, 제대로 사전 준비가 되지 않아 글쓰기에 한계가 생기는 경험을 자주 했다. 책에서는 기행문의 핵심이 현장감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행문을 위한 사전 준비 사항을 체크해보니 역시 부족한 부분이 많아 꼼꼼하게 챙겨보자는 다짐을 한다. 정보 수집 단계에서는 여행지에 대한 예비 지식을 쌓아야 한다. 역사, 문화, 유적지에 대한 정보는 물론 교통편, 숙박 시설, 맛집 정보까지 미리 조사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별무리 없이 해왔다.

 

사진 촬영 계획도 중요하다. 단순한 기념사진이 아니라 글에 활용할 수 있는 사진을 계획적으로 찍어야 한다. 풍경 사진뿐만 아니라 현지 안내 표지판, 리플릿,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요소들을 담아야 한다. 이러한 자료들은 나중에 글을 쓸 때 구체적인 팩트를 제공하는 중요한 소재가 된다. 현장에서 이런 욕심으로 셔터를 눌러대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저자의 방식을 되새겨보니 이 역시 명확한 기준과 목표를 설계한 후, 현장에서 주저없이 셔터를 누르는 민첩함이 필요하다.

 

현지 인터뷰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이드나 현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얻는 정보는 책이나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특히 그 지역의 사투리나 방언을 기록해두면 글에 실감을 더할 수 있다. 해외 여행이라면 제약이 있겠지만 머뭇거림만 극복한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지 않을까?

 


메모 습관은 기행문 쓰기의 생명선이라고 한다. 여행 중에는 그때그때 느낀 감정, 들은 이야기, 관찰한 내용을 즉시 기록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흐려지고, 생동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첩과 필기도구를 항상 휴대하며, 가능하면 스마트폰 메모 기능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체험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배운 지식보다는 직접 겪은 사실 위주로 글감을 수집해야 한다. 오감을 통해 느낀 것들 - 바람의 촉감, 음식의 향기, 거리의 소음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면 독자가 마치 그 장소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부분 역시 자신만의 가이드를 미리 설정해놓는다면 뒤늦게 여행에서 돌아온후 놓친 부분에 아쉬운 미련을 반복하지 않을 성 싶다.

 

 

수필은 형식이 자유롭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필의 핵심은 작가의 개성과 진솔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수필 쓰기에서 중요한 특징들을 살펴보면, 첫째는 무형식성이다. 수필은 소설이나 시처럼 정해진 형식이 없다. 일기체로 써도 되고, 편지체로 써도 되며, 대화체로 써도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움 속에서도 내용에 따른 내적 제약은 존재한다.

둘째는 개성적이고 고백적인 성격이다. 수필은 작가의 개성이 가장 짙게 드러나는 장르다. 허구가 아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작가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셋째는 다양한 소재의 활용이다. 인생, 자연, 사회, 일상의 모든 것이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하는 안목이다.

넷째는 해학과 기지, 비평정신이다. 수필에서는 시적 정서와 함께 지적 작용이 필요하다. 깊이 있는 사색과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통찰이 수필의 깊이를 결정한다.

 

수필을 잘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자연 발생적이고 지속적인 관찰력, 사색과 명상의 깊이, 가치 감각과 느낌에 대한 공감력, 그리고 겸허하고 품위 있는 개성의 반영이 그것이다.

 

막상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도 하얀 화면만 응시하게 되는 낭비를 피하기 위해 정작 쓰고자 하는 글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았나 자기 점검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글쓰기에 대한 접근법이 바뀐 것이다. 이전에는 막연히 "좋은 글"을 쓰려고 했다면, 이제는 "전략적인 글"을 쓰려고 한다. 특히 전략을 이끌어내는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글쓰기는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고, 기술은 익혀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깊이 와닿았다. 34년간 현장에서 두들기고 깨지고 고치고 다시 써서 얻은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각 장르별로 다른 전략과 기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소재라도 어떤 장르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글이 되고, 각 장르는 고유한 특성과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여행기에서는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수필에서는 개성과 진솔함의 가치를 배웠다. 이 모든 것이 결국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전략적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와 감동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아무리 의미 있고 깊이 있는 내용이라도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까지 읽은 독자를 멍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글쓰기의 힘이다.

 




이 책은 단순한 글쓰기 기법서가 아니라, 글이라는 무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실전 매뉴얼이다. 읽고 체화하고 팽개치라는 저자의 마지막 당부처럼, 이제는 배운 것을 실전에 적용하며 나만의 글쓰기 무기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