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3.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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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펼쳐본 잡지 「샘터」는 기대 이상의 콘텐츠로 친구를 만나러 이동하는 내내 좋은 친구가 되어 줬다. 얇고 가벼운 책이라 가방에 쏙 넣어 껐다 빼기도 쉽고, 종이 질도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촤륵 넘기는 맛도 있고 :) 표지도 산뜻해서 아무데서나 꺼내읽기 좋았다.

2023년 1월답게 1월호의 주제는 '나이'

개인적으로 '나이'에 관해 풀어 쓴 에세이들이 읽기 좋았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여러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게 잡지의 매력이므로 나는 올해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연초에 샘터 1월은 아주 좋은 초이스!!

p25 사람의 나이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무슨 마음으로 살았고 무엇을 위해 애를 썼는지, 삶의 이력으로 결정된다. 또한 남은 날들을 바라보는 시작과 마음에 따라 이후 남은 시간도 제각각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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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 소개된 영화 <우리집>

가난 때문에 이사를 했던 경험은 없지만 부모님이 돈 때문에 싸우시고 집이란 공간이 한없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꼭 보고 싶었다.

p57 하나는 유미의 집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시절의 집은 내게 지키고 싶은 곳이 아니었다. 떠나고 싶은 곳이기만 했다. 무엇으로부터? 그건 부모이기도 했고, 가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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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고 '찰스'가 왕이 되면서 영국이 가지고 있던 왕국의 이미지가 괜스레 발가벗겨진 느낌이지만 영국의 티타임은 여전히 내게 동경하는 문화고 고급스럽게 향유하고 싶은 취미다.

p60 빅토리아 여왕도 오후 무렵, 차와 함께 다양한 디저트를 즐기게 되었는데, 버터크림과 과일잼을 바른 도톰한 케이크가 단골 메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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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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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소녀가 사라졌다!
우리의 슬픈 역사 ‘공녀’를 아시나요

1426년의 조선시대에 섬마을에 사는 소녀들이 13명이나 사라졌다는건 필시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많은 나이도 아닌 겨우 10살 무렵에서 18살 사이의 아이들이. 사라졌다.

가슴아프지만 우리의 역사를 똑바로 마주봐야 하고 거기서 오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모두 공존한다. 다행이라고 여기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어린여자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왕왕 처하지만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소설의 좋은 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무겁고 가슴 아픈 사실을 재밌고 아름다운 언어와 이야기로 전할 수 있는 것. 허주은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대부분의 삶을 캐나다에서 보낸 한국분치고는 상당히 한국의 정서에 맞는 이야기를 잘 쓰셨다. 아마 타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역사를 훨씬 냉철하고 뾰족한 시각으로 담아낼 수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댕기머리 탐정 소녀를 통해 자매의 끊을 수 없는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존경까지 잘 버무려 공녀에 관한 슬픈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현 시대의 우리 아이들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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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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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아무리 먼 식당에서라도 모든 음식이 배달되는 아파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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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파트 사람들은 집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었어.
무엇이든 문 앞까지 가져다 주니까.
그러던 어느날
요리도 안 된 저녁이 배달된거야.
———

한때 배달음식을 신나게 시켜먹었던 내게도 어느 날 죄책감이 찾아왔다.
"겨우 이거 하나 시켜먹는데 쓰레기가 이만큼 나온다고?"

늘 알면서도 귀찮고 피곤하단 이유만으로 배달음식 앱을 눌렀던 날들. 사실 음식뿐 아니라 건전지, 물, 티슈 하나도 배달 앱 한번 클릭이면 문 앞까지 오는 이 세상이 과연 이대로 괜찮을지 의문이다.

비대면 시대가 어색하지 않은 지금, 인간이 놓치고 있는건 무엇일까?


직접 돼지를 잡아 돈가스와 감자탕, 족발, 보쌈, 김치찌개를 해먹기로 한 사람들.

물론 돼지를 잡기 위한 도구도 온라인으로 재빠르게 주문하고 하루도 안 되어 배달온 것들을 가지고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에 뭔지모를 이질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내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사라진 저녁》

개인적으로 초등학생인 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밀키트와 배달음식이 낯설지 않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혹은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이디어적이거나 직설적일지 궁금하다.

여러모로 얇은 책에서 복잡하고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사라진 저녁》

다른 분들은 권정민 작가의 《엄마도감》도 많이 읽으셨던데. 나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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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쓰는 밤 - 나를 지키는 글쓰기 수업
고수리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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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 있는 책들 중에서 직접 본 저자는 손에 꼽힌다. 대개 북토크, 강연 등에 신청을 해서 직접 작가를 만나고 왔는데 그 중 고수리 작가님도 있다. 코로나가 오기 전이었던가, 아니 후였던가. 


서울의 어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해 퇴근 후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 본 작가님의 이미지는 '참 여리여리하다' '목소리가 청순하다' '전반적인 이미지가 따뜻하다'의 느낌이었는데 이번 신간 「마음 쓰는 밤」을 읽으며 그때의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만큼 책의 내용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뭐라도 써도 괜찮다며 다독이는 말들이었다.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이 사실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 아무리 글쓰기의 대가라도 빈 종이에 담긴 막막한 마음을 모를리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쓰고자 해서 썼고 그 수많은 글들은 누군가에게 읽히기도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우주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도 했을 것이다. 고수리 작가는 그 모든 마음을 안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해 본인의 경험을 비추어 얼마든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다독인다.


나에겐 글쓰기가 일이니까, 매일 열심히 글 쓰는(일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답이 좀 싱거우리만큼 명료하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그래서 '열심히' 쓴다. (p18)


이토록 솔직하고 담백하고 명료한 마음이 어디있을까. 우리 모두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주어진 일을 하고 또 해내면서 사는건데 글을 쓰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 나또한 돈을 받고 글을 쓰진 않아도 늘 희미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좀 더 뚜렷하게 남겨두고 싶어 블로그와 브런치에 그 누가 읽을지(안 읽을지도) 모르는 글을 쓴다. 마음 쓰는 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를.


삶의 군더더기는 걷어내고, 일상은 명료하게, 행복은 단순하게, 사랑은 가까이. 가족들과 따뜻한 저녁 식사를 나누려고 최선을 다해서 하루를 산다.(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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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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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작가의 방」 책을 손에 쥐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아니 너무 이쁘잖아?"

편집자가 이 책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짐작이 되었고 그 과정은 확실하게 기쁘고 벅찬 마음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작가의 방」은 제목에서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혹은 몰랐던 세기의 50인 작가들이 치열하고 외롭게 글을 썼던 공간을 보여준다.


그곳은 침실일 수도 있고 서재일 수도 있고 카페나 차 안, 혹은 절벽에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창고일 수도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작가들은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저 글을 썼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방」이 좋은 건 책 안에 작가들의 방을 그려놓은 일러스트 때문이다. 글로만 설명되어 있다면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한계가 있었을텐데 옆에 귀여운 그림이 붙여지니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고 마치 작가의 방을 실제로 훔쳐보는 기쁨까지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펼쳐보시길.



작가의 고유한 루틴과 장소를 알아가는 재미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를 하나 더 말하자면 작가들의 고유한 습성, 루틴, 리추얼을 알 수 있다는 거다. 어떤 작가는 새벽에 일어나 6시부터 정오까지 집중하며 일했고 그 뒤에는 산책하고 밥먹고 다시 오후에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애거사 크리스티는 욕조에 몸을 담궜을 때 가장 줄거리를 구상하는 가장 이상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힐러리 맨튼은 또 어떤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 차에 타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메모를 하고 글을 쓰는 유연함을 보여줬고 주디스커는 전화, 손님 등 방해요소를 피해 다락방 집필실에서 은둔하면서 글쓰는걸 즐겼다고 하니 정말 다양하고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작가들은 자신만의 장소를 소중히 여겼다.



특히 미국 소설가 이디스 위튼은 침대에서 글쓰기를 즐겼는데, 자서전에서 "내가 계속 글을 쓰려면 지켜야 했던 사소한 의무들로부터 벗어날 자유를 줬기 때문에" 집은 그가 글을 쓰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침대에서는 편히 있을 수 있고, 글을 쓸 때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p79)라고 할 정도로 집을 좋아하고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은 작가였다.



「작가의 방」을 읽다보면 단순하게 작가가 글을 쓰는 방의 개념에서 벗어나 작가가 추구하고 사랑했던 것들, 이를테면 가족, 연인, 친구, 반려동물이라던가 반대로 사소한 의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은둔했던 방법들까지도 알 수 있는데 이게 참 매력적이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역할과 작가로서의 본능에 균형을 잡아야 했던 실비아 플라스는 그 많은 집안일을 해내고 아이들이 잠든 밤을 아껴가며 글을 썼고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오두막을 지어 세상과 집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p192)에서 그의 대표작들을 썼다.


모두들 할 수 있는 선에서, 하고자 하는만큼 자신의 영역을 성실하고 치열하게 지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방」은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우선 내가 가장 좋아하고 호감가는 작가들의 방부터 구경하면 그 뒤에 전개될 다른 작가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된다.

나의 경우엔 <에밀리 디킨스> <마거릿 애트우드> <실비아 플라스> <빅토르 위고> <브론트 자매>의 방이 제일 궁금했고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브론트 자매>의 이야기를 보자면-



요즘 작가들은 작가실이라는 개념에 친숙합니다. 여러 작가들이 한곳에 모여 드라마를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150년 전 브론테 자매도 작가실과 아주 비슷한 공간을 썼답니다. (p223)



이 첫 문장에서 가슴이 두근두근, 다음 장을 넘기면 그들이 함께 쓰고 서로 읽어주고 토론회를 열었던 공간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하시길 ^^) 머릿 속에 이 공간을 기억하고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이 과연 여기서 탄생한 거구나 싶은 실재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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