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아무리 먼 식당에서라도 모든 음식이 배달되는 아파트가 있다....———그 아파트 사람들은 집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었어.무엇이든 문 앞까지 가져다 주니까.그러던 어느날요리도 안 된 저녁이 배달된거야.———한때 배달음식을 신나게 시켜먹었던 내게도 어느 날 죄책감이 찾아왔다. "겨우 이거 하나 시켜먹는데 쓰레기가 이만큼 나온다고?"늘 알면서도 귀찮고 피곤하단 이유만으로 배달음식 앱을 눌렀던 날들. 사실 음식뿐 아니라 건전지, 물, 티슈 하나도 배달 앱 한번 클릭이면 문 앞까지 오는 이 세상이 과연 이대로 괜찮을지 의문이다. 비대면 시대가 어색하지 않은 지금, 인간이 놓치고 있는건 무엇일까?직접 돼지를 잡아 돈가스와 감자탕, 족발, 보쌈, 김치찌개를 해먹기로 한 사람들. 물론 돼지를 잡기 위한 도구도 온라인으로 재빠르게 주문하고 하루도 안 되어 배달온 것들을 가지고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에 뭔지모를 이질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내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사라진 저녁》 개인적으로 초등학생인 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밀키트와 배달음식이 낯설지 않은 아이들.그런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혹은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이디어적이거나 직설적일지 궁금하다. 여러모로 얇은 책에서 복잡하고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사라진 저녁》다른 분들은 권정민 작가의 《엄마도감》도 많이 읽으셨던데. 나도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