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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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고른 말

홍인혜 지음



팬심으로 서평단을 하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마음이 든다. 하나는 빨리 다 읽어버리고 싶어,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싶어!

이 두 마음 모두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이고, 그만큼 고르고 고른 말은 참 재밌는 책이었다.


카피라이터, 만화가, 작가, 시인까지 언어로 이루어진 모든 콘텐츠를 다루는 작가님답게 이 책은 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개별적인 존재들로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도 결국 너는 너고 나는 나일 수밖에 없다. 이 해묵은 슬픔을 떠올리면 언어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힌 것처럼 우리는 언어를 쓰고 담고 줍고 다시 내뱉음으로서 서로를 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작가님이 던지는 <붙드는 말> <결핍의 말> <그리움의 말> <습관의 말> 등을 차례로 읽으면 과연 내게 남겨진 말은 어떤 것들인지 함께 생각해봐도 좋다.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이 언어를 대하는 태도


나도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하지만 이분만큼 대할 순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언어를 고르고 쓰는 범위가 남다르고 읽다 보면 마치 사전을 읽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실제로 작가님은 글을 쓸 때 사전을 옆에 두고 계속 찾아보신다고…)


누구든 글을 써보면 알지만 다 아는 내용을 참신한 언어를 사용해 쉽고 재밌게 읽히게 하기란 꽤 어려운 일인데 <고르고 고른 말>에선 재미도 있고 공감도 되고 이해의 범주도 넓어 읽을 맛이 나는 책이다.


특히 여러 주제를 다룬 글이 단편적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 읽어도 좋고 그런 장점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에 더없이 괜찮은 책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말


어쩔 수 없이 이 <고르고 고른 말>을 읽으면 유독 공감하는 챕터가 있고 그 안에서 내 마음에 또다르게 번지는 말들이 있다. 책은 이렇게 간접경험을 확장시켜주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이 책에는 짧은 에세이들이 여러 개 들어 있어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과 비교해서 읽어 보기 좋았다.

책을 더 잘 활용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 내가 맺는 관계가 ‘부족한 혼자’끼기 만나 서로 완성하는 관계이기보다 ‘완결된 혼자’끼리 서로를 부딪치며 건배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혼자는 충분하고 충만하다.

(충만한 말-이토록 혼자)


- 모든 사람은 본인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스스로는 복잡한 층위의 인간이고, 단편적으로 해석될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쾌활하면서도 외로울 수 있고, 조용하면서도 격정적일 수 있고, 평범하면서도 기발할 수 있다.

(깨닫는 말-우리는 모두 입체다)


- 작은 일에 마음을 쓰며 번민하는 당신에게 누군가가 신경쓰지 말라고 무심히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하자. 내가 신경 쓰는 게 아니고, 이것이 나를 신경 쓰이게 하는 거라고.

(섬세한 말-어떻게 신경을 안 써)


언어가 가진 ‘맛’을 얘기하다


직업적으로 말의 ‘맛’을 논리와 감성으로 풀어내야 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인지 어떤 사물이나 단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꽤 구체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머릿 속으로 더 잘 그려지고 공감의 밀도가 깊어지는데 가령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읽을 때면 그동안 무심하게 발음하던 모든 단어들이 나에게는 어떻게 느껴졌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경우 ‘바람’을 내뱉었을 때 [바]에서 울리는 숨공기가 [람]에서 혀끝을 한번 더 돌아 입 안에서 휘몰아치는 모양이 그려졌다.)


- 나는 ‘벽’이란 단어를 발음할 때마다 혀가 단호해지는 것을 느낀다. 벽을 입에 올릴 때마다 단단한 구조물이 혀 위에 올라가는 것 같다.


- 나는 ‘별’이란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아련하게 풀어지는 혀를 느낀다. 혀 위에서 구르는 맑은 리듬과 함꼐 아득한 곳으로 사라지는 빛의 지느러미. 나는 별을 발음하며 저 멀리서 파리하게 반짝이는 천체를 혀끝으로 맛본다.


고르고 고른 언어의 호흡이 보였다


글과 말을 좋아하는 작가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말들이니 얼마나 정성스레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햇볕을 쬐주면서 문장의 싹을 틔웠을까.


아마도 자기의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고르고 고른 말>을 읽으며 언어가 가진 숨, 호흡을 캐치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사소한 언어들이 관계에서 생명을 얻고 그후부터는 결코 사소하지 않을 힘을 갖는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만들어낸 소중한 문장을 정말 아낌없이 기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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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밤의 애도 -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애도 모임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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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죽음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살’엔 쉽게 동요하는 듯 낯설게 느끼는 내게 이 <여섯 밤의 애도>는 죽은 사람과 남은 사람이 결국 함께 살아내기 위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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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2018년에 남동생을 잃었다.
민이: 2019년에 오빠를 잃었다.
선이: 2015년에 여동생을 잃었다.
영이: 2019년에 아버지를 잃었다.
경이: 2019년에 언니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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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밤의 애도>는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모임을 가지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눈다. 각자의 애도 시간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실로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나는 가족과 친구 중에서도 자살로 잃어본 적 없는 사람이었음에도 자살 사별자들이 털어놓는 날것의 감정들에 쉽게 동요되었다. 그건 우리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가족’에 대한 양가의 감정이 이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들을 시신으로 마주할 때 느낀 낯선 감각을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나의 가족이 자살을 한다면..
내 친구가 마지막 메세지를 남기고 자살을 한다면..

자살 사별자들이 느낀 이해안됨, 이상함, 말도 안되는 감정 이외에 죄책감, 미안함, 슬픔, 분노 등의 여러 감정이 판도라 상자처럼 열렸고 결국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그들을 이해해보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

자살이란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게 여러 의문을 남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죽음밖에 선택이 없었을까. 내가 도울 건 없었을까…

이미 소용없는 무언의 외침인 걸 알면서도 남은 자들의 고통은 다른 형태로 남겨진다.

<여섯 밤의 애도>를 읽으면서 ‘애도’의 의미를 알게 됐다. 고인의 물리적인 죽음으로부터 정신적으로의 독립과 다시 일상을 보내기 위한 준비가 애도의 과정이며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차근차근 모임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나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함께 애도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는 자살의 복잡미묘한 죽음의 성격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되짚어 가는 시간을 통해 나의 시선이 옮겨간다.

자살이란 정서적 죽음에서 물리적 죽음으로.
자살이란 낯섦에서 보편적인 죽음의 이해로.
살아남은 미안함에서 일상을 회복하는 용기로.
삶의 의미와 가치가 변해가는 남은 사람으로.

<여섯 밤의 애도>는 꼭 주변의 누군가 자살로 생을 떠나지 않아도 우리 모두 함께 이야기하고 관심가져 볼 책이다. 결국 죽음은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건강한 애도 과정을 지나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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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 Better Normal Life
김용섭 지음 / 부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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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트렌드 2022

2022년 베터노멀과 더 나은 일상에 드러난 우리의 욕망을 읽다



벌써 9년째 <라이프트렌드 2022>을 읽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여러 출판사에서 내년의 트렌드를 예상하는 책들이 나오지만 내가 콕 짚어 이 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감각적인 표지와 쉽게 설득이 가능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역시 <라이프트렌드 2022>을 읽게 되었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 이만큼 좋은 조언은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터지고 이제는 포스트코리아, 위드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할 우리에게 2022년, 내년은 너무도 중요한 해다.

2020~2021년은 팬데믹의 해였다. 그 누구도 코로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하루하루 적응하며 누구는 무너지고 또 누구는 크게 살아 남았다.

그 차이는 변화를 얼마큼 잘 ‘적응’하였느냐에 따라 갈라졌으며, 2022년에도 잘 살아남으려면 ‘배터 노멀 라이프’를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팬데믹을 거치면서 바뀐 우리의 욕망, 사회, 비즈니스 등을 흡수한 채 더 나은 일상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뉴 노멀 속에서 위기를 줄이고 기회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 개입이 베터 노멀이다. 정치는 정치의 역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개인은 개인의 역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베터 노멀 라이프를 지향해 가야 한다.



나는 30대 중반으로 초등학교 때 처음 삐삐를 썼고, 중학생때 휴대폰을 썼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두 손으로 직접 겪은 세대다.



초등학교 앞에서 진짜 뽑기를 200원 주고 해본 경험이 있는 동시에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세대란 말이다.



그래서인지 베터노멀의 시대가 온다고 했을 때 잘 적응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 해봤으니까. 어떤 선택이 나의 욕망을 훨씬 효율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지 안다고 생각하니까.



- 우리는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결합해 공존시키며 결국 더 나은 것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베터 노멀은 낯선 것에 익숙함을 결합시켜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팬더믹을 겪으면서 아파트에서 벗어나 단독주택을 욕망하고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때 환경을 적극적으로 생각할 줄 알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한 쪽으로 몰아가는 행동과 의식이 아니라 하이브리드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와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는 팁이 필요한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재밌었던 부분은 바로 10대-20대의 놀이 공간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고 그곳이 가상세계의 확장이 될 거란 점이었다. 또 현실에서 마주친 불공정을 공정사회로 바꾸기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액션에 진심인 사람들이 2022년도에 활약할 것이란 점에서 우리는 많은 힌트를 찾아야 한다.



매년 이 <트렌드코리아 2022>를 읽으면 머릿 속에 지도가 그려진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언인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나의 일을 창조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이다.



먼저 나는 가상세계에서의 내 정체성을 좀 더 확고히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베터 노멀라이프에 필요한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마케팅을 공부하는 분들

+ 마케팅, 홍보, 기획 업무를 하시는 분들

+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의 2022년도 사업 계획을 하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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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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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임현주 지음


-


이 책은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정확히 나를 응시하는 듯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헤매지만 또 어찌어찌 해내는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바로 우리들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작가 임현주 아나운서는 우리가 아는 그 아나운서님이 맞다. 그녀의 첫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언론으로 보여지는 단단한 인상이 이 책의 결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들이 느끼고 공감할만한 이야기여서 꼭 언론 계통의 직업군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매일 일어나는 힘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용기에 대해, 노련함에 대해, 편안함에 대해, 버티는 힘에 대해 그녀가 느끼고 경험한 바를 기록해서 우리에게 차분하게 알려주는 깨달음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놓치고 있던 어떤 것들을 다시 일깨워주기도 한다.


오랜만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에세이를 읽었다. ‘일’ 이라는 것.


하고 싶지만 하기 싫기도 하고, 잘 해내고 싶지만 어쩐지 회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은 동전의 양면을 모습을 띄고 있는 ‘일’ 이라는 것에 대해.


막 일테기에 접어들었을 무렵 우연히 이 책을 읽어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특히 일하는 토요일, 조용한 사무실에서 읽는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는 더없이 좋았는데, 임현주 작가가 일에서 지칠 때 다시 열정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내게도 전해졌다.


나는 [고유한 내 모습으로 일한다는 것]의 챕터에서 많은 밑줄을 그어 놓았는데 그만큼 내가 원하는 바이기도 해서 몰입이 더 잘 된 것 같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 머무르는 시선이 나의 미래를 위한 걸음이 된다고 하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하고...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지만 한창 자신의 일에서 허우적거리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차분하게 이 책을 읽다 보면 적어도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 문장은 얻을 수 있을테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아래와 같은 문장을 얻었다.


- 어떤 소재와 인물을 어떠한 서사로 다룰 것인가 하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감독님은 그것을 ‘균형감’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갖는 시선이 미디어의 영향으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영향에 더 끌리지는 않았는지, 공평하다고 생각한 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었는지 깊게 생각해 보게 됐다.


작가의 말을 뒤로하며 내가 좋아하는 챕터를 다시 한번 더 읽기 위한 시간을 갖기로 한다.


- ‘성장’이라는 건 계속해서 내 안에 용기와 다정함을 키워나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오늘’을 포기하지 않은 나를 대견해하고, 열정을 다루는 방법을 계속해서 터득해나가는 시간들. 더 잘하고 싶어서 헤매고, 해내는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밑줄 그은 문장들>


- 그러니 얼마간은 버텨야 한다. 단번에 되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기회를 확장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당장 큰 무대가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에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인정을 쌓아가야 한다. 증명이 모여 성장한 사람은 탄탄하다.


- ‘일잘알’들은 피드백이 빠르다. 일의 진행 상황을 제때 공유하고, 계획에 변동이나 차질이 생겼을 땐 신속하게 알려준다.


-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따지는 게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이 쌓여 인생의 방향성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매일을헤매고해내고

#책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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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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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표지부터 시선을 빼앗는다. 내용을 몰랐을 때는 표지가 너무 강렬한 것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북디자이너가 꽤 열일을 한 듯 싶다. 버건디에 블루는 완벽한 아내를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

일단 이 책은 흡입력이 매우 좋다. 금요일에 책을 받고 토요일 저녁에 홀딱 다 읽고 말았다. 서평을 앞둔 책이라면 적어도 3~4일 정도는 느긋하게 중요한 문장을 메모도 해가면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럴 시간도 없이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1950년대의 넬리: 가정주부

2018년의 앨리스: 홍보 전문가 > 가정주부

무려 50년의 시간차가 있는 두 주인공은 놀랍게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고민이란 것은 바로 여성이어서 갖는 한계, 불편함, 주변 시선의 메스꺼움 같은 것들을 말하는데,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하는 구조는 1950년대에 속한 게 아니고 현재도 용인되는 일 같은 것들이다.

넬리와 앨리스는 각각 남편에 의해 아이 낳기를 강요받고, 열심히 일하고 온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령하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온 레시피로 건강을 챙기고(넬리), 우연히 발견한 그 레시피로 본인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는(앨리스) 이야기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결혼한 여자에게 참 가까운 이야기다. 요즘시대에 하이힐을 신고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요리를 해서 남편을 기다리는 와이프가 어딨냐고, 아이를 낳든 말든 여성의 인권이 먼저 존중되는 시대가 아니냐고 하지만 결혼을 한 여성에게 본인의 몸은 혼자가 아니다. 어쨌든 가정을 이룬 부부이고, 남편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고 하지만 여러 복잡 미묘한 감정을 충분히 공유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다.

앨리스가 피임 기구를 본인의 몸에 넣으면서도 남편에게 말을 하지 못해 죄를 짓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나를 위한 일임에도 괜히 남편의 눈치가 보이는 그런 일이 많은 것이 결혼한 여성의 삶이랄까.

나역시도 아마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굉장히 고루한 책이라고 여겼을지 모르겠다.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을 거다. 하지만 결혼을 했기에 넬리와 앨리스의 모든 감정에 이입이 되었고 이들이 어떻게 삶의 뭉치를 풀어갈지 궁금했다.

넬리에게 정원은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유일한 탈출구(?)가 되는 곳이다. 남편의 요리엔 허브, 이웃집 케이크를 만들때 필요한 라벤더를 키우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언제나 정원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반면 앨리스에겐 새로 이사온 집의 정원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뼛속부터 도시녀에게 고칠 게 전부인 집과 정원은 그저 춥고 쓸쓸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 전 집주인의 비밀스러운 편지를 발견하고 그녀가 남긴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면서부터 집은 온기로 채워지고 작가로서의 출발을 다짐한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앨리스에게 감정이입이 잦다가 점점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넬리의 외로움을 뜨겁게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의 반전 레시피 때문에 모든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여기 추천사 중 “때로, 역사는 되풀이되곤 한다.”란 말이 아주 적절할 듯 하다.

미혼여성보단 결혼한 여성이 읽으면 훨씬 입체적이고 탄탄한 정서의 이야기로 읽힐 것 같은 책.

출간 즉시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니 영화로 보는 이 두 여성도 너무 기대된다. 아마도 빈티지 색감이 가득하고 정원의 아름다움이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줄 것이다.


<밑줄 그은 문장>

- 넬리는 자기의 삶과는 다른 삶에 대해 상상해보고는 했다. 지금보다는 숨통이 좀 트인 삶, 아이 못 낳은 리처드 머독의 부인보다는 더 나은 삶.

- 결혼이 즐겁고 윤택한 삶에 이르는 길이라 굳게 믿으며 매달리지 않았다면 행복의 비결을 스스로 발견했을지도 모르는데.

- 앨리스도 미팅이, 예전 스케쥴이 그리웠다. 당시에는 정신없이 힘들었지만, 일은 자기 정체성의 기반이기도 했다. 일류 기업의 멋진 홍보 전문가가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일까? 지금까지는 실패한 소설가, 형편없는 정원사, 아마추어 요리사였다.

- 자꾸만 넬리라는 여자는 수요일 오후를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만 떠올랐다. 지금까지 읽은 편지들 덕분에 청소, 요리, 정원 일, 이 세 가지를 주축으로 돌아가는 삶을 쉽게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런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 “여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거의 없어, 넬리야. 우리의 성별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단다.”

-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란다. 우리가 그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꾸만 대신 답을 하려고 난리들을 칠거야.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해!”

아! 이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책의 챕터마다 나오는 실제 요리 레시피는 읽기만해도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므로 혹 해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후기를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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