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죽음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살’엔 쉽게 동요하는 듯 낯설게 느끼는 내게 이 <여섯 밤의 애도>는 죽은 사람과 남은 사람이 결국 함께 살아내기 위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원이: 2018년에 남동생을 잃었다.민이: 2019년에 오빠를 잃었다. 선이: 2015년에 여동생을 잃었다.영이: 2019년에 아버지를 잃었다. 경이: 2019년에 언니를 잃었다.-<여섯 밤의 애도>는 고인을 온전히 품고 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살 사별자들의 여섯 번의 모임을 가지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눈다. 각자의 애도 시간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다.이 책을 읽는 내내 실로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나는 가족과 친구 중에서도 자살로 잃어본 적 없는 사람이었음에도 자살 사별자들이 털어놓는 날것의 감정들에 쉽게 동요되었다. 그건 우리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가족’에 대한 양가의 감정이 이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들을 시신으로 마주할 때 느낀 낯선 감각을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나의 가족이 자살을 한다면..내 친구가 마지막 메세지를 남기고 자살을 한다면..자살 사별자들이 느낀 이해안됨, 이상함, 말도 안되는 감정 이외에 죄책감, 미안함, 슬픔, 분노 등의 여러 감정이 판도라 상자처럼 열렸고 결국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그들을 이해해보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 자살이란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게 여러 의문을 남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죽음밖에 선택이 없었을까. 내가 도울 건 없었을까…이미 소용없는 무언의 외침인 걸 알면서도 남은 자들의 고통은 다른 형태로 남겨진다. <여섯 밤의 애도>를 읽으면서 ‘애도’의 의미를 알게 됐다. 고인의 물리적인 죽음으로부터 정신적으로의 독립과 다시 일상을 보내기 위한 준비가 애도의 과정이며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차근차근 모임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나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함께 애도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는 자살의 복잡미묘한 죽음의 성격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되짚어 가는 시간을 통해 나의 시선이 옮겨간다. 자살이란 정서적 죽음에서 물리적 죽음으로. 자살이란 낯섦에서 보편적인 죽음의 이해로.살아남은 미안함에서 일상을 회복하는 용기로.삶의 의미와 가치가 변해가는 남은 사람으로.<여섯 밤의 애도>는 꼭 주변의 누군가 자살로 생을 떠나지 않아도 우리 모두 함께 이야기하고 관심가져 볼 책이다. 결국 죽음은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건강한 애도 과정을 지나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