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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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표지부터 시선을 빼앗는다. 내용을 몰랐을 때는 표지가 너무 강렬한 것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북디자이너가 꽤 열일을 한 듯 싶다. 버건디에 블루는 완벽한 아내를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

일단 이 책은 흡입력이 매우 좋다. 금요일에 책을 받고 토요일 저녁에 홀딱 다 읽고 말았다. 서평을 앞둔 책이라면 적어도 3~4일 정도는 느긋하게 중요한 문장을 메모도 해가면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럴 시간도 없이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1950년대의 넬리: 가정주부

2018년의 앨리스: 홍보 전문가 > 가정주부

무려 50년의 시간차가 있는 두 주인공은 놀랍게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고민이란 것은 바로 여성이어서 갖는 한계, 불편함, 주변 시선의 메스꺼움 같은 것들을 말하는데,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하는 구조는 1950년대에 속한 게 아니고 현재도 용인되는 일 같은 것들이다.

넬리와 앨리스는 각각 남편에 의해 아이 낳기를 강요받고, 열심히 일하고 온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령하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온 레시피로 건강을 챙기고(넬리), 우연히 발견한 그 레시피로 본인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는(앨리스) 이야기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결혼한 여자에게 참 가까운 이야기다. 요즘시대에 하이힐을 신고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요리를 해서 남편을 기다리는 와이프가 어딨냐고, 아이를 낳든 말든 여성의 인권이 먼저 존중되는 시대가 아니냐고 하지만 결혼을 한 여성에게 본인의 몸은 혼자가 아니다. 어쨌든 가정을 이룬 부부이고, 남편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고 하지만 여러 복잡 미묘한 감정을 충분히 공유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다.

앨리스가 피임 기구를 본인의 몸에 넣으면서도 남편에게 말을 하지 못해 죄를 짓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나를 위한 일임에도 괜히 남편의 눈치가 보이는 그런 일이 많은 것이 결혼한 여성의 삶이랄까.

나역시도 아마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굉장히 고루한 책이라고 여겼을지 모르겠다.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을 거다. 하지만 결혼을 했기에 넬리와 앨리스의 모든 감정에 이입이 되었고 이들이 어떻게 삶의 뭉치를 풀어갈지 궁금했다.

넬리에게 정원은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유일한 탈출구(?)가 되는 곳이다. 남편의 요리엔 허브, 이웃집 케이크를 만들때 필요한 라벤더를 키우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언제나 정원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반면 앨리스에겐 새로 이사온 집의 정원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뼛속부터 도시녀에게 고칠 게 전부인 집과 정원은 그저 춥고 쓸쓸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 전 집주인의 비밀스러운 편지를 발견하고 그녀가 남긴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면서부터 집은 온기로 채워지고 작가로서의 출발을 다짐한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앨리스에게 감정이입이 잦다가 점점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넬리의 외로움을 뜨겁게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의 반전 레시피 때문에 모든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여기 추천사 중 “때로, 역사는 되풀이되곤 한다.”란 말이 아주 적절할 듯 하다.

미혼여성보단 결혼한 여성이 읽으면 훨씬 입체적이고 탄탄한 정서의 이야기로 읽힐 것 같은 책.

출간 즉시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니 영화로 보는 이 두 여성도 너무 기대된다. 아마도 빈티지 색감이 가득하고 정원의 아름다움이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줄 것이다.


<밑줄 그은 문장>

- 넬리는 자기의 삶과는 다른 삶에 대해 상상해보고는 했다. 지금보다는 숨통이 좀 트인 삶, 아이 못 낳은 리처드 머독의 부인보다는 더 나은 삶.

- 결혼이 즐겁고 윤택한 삶에 이르는 길이라 굳게 믿으며 매달리지 않았다면 행복의 비결을 스스로 발견했을지도 모르는데.

- 앨리스도 미팅이, 예전 스케쥴이 그리웠다. 당시에는 정신없이 힘들었지만, 일은 자기 정체성의 기반이기도 했다. 일류 기업의 멋진 홍보 전문가가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일까? 지금까지는 실패한 소설가, 형편없는 정원사, 아마추어 요리사였다.

- 자꾸만 넬리라는 여자는 수요일 오후를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만 떠올랐다. 지금까지 읽은 편지들 덕분에 청소, 요리, 정원 일, 이 세 가지를 주축으로 돌아가는 삶을 쉽게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런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 “여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거의 없어, 넬리야. 우리의 성별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단다.”

-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란다. 우리가 그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꾸만 대신 답을 하려고 난리들을 칠거야.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해!”

아! 이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책의 챕터마다 나오는 실제 요리 레시피는 읽기만해도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므로 혹 해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후기를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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