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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책을 처음 받았을때 표지와 제목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책은 아픈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책의 저자인 아리엘 버거는 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인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했던 엘리 위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그의 자전적인 내용을 이책에 담아냈다. 저자는 엘리 위젤의 조교로서 그를 도와서 일하기도 했고, 배우면서 25년이 넘은 시간동안 그와 함께 했던 내용들을 기록하였다.
엘리위젤은 유대계 미국인 작가이며, 교수이자 인권활동가이다. 그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기도 하며 노벨 평화상의 수상한 작가이다.
2차세계대전이 터지자 그의 가족들은 유대인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서 게토로 이주했다가 15세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당시 아우슈비츠는 수감된 유대인의 90%가 사망했으며,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 세명도 모두 살해되었다. 이후 그는 아버지와 함께 강제노역에 동원되었고, 부헨발트 수용소로 옮겨졌으며 가스실에서 죽게될 운명이었으나 1945년 4월 미군에 의해서 부헨발트 수용소가 해방되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해방 직전 수용소에서 사망을 했고, 발견당시 그의 왼팔에는 수감자 번호 A-7713이란 문신이 새겨져있었다고 한다.
그토톡 끔찍하고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25년간의 기록과 5년 동안의 강의를 그의 제자였던 저자가 기록하여 이책이 완성된것이다.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때마다 나는 올해야말로 내 생애 최고의 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매년 그 말이 옳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그렇지만 특히 올해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입니다" P.16
정말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어 만나게 된 첫날의 강의에서 교수님이 이런 표현을 해준다면 그것을 듣는 학생들의 마음이 어떠할까? 생각해본다. 정말 시작부터 이번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풍성해질것은 물론이고 좋은 교수님을 만났구나 하는 기분좋은 생각이 들것 같다. 정말 위대한 스승이란 이럴때 쓰는 표현일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임으로서 권위와 형식에 얾매이지 않는 그의 삶이 정말로 최고의 시작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때마다 반겨주는 그의 모습이 참 멋지다.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야 합니다.” 위젤 교수는 이야기를 들려준 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아무도 알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p.81
어린나이에 수용소로 끌려가서 자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을 죽음을 당하는 가슴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은 그의 삶이 참으로 놀라웠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지난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미래를 위해 새롭게 쓰라고 조언한다.
항상 질문을 해야 하지만,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수 없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P.388
우리는 때로는 알고서 질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잘 몰라서 질문하는것이 많은데 그러면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실히 얻으려고 기대하게 된다. 만약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뭔가 찜찜하고 아쉬운 기분이 들때가 많은데...그로 인해서 자책하지 말라는 그의 이야기가 왠지 고민하게 만들어준다. 우리의 삶에 늘 정답이 존재하지 않듯이 그냥 모든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다.
최근에 나에게 생겨난 어려움이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다른짓을 하다가 결국 사고가 되고 그것이 나를 넘어지게 하는 경우가 되어버려서 내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로 인해 자책하고 숨으려하다보니 사랑하는 아이들도 영향을 받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미리 걱정하고 염려하기보다 조금은 쉽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 삶의 자세가 나에게도 필요한듯 싶어 요즘 더 이런 책을 통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았고 내용이 묵직하다보니 책속의 내용을 많이 고민하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아픈 기억을 가진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그가 가진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수 있었고, 더불어 혼자가 아닌 모두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길 응원하는 목소리를 느낄수 있게 해준 책이다.
"무엇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입니다"
광기와 폐허의 역사에서 살아남았던 그가 연대와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일것이다.
<이글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