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 & 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간 때 이른 초여름인가 해서 외투를 벗었더니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살을 에는 

바람마저 불었다. 다시 겨울외투를 꺼냈더니 오늘은 다시 봄날의 절정을 보여주듯

화창하다.

봄철 날씨가 마냥 화사하지만은 않고 으레 그렇다는 걸 매년 느끼면서도 또 닥치면

새삼스럽다. 마치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살아가면서 나이먹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매년 한살을 더 먹을때마다 당황스럽다.

40대가 되니 앞에 산 날보다 뒤의 삶, 즉 은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흔히 제2의 인생이니 인생2막이니 하며 우아하게 표현해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힘든 고민의 시작임은 분명하다.

 

그러다 요즘 화요일마다 서울대에서 하는 서양고전강의를 듣고 있는 60,70대분들의

행보를 보며 나이들어서 어떻게 살것인가 하는 삶의 실마리 하나를 잡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들이 보이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볼때마다 , 이 곳뿐만 아니라 어디가나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여전히 공부와 연구,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는 그들을 보면 나도

멋지게 늙어가야지라는 마음을 다지게 된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30대에는 나이듦에 대해, 젊음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집착과 불안감이

있었는데 40대중반인 지금은 나이드는 것에 좀 더 유연하고 조급해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드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된 탓일까?

오히려 미리 계획을 세운다면 더욱 나은 매력적인 미래로 인생의 시기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스키너는 심리학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자신의 딸을

실험대상 삼는등 인간과 동물을 동일시한 것으로 유명한 심리학자이다.

죽을때까지 급진적인 행동주의자의 입장을 고수한 그가 심리학책이 아니라 노년에

대한 책을 썼다는 것이 의외라 관심을 끈 책이다.

그 스스로가 이것은 과학적인 보고나 논문이 아니라 단지 친구로서 주는 다정한

충고라고 밝히듯, 이 책의 원제가 enjoy old age( 노년을 즐겨라 )로 78세 스키너 자신이

노인으로서 생활해 온 생생한 경험과 지혜를 통해 터득한 삶의 방향이다. 그 자신이

여전히 왕성한 사회 활동 및 학술 활동을 펼치던 긍정적 노인의 삶을 살았던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삶의 바탕에 깔린 숙제는 어느 문화, 어느 시대라고 다르지 않다.

그래서 노년을 자기가 해결해야 할 한 가지 과제로 인식하고 그 과정을 되도록 기분좋게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스키너의 조언은 실제적이고 유용한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기억력의 감퇴는 노쇠를 알리는 가장 뚜렷한 증상일것이다. 사람을 소개하는데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하면 정말로 당혹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을 미리

예방하기위해 밀 소개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목록을 만들어보거나 만난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먼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면 수첩이나 녹음기를 잠자리 옆에 놓아두거나 조금만 전구가 달린

펜을 이용하면 언제라도 생각이 떠올랐을때 편리하게 기록해 놓을 수 있다.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면 약을 담은 주머니를 고무줄로 묶어

칫솔대에 달아놓으며 칫솔을 들면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기억날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방법들은 사실 노인뿐만 아니라 어느 나이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인생을 더욱 효율적이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마리 스톱스는 '열여섯 살 때의 아름다움은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이 예순 세살이 되어서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일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니 그저 노년을 즐길 뿐만 아니라 품위있고 경륜에서 묻어나는 지혜로 

인생을 즐기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이라는 배역’을 새로 맡기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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