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
마르기트 쇤베르거.카를 하인츠 비텔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을 돌아보아도 나는 좀 사교적인 성격을 아니였던것 같다. 그때부터 혼자만의

즐거움을 알아버린것이다. 홀로 있어도 외톨이라는 느낌이 없고 오히려 오롯히 혼자

있는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하고 자유롭던지. 혼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고독과 그것을

통해 얻는 기쁨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눈치빠르게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책이였다. 그 중에 수다스런 빨간

머리 앤은 수시로 불러내어 놀던 멋진 친구였다. 여자 주인공치곤 예쁘지 않은 외모도

마음에 들었고(왜 여자주인공은 하나같이 공주처럼 예뻐야야했는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찬 시절이였던지라) 예쁜 옷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나와는 달리 상상력이

풍부한 감수성도 끌렸다. 앤에게 가끔은 나의 고민도 털어놓기도 하고 부모님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하곤 했다.

 

<소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 > 이 책을 보니 문득 앤이 생각났다. 초롱초롱한 눈과

현란한 말솜씨로 자연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재잘재잘 나의 고민에 해답을

주던 앤의 모습이.

 

이 책은 독일 출판사에서 일하는 마르기트 쇤베르거와 카를 아인츠 비텔이 75편의 소설을

골라 여자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에세이다.

 

총 75편의 소설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굴레’, ‘나의 깊은 상처는 어디에서 오는가’,

‘세상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 ‘나도 가끔은 주목받는 생을 살고 싶다’, 지금

이대로도 좋아' 의 5장의 챕터로 크게 묶여 있다.

이 챕터에서도 다시 '나쁜 남자에게만 빠져드는 당신에게', '불륜에 빠져드는 당신에게',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은 당신에게',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다면', '행운이 당신만

피해간다면'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한마디로 가족, 연인, 직장같은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고민에 대해 책을 통해

힐링하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그것을 통해 성찰과 성장을 하도록 꾸며져있다.

 

가령 '극적인 성공을 사람에게'는 존 그리샴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를

추천한다. 출세를 꿈꾸는 , 갓 대학을 졸업한 젊고 재능이 뛰어난 변호사가 입이

떡 벌어지는 성공 수당, 검은색 'BMW'7시리즈, 5천 달러의 용돈(그저 적당한 정장을

사라고 주는 푼돈) 등 매혹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법무법인에 들어가지만 그곳의

실소유주는 마피아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과라고 덥석 깨물지

말라는 말. 독이 묻어 있을 수 있고 그 안에 숨은 벌레까지 있다는 조언을 작가는

던진다.

 

'불륜에 빠져드는 당신에게'라는 자극적인 제목에는 존 업다이크의 <커플스>를

권한다. 아내와의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조차 두려워하고 '결혼생활은 태양도 등을

돌린 꽃처럼 시들어버렸다.'며 사교모임을 즐기는 피에트가 결국 불륜으로 아내에게

집에서 쫓겨난 모습을 그리며 작가는 “불륜은 첫걸음만 자유로울 뿐이다. 얼마 가지

않아 결혼생활과 똑같은 강제를 빚어낸다.”며 특별한 깨달음을 준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자신의 고민이 완벽히 해결되길 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 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신의 고민거리에

위안과 충고를 받게 된다.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게츠비> 같은 명불허전의 고전들도 있지만 마르셀 몬테치노의 <크로스킬러>,

아르투어 슈나출러 <구스틀 소위> 같은 생소한 작가와 작품들도 있어 뜻하지않게

다양하고 더 풍부한 작품들을 접할 기회를 주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고나니 더욱 앤이 생각난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 말에 많은 위안을 받았었는데 그러고 보니 소설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 이런건가 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

이 책에 실린 많은 책들을 보니 한권 한권 제대로 읽어보며 나만의 에너지와 위안을

받고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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